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쵸면 어떠하리 씨리얼이면 어떠하리
칸쵸와 씨리얼은 세트다. 둘 다 초코과자라는 건 둘째 치고, 이 둘은 늘 같이 붙어 다니기 때문이다. 마트에서 칸쵸를 찾아보면 대체로 칸쵸+시리얼 묶음 상품이 있는 걸 발견할 수 있다. 낱개로 진열될 때도 칸쵸 옆자리는 씨리얼이다. 롯데제과는 아예 둘을 묶어 “짝꿍팩”을 출시하기도 했다.
마트에서 나란히 진열되어 있는 칸쵸와 씨리얼을 보면 우리 자매 같다. 두 과자의 생산연도 마저 80년대생, 90년대생이다.
우린 달랐다. 모든 게 달랐다. 언니는 마르고 길었고, 나는 짧고 통통했다. 언니는 지렁이를 귀여워했고, 난 기겁했다. 언니가 언제나 순한맛을 고를 때, 난 조금이라도 매운맛을 골랐다. 언니는 씨리얼에 우유를 붓고 기다렸다 먹는 눅눅파였지만, 난 씨리얼이 눅눅해질까 우려하는 바삭파였다. 우리의 취향은 거의 언제나 갈렸다. 초코과자라는 갈리기 어려운 범주에서조차도. 언니가 슈퍼에서 핑크색 칸쵸를 집어들 때, 나는 늘 그 옆에 진열되어 있는 연두색 씨리얼을 집어 들곤 했다.
언니는 칸쵸를 좋아했다. 칸쵸가 왜 씨리얼보다 훌륭한 과자인지 나름의 근거들도 조목조목 얘기할 수 있었다. 칸쵸는 씨리얼과 달리 예쁜 그림이 그려져 있으며, 그림도 여러 개라서 찾아 먹는 재미가 있다는 점과 씨리얼은 겉이 꺼칠한 반면 칸쵸는 매끈하다는 것. 어느 날은 칸쵸와 씨리얼의 개수를 세고 칸쵸가 더 양이 많다며 칸쵸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당시 나는 씨리얼이 더 맛있다고 언니에게 주장하지 못해서 이제야 내 입장을 밝혀본다. 언니는 씨리얼이 그림도 없고 표면도 거칠다고 했지만 그게 씨리얼의 개성이다. 예쁜 그림은 없지만 그게 씨리얼의 맛과 잘 어울린다. 애초에 칸쵸와 씨리얼은 포지션이 다르다. 칸쵸가 깜찍한 과자로써 모양새에 좀 더 치중한 과자라면 씨리얼은 건강과자다. 귀리를 넣어 고소함을 배가 시켰기 때문이다. 그래서 표면도 거칠고, 곡물의 진한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요즘엔 식이섬유까지 들어가서 더 건강과자가 됐다. 우유에 타먹는 것도 씨리얼이 더 맛있다.
지금이야 이렇게 말할 수 있지만 그때는 많은 동생들이 그렇듯 나도 언니의 선택을 따라가게 됐다. 씨리얼을 버리고 칸쵸를 집어 들고 계산대로 향하게 됐다. 씨리얼을 버린 이유는 언니의 선택이 더 나아 보였기 때문이다. 그땐 취향이란 게 뭔지 몰랐고, 네 살 차이 나는 언니의 선택은 늘 내 선택보다 좋아 보였다.
이제 나는 칸쵸와 씨리얼 중 무엇이 더 나은 과자인지 고민하지 않는다. 다만 그날그날 먹고 싶은 과자를 고른다. 이미 난 나의 취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나름의 호불호를 알고 있기에 그 순간 가장 원하는 과자만 고르면 된다. 더는 어린 날처럼 언니의 취향을 부러워하지도, 따라가지도 않는다. 언니는 저걸 좋아하고, 난 이걸 좋아할 뿐. 서로 다른 취향을 인정하고, 언니의 취향을 기억해 둘 뿐이다. 사랑하는 이의 취향을 기억해 두는 게 사랑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