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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예예 Apr 25. 2023

교토에 왔다면 키마카레 No.1 식당은 꼭 다녀와야죠

선택이 피곤할 땐 주저 없이 이곳, 교토키마카레전문점 <스파이스체임버>

선택권은 늘 좋은 걸까? 때론 선택을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다. 선택하는 것 자체가 피로하게 느껴지는 그런 순간 말이다. 예를 들어 여행 갔을 때 너무 열심히 돌아다닌 나머지 그 어떤 선택도 하고 싶지 않을 때. 그때 단일메뉴 식당은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우린 이 메뉴만 팝니다.’란 말은 꽤 믿음직스럽기 때문이다. ‘이 메뉴만큼은 자신 있다, 나는 이 메뉴개발에 올인했다’ 같은 주인장의 결단이 느껴진달까. 그리고 그 당찬 결단을 보면 확인해보고 싶어 진다. 믿고 맛보고 싶어 진다.


키마카레 전문점 <스파이스 체임버>를 간 가장 큰 이유는 이곳이 키마카레만 파는 식당이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키마카레는 수분 없이 재료들과 카레를 볶는 드라이 카레로 한국에서는 보기 어려운 메뉴다. 카레 볶음밥 같은 느낌인데 특유의 매력이 있다. 여행책자에서 <스파이스 체임버>를 봤을 때 우선은 한국에서 먹기 어려운 메뉴라는 점에서 혹했고, 단일 메뉴 식당이란 걸 알고 나서는 고민 없이 여길 가기로 결정했다. 게다가 방문 후기들에서 본 '좌석도 많지 않은 작은 가게지만 매일 주변직장인들과 외국인들이 줄 서 먹는 식당'이란 정보도 기대를 부추겼다. 메뉴 하나로 오랜 시간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았다니, 맛은 물론 또 다른 매력들이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게다가 당일 일정으로 잡아둔 니조성과도 동선이 딱 맞았다. 


스파이스 체임버 가게 외관(사진출처: 스파이스체임버 인스타그램)


작지만 알차고 취향이 분명한 가게

아침형 인간이라 이로운 점이 있다면 식당 웨이팅 전쟁에 유리하다는 점이다. 아침을 일찍 먹으니 점심도 일찍 먹고, 저녁도 일찍 먹는다. 우리는 남들보다 한 박자 더 빨리 배고프고, 한두 시간 식당을 먼저 찾는다. 덕분에 <스파이스 체임버>도 웨이팅이 있는 곳이라고 들었는데 여유롭게 착석할 수 있었다. (11시 반 좀 안 되었으려나.) 사장님으로 보이는 두 청년은 후기들에서 듣던 대로 씩씩했다. 빼곡하게 꽂혀있는 CD들과 들려오는 일본 록 음악(?), 곳곳에 붙어있는 포스터들까지 가게 모습도 사장님들의 젊고 씩씩한 기세와 닮아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여긴 분명 그분들의 영업장이라는 게 느껴졌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식당이나 카페를 가보면 사장님과 공간이 닮아있는 걸  발견할 때가 왕왕 있는데 이 식당도 그랬다. 식당에서 풍기는 느낌이 젊고 씩씩한 기세라면 공간활용에서는 똑 부러지는 사장님들의 면모를 가늠해 볼 수 있었다. 작은 가게였지만 공간 구획이 깔끔했다. 그래서 비좁다는 느낌보다 안락한 느낌이 들었다. 들어서자마자 긴 바테이블을 지나면 앞에 작은 방 하나, 옆으로 또 방하나가 있어 2명 이상의 손님들도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우와... 공간 활용 정말 똑똑하게 하셨다.." 남편과 웅성거리며 바테이블 빈자리에 앉았다.

빼곡한 음악 CD와 잘 정돈된 식기들



적절한 선택권, 팀웍에서 나오는 맛과 서비스 

주문을 받아주신 사장님은 바쁜 와중에도 눈을 맞추며 간단한 영어로 메뉴 설명을 해주실 만큼 친절했다. 메뉴는 키마카레뿐이었지만 그 안에서 2가지 선택권이 있었다. 양(대/소)과 치즈(유/무)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딱 적절한 선택권이었다. 메뉴가 많았더라면 시그니처 메뉴 하나와 도전 메뉴 하나, 끌리는 메뉴 하나 등등 사이에서 피로를 느꼈겠지만 양과 치즈 정도 선택이라면 딱 좋았다. 피곤하게 선택하지 않으면서도 나름의 DIY가 가능하단 점에서 만족스러웠다. 특히 음식 양이 많으면 남기는 게 아까웠는데 양 조절을 할 수 있단 점이 좋았다. 선택지가 단순하니 주문도 쉬웠다. 둘 다 치즈를 추가하고 남편은 대, 나는 소 사이즈로 음식을 주문했다. 사장님은 씽끗 웃으며 다소 시간이 좀 걸릴 수 있다고 미리 안내해 주셨다. 음식을 기다리면서 두 사장님이 일사불란하게 음식 준비를 하시는 모습을 보는데 바테이블에 앉아서 행운이란 생각이 들었다. 손발이 착착 잘 맞는 주방 팀워크를 보고 있으니 속도감이 빠른 스포츠를 보는 것 같았달까. 두 분이 오랫동안 같이 일해왔다는 게 느껴졌다. '저런 팀웍이라면 당연히 맛있을 것 같은데?' 두 사람의 손 끝에서 밥을 푸고, 카레를 올리고, 치즈를 올리고, 토치로 치즈룰 녹이는 일련의 조리과정이 착착착 진행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카레가 나왔다. 과연?

키마카레(소, 치즈 O)


빠릿해.짜릿해.강렬해

성공적인 맛이었다. 따끈하고 매콤한 맛이 카레 감칠맛을 점프대로 삼아 훅 들어왔다. 지난 이틀 동안 먹은 메뉴들이 모두 아득하게 스쳐 지나갔다. 미소된장베이스의 두부정식, 간장베이스의 메밀소바, 가쓰오부시 육수의 우동... 모두 슴슴하고 건강한 메뉴들이었다. 먹을 때는 분명 만족스러웠다. 뜨근하고 편안하게 속을 채워주었던 건강식들이었으니까. 하지만 지쳐있는 우리에게는 온화하고 차분하게 몸과 마음을 채워주는 맛보다 에너지를 끌어올려줄 강렬한 맛이 필요했다. 다시 여행의 열심에 불을 지펴줄 짜릿한 맛이랄까. 키마카레는 바로 그걸 해냈다. 소바와 두부정식이 건강하고 온화한 맛으로 입 안에서 느리게 흘러간 반면 키마카레는 빠릿하고 짜릿하고 강렬하게 목구멍을 스쳤다. 고슬고슬 잘 지은 밥 한 숟가락에 갖은 향신료로 볶은 다진 돼지고기 카레를 올려 먹으니 일본드라마에서 보던 무엇이든 맛있게 먹는 씩씩한 주인공이 된 기분도 들었다. 인도커리, 일본카레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카레맨 남편도 만족스러워했다. 아낌없이 넣은 향신료, 돼지고기, 치즈 모두 흡족했다. 매콤, 달달, 짭조름! 경쾌한 맛들의 향연에 둘 다 에너지가 차올랐다.



선택이 피로할 때 좋은 선택은

선택권은 늘 좋은 걸까? 때론 선택을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다. 특히 여행계획이란 비행기 예약부터 호텔 예약, 관광일정, 맛집 찾기까지 선택에 선택을 거듭하니 피로도가 클 수밖에 없다. 멋진 교토 여행을 계획해 보지만 선택에 지쳐있는 식도락가들에게 <스파이스 체임버>를 추천한다. 맛집 찾기 지쳤어도 아무거나 먹을 순 없지 않은가. 선택은 최소한으로, 만족은 최대한으로. 선택이 피로한 당신에게 꽤 좋은 선택이 되어 줄 것이다.



포장판매도 하는 키마카레, 가격도 착한 키마카레!




Spice Chamber (스파이스체임버)

주소: 白楽天町502, Hakurakutencho, Shimogyo Ward, Kyoto, 일본
영업시간: 화~금 오전 11:30 ~ 오후 3:00/ 토 오전11:30 ~ 오후 3:00(일,월 휴무)
특징: 키마카레 전문점
인스타그램
*주소와 영업시간은 구글맵 기준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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