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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예예 Jan 04. 2023

교토 이노다 커피: 파는 달걀 샌드위치의 홈메이드 맛

홈메이드는 가장 어려운 맛입니다.

이노다 커피의 달걀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깨달았다. ‘홈메이드 맛’이 얼마나 귀한지를. 홈메이드라는 말 그대로의 맛을 찾기가 어렵다. '집에서 만든 한 땀 부족하지만 정성스러운 맛'을 내는 식당을 찾기란 쉽지 않다. 대용량의 맛이 아니라 가정용 양의 맛이 이리도 어려운 걸까.(어렵다.) 원치 않는 과한 구성이 많다. 너무 화려한 맛과 모양 혹은 MSG로 적당히 버무려 끝낸 마감. 난 이렇게 뭘 많이 넣은 조합을 원한게 아닌데. 그래서 이노다 커피의 달걀 샌드위치가 반가웠다. 여백이 있는 덤덤한 홈메이드의 맛. 정성은 느껴지는데 정성을 뽐내진 않는 맛. 이거지!


결코 쉬운 맛이 아니다.

이노다 달걀 샌드위치는 맛있다. 모양도 곱다. 아주 단정한 사람이 단정하게 착착착 만든 그런 샌드위치의 맛과 모양이다.

단정하게 예쁜 달걀샌드위치

여기 달걀 샌드위치에 대해 말해보자면, 간도 너무 짜지도 달지도 않고 적당했고, 빵은 충분히 퐁신했으며, 노른자와 흰자의 익힘 정도도 알맞았고, 정갈하게 자른 달걀 단면들을 볼 수 있듯이 입안에서 식감마저도 잘 어우러졌다. 만족스러웠다. 달걀샌드위치에서 기대하는 그 맛이 구현되어 있었다. 참고로 나는 달걀 샌드위치를 자주 먹진 않는다. 달걀 샌드위치는 맛이 보장된 곳에서만 먹는다. 심지어 스스로 해먹지도 않는다. 자신이 없어서. 이 간단해 보이는 메뉴는 자칫하면 달걀 비린맛이 날 수 있다. 비린 맛이 나는 순간 이 귀엽고 단정한 맛은 끝장이다. 달걀, 소금, 설탕, 마요의 균형이 너무나 중요한 음식이다. 사과나 당근을 넣는 것도 좋고 갈릭마요를 쓰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심심하니 단순하게 만든 달걀마요가 그리울 땐 이노다의 달걀 샌드위치가 생각날 것 같다.

아 참, 귀엽고 보드라운 맛인데 귀여운 양은 아니다. 꽤나 든든한 양이라서 1인분을 다 먹을 수 없었다. 한 조각 남긴 게 아쉽지만 그거까지 먹었으면 체했겠지.


익숙하지만 한 끗이 다른 매력적인 커피

남편은 이노다커피에서 다른 감명을 받았다. 그는 여기서 한국의 맥심커피를 떠올렸다. 이노다커피의 시그니처 커피메뉴 ‘아라비카의 진주’를 맛본 뒤, 그는 이제 한국에서 맥심 아라비카를 다시 먹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아라비카의 진주’가 바로 맥심커피와 흡사한 맛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맥심의 한계인 인스턴트의 텁텁한 끝맛(맥심 입냄새 아시나요?)은 없다. 신맛 없는 부드러운 원두맛과 크리미한 우유 그리고 달콤한 설탕의 조화만 있다. 익숙한 듯 한 끗이 다른 맛이 새로웠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익숙함은 그게 무엇이건 좀 더 반갑고 매력적인 구석이 있다.

아라비카의 진주


다음번 교토 방문에서도 이노다 커피를 가고 싶다. 나는 똑같은 메뉴를 시킬 것이다. 달걀샌드위치로. 식당 후기 중 최고는 '다시 방문하고 싶다.' 아닐까? 그 보다 더 만족스러운 후기라면 '먹었던 메뉴를 또 시키고 싶다.'일 테고.



이노다커피(본점)

주소: 140 Doyucho, Nakagyo Ward, Kyoto, 604-8118 일본
영업시간: 매일 오전 07:00 ~ 오후 6:00
대표메뉴: 달걀샌드위치, 아라비카의 진주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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