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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예예 Nov 29. 2022

몽쉘에 대해 얼마나 알아요?

저예요. 미세스 몽쉘 뚝딱.

고백하지 못한 어린 날 

몽쉘과의 첫 만남은 기억나지 않는다. 몽쉘에 대한 기억은 ‘난 몽쉘이 더 좋은데’라고 생각했던 것으로 시작한다. 초코파이를 처음 먹을 때 기대했지만 채워주지 못했던 것. 그걸 몽쉘은 완벽하게 채워줬다. 그것은 바로 크림. 초코파이 사진을 보고 파이 사이에 있는 하얀 것이 당연히 크림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웬걸 뭔가 질긴 것이라서 놀랐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몽쉘은 정말 크림이었다. 퐁신한 빵과 부드러운 크림의 조합. 이게 내가 초코파이류들의 사진을 보면서 상상했던 맛 아닌가. 이 맛이 바로 자주 먹진 못하지만 늘 먹고 싶은 케이크의 맛과 식감 아닌가! 몽쉘을 맛본 뒤로 난 언제나 초코파이, 오예스 사이에서 망설이지 않고 몽쉘을 골랐다. 하지만 몽쉘을 먹기 쉽지 않았다. 우리 집 사람의 4분의 3이 초코파이를 더 좋아했기 때문이다. 엄마도, 언니도, 아빠도 모두 초코파이를 더 좋아했다. 엄마는 몽쉘을 집은 나에게 말했다. “몽쉘은 너무 달아!” 동의하긴 어려웠지만 나는 말 잘 듣는 착한 어린이였으므로 쇼핑 카트에는 늘 몽쉘 대신 초코파이가 담겼다. 그땐 왜 말하지 못했을까. “그래도 난 몽쉘이 더 좋아!”라고. 고백 정도는 당당하게 할 수 있잖아?


지갑은 있지만 몽쉘은 사기 어려워요

이제 누구도 나의 선택을 말리지 않는다. 내가 바로 지갑을 가진 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언제든 마음먹으면 몽쉘을 한가득 사 먹을 수 어른이다. 구매력은 생겼는데 이젠 다이어트와 건강을 걱정하느라 몽쉘을 선뜻 집지 못한다. 몽쉘 한 박스를 앞에 두고 ‘하루 하나만.’ ‘아니, 일주일에 하나만.’ ‘아니, 되도록 먹지 말자.’로 하나에서 무로 결론을 내리고 만다. 가질 수 있고, 먹을 수 있는데 또 몽쉘 앞에서 뒤돌아설 이유들이 생겨버렸다.

 

오리지널이 최고!


살아남은 몽쉘과 나를 위하여

그럼에도 여전히 소소한 행복을 찾을 때 몽쉘을 한 봉지 뜯는다. 어린 날 좋아하던 과자가 여전히 있어 주는 게 괜히 기특하고 대견하다. 몽쉘도 나만큼이나 무수한 경쟁 끝에 살아남았을 것이다. 마트에 가면 계절마다 몽쉘이 다른 맛과 콜라보레이션을 하며 열심히 자기 어필을 하고 있는 걸 본다. ‘난 여전히 새로워요!’ 외치고 있는 것 같다. (참고로 몽쉘은 91년생이다.) 봄이면 논산딸기, 여름이면 잘 익은 여름 멜론, 가을이면 밤이었던가. 아 그러고 보니 잘 나가는 노티드 도넛이랑 밤맛 쁘띠 몽쉘을 출시했었다. 몽쉘은 참 열심히 일했고, 살아남았다. 기특한 몽쉘을 한 입 물어본다. 여전하다. 아주 달고 부드러운 이 맛. 물결 모양의 초코 코팅이 고급스럽고, 빵이 케이크처럼 퐁신하고, 크림은 달콤하고 부드럽다. 역시 몽쉘은 훌륭하다. 사람이나 상품이나 살아남느라 애쓰는 건 똑같다. 나나 너나 애썼다. 오늘도 열심히 하루를 살아내는 우리 모두를 위하여, 몽~쉘~!

 

몽쉘이 나보다 나이가 많은 줄은 몰랐다. "이맛이 정답이네"로 히트했던 광고라고 한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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