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예예 Apr 09. 2023

교토 위켄더스 커피: 나만 알고 싶은 신비로운 카페

교토에서 커피를 단 한잔만 마실 수 있다면 이 곳

교토는 커피가 유명한 도시다. 그 말은 교토에서 맛있는 커피를 안 마시고 떠난다면 너무나 아쉬운 일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교토에 왔다면 인상적인 커피 한 잔의 기억은 안고 가는 것이 뿌듯한 여행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 마음으로 교토에서 딱 한 잔의 커피만 마실 수 있는 카페를 꼽는다면 위켄더스다. 커피애호가로서 이곳저곳 부지런히 커피를 마시고 다녔는데 위켄더스는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비가 온 후 위켄더스

위켄더스를 알게 된 건 매거진 B 교토 편에서였다. 권위자의 추천을 믿는 편이라 안목 좋은 매거진 B가 추천하는 카페들 중 한 곳을 가고 싶었다. 매거진 B 교토 편은 여러 카페들을 소개했는데 그중에서도 위켄더스를 선택한 이유는 대표 가네코 마사히로의 인터뷰 때문이었다. 그가 위켄더스를 열면서 교토 사람들에게 주고 싶었던 커피 경험, 카페 공간으로 주차장 안의 낡은 가옥을 선택한 이유 등에서 이 카페에 가면 맛있는 커피를 마시는 동시에 '교토라서 가능한'경험을 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들었다. 첫 번째 교토여행이니 만큼 교토스러운 곳들을 가고 싶었는데 나의 필요와 딱 맞는 곳 같았다. 그렇게 위켄더스는 내 구글맵에서 별을 달았다. 꼭 가야 하는 곳이니까.

매거진 B 교토 편에서 본 위켄더스 대표 가네코 마사히로 씨의 인터뷰

이 카페가 나 같은 일반인들에게는 얼마나 알려진 카페일지도 궁금해서 SNS 언급량도 찾아봤다. 흔한 여행 정보 카드뉴스 이미지가 없어서 안도했다. ‘교토에서 꼭 가봐야 할 10곳’ 같은 카테고리에 안 들어가 있다는 건 적어도 관광지 느낌은 안 날 것이라는 걸 보장하기 때문이다. 언급한 사람들을 보니 대체로 일본인 8, 외국인 2 정도의 비율이었다. 그리고 커피투어를 다니는 분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이 다녀온 것도 믿음이 갔다. 이렇게 커피 맛에 대한 실력 검증이 끝났다.


위켄더스는 찾아가야만 하는 곳에 위치해 있다. 역과 가깝지도 않고, 번화가 주변도 아니다. 다른 사람들의 후기대로 ‘여기 어떻게 카페를 차렸지?’ 싶은 곳에 있다. 심지어 가게가 있는 곳은 주차장 안이다. 한국으로 치자면 발레파킹 해주시는 분들이 차키를 걸어두는 곳의 위치이자 크기다. 하지만 외관은 그런 컨테이너가 아니다. 일본 가옥 같은 정갈한 2층 건물이다. 카페 앞에 조경도 있는데 카페 안과 밖이 모두 아름답다. 오히려 주차장에 일본 가옥 같은 장소가 있고, 황홀한 커피 향이 풍기니 마치 여기만 다른 세계가 된 것처럼 신비롭다. 이웃집 토토로라든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같은 애니메이션의 그림체로 그려놓은 집 같달까. 마침 위켄더스를 찾은 날이 비가 부슬부슬 오는 흐린 날이라 동화 같은 분위기는 더 배가 됐다.

위켄더스 가는 길. 블루보틀을 지나서 갔다.

미닫이문을 드르륵 열고 들어서자 바리스타가 친절히 맞아주었다. 마스크를 썼지만 맑은 낯빛에 미소 짓는 얼굴이 보이는 것 같았다. 바리스타의 느낌도 좋았다. 생김새라든지 옷차림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본인이 편한 차림을 한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자연스러움과 여유가 있었다. 궁금한 원두에 대한 설명을 듣고 드립 한잔과 라떼 한잔을 주문했다. 가게 안이 좁아서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리는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아주 익숙하고도 편안하지만 정확한 움직임. 멋졌다. 오래 이 일을 해 온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숙련된 몸짓과 여유는 감동이 있다. 서서히 원두를 적셔가기 위한 위아래로의 부드러운 움직임, 일정한 물줄기와 속도를 유지하는데서 오는 집중력. 가까이서 바리스타가 자기만의 리듬으로 커피를 드립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좋았다.


때마침 바깥 벤치에 자리도 났다. 사실 위켄더스에서 앉아서 커피를 마시려면 대단한 행운이 필요하다. 2인용 벤치 하나가 전부이기 때문이다. 운 좋게도 커피를 주문하는 사이에 벤치에 앉아계셨던 서양인 손님 두 분이 떠나셔서 앉아서 커피를 즐길 수 있었다.

벤치에 앉아서 보는 시야. 작고 단정한 카페

역시나 커피는 맛있었다. 드립과 라떼 모두. 바리스타가 설명한 꽃향이 입안에서 퍼졌다. 같이 갔던 남편도 황홀한 표정으로 눈을 감고 미소를 띤 채 고개를 저었다. 공대생이 할 수 있는 최상급의 맛 표현이었다. 커피는 향과 맛, 무게감 기타 등등 세심하게 즐길거리가 많은 음료라고 생각하는데 그 다양한 즐길거리를 이렇게 또 잘 살려주는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내가 바리스타라면, 내가 커피를 좀 더 공부했더라면 지금 내가 느끼는 이 맛과 향기를 더 잘 설명할 수 있었을 텐데. 커피에 대한 짧은 지식과 배움이 아쉽게 느껴졌다.


그녀가 내려준 커피


이미 지칠 때로 지친 날에 방문해서 원두 살 생각을 못한 게 아쉽다. 사 올걸. 무언가 사지 않은 후회보다 사서 하는 후회가 많은 스타일인데 위켄더스는 예외다. 여기서 원두를 사 오지 못한 게 후회된다. 혹시 위켄더스를 교토여행 계획에 추가해 두었다면 꼭 원두까지 사 오길 추천한다. 원두도, 드립백도 판매한다.



WEEKENDERS COFFEE TOMINOKOJI (위켄더스커피)

주소: 560 Honeyanocho, Nakagyo Ward, Kyoto, 일본   
영업시간: 목~화 오전 7:30 ~오후 6:00 (수요일 휴무)
특징: 교토 스페셜티 커피, 좌석은 2인용 하나뿐
인스타그램
*주소와 영업시간은 구글맵 기준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이전 글 보러 가기

1 교토 아침 커피 빵

2 스마트커피: 90년 된 교토 카페의 맛과 멋
3 교토 이노다 커피: 파는 달걀 샌드위치의 홈메이드 맛

매거진의 이전글 교토 이노다 커피: 파는 달걀 샌드위치의 홈메이드 맛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