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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예예 Aug 31. 2023

애정하는 중고신인 과자, 오사쯔에게

난 너가 공로상까지 받길 바란단다

엄마는 늘 언니와 내게 과자 사주는 걸 망설였다. 아니 세상 모든 어른들이 그랬다. 하지만 어떤 과자는 제법 흔쾌히 계산대에 오를 수 있었다. 그건 바로 구황작물로 만든 과자들이었다. 감자, 고구마, 옥수수 등 원재료가 몸에 좋다는 인식 때문이었을까. 어른들이 보기에는 초코칩보다는 감자깡, 고구마깡을 고르는게 더 좋은 선택인 것 같았다.


구황작물계 과자군에서 내 선택은 늘 감자였다. 감자깡, 포테토칩, 오감자!, 구운 감자 등이 진열된 가판대에서 뭘 고를까 행복한 고민을 했다. 고구마, 옥수수 과자는 관심 없었다. 특히 고구마 과자는 정말 취향이 아니었다. 당시 내가 경험한 고구마과자는 두 개였다. 할아버지 댁에 가면 볼 수 있는 고구마형 과자와 언니가 고르곤 했던 고구마깡. 둘다 너무 달고 끈적했다. 고구마 향이 나긴 했지만 고구마에 비할 게 아니었다. '고구마과자보다 고구마가 맛있는데 굳이?' 중1때까지 고구마 과자는 안중에 없었다.


고구마형 과자와 고구마깡


첫 만남,

고구마 과자마니아의 신상 추천

가족 중에 고구마 마니아가 있었다. 겨울이면 책상 위에 늘 고구마 껍질이 있던 사람. 내가 감자깡을 고를 때 고구마깡을 고르고, 내가 군옥수수 아이스크림을 고를 때 맛있구마를 고르는 사람. 바로 언니였다. 언니가 고등학교 2학년이 되던 무렵이던가. 이 과자가 진짜 맛있다며 왠 귀여운 포장의 고구마 과자 한 봉지를 권했다. 그때 맛본 고구마 과자는 이전 것들과는 달랐다. 먹자마자 고구마 특유의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 입 안에 번졌다. 드디어 내가 좋아하는 고구마 맛을 충분히 재현한 과자를 만난 것이다. 이 과자의 이름은 오사쯔. 우린 그렇게 만났다.


오사쯔!


오사쯔,

잠잠했던 고구마 과자계의 파격 신인

오사쯔는 오랜 시간 잠잠했던 국내 고구마 과자계의 파격신인이었다. 심지어 해외파 과자로, 일본에서 태어나 이미 맛난 과자로 인정을 받고 국내에 상륙한 과자였다. 일본 스낵 제조 전문 기업인 가루비사가 만든 이, 국내 생산자겸 판매자가 해태제과로 두 기업의 전략적 제휴의 결과물이었다.

(정보출처. 해태제과 홈페이지: 해태제과, 달콤한 고구마스낵 “오사쯔”출시)


오사쯔 화보(?) 부드러운 노란색!


그간 고구마 과자의 대표주자 고구마깡과 고구마형 과자는 끈적한 코팅에 너무 달아서 싫었는데 오사쯔는 달랐다. 가볍고 부드러웠다. 무엇보다 오사쯔는 진짜 고구마맛이 났다. 고구마를 먹을 때 기대하는 부드럽게 부서지고 녹아드는 달콤한 맛. 그 느낌을 오사쯔는 갖고 있었다. 먹어도 질리지 않았다. 몇 개 먹다 질리긴커녕 어느새 한 봉지를 뚝딱하게 되는 맛과 식감. 이 정도로 원재료 고구마에 가까운 맛이라면 다른 과자보다 건강하지 않을까 하는 근거 없는 추측도 해봤다. 과자에게 ‘질리지 않는 단맛’이란 얼마나 큰 칭찬인가.


오사쯔는 그런 과자였다. 먹을수록 차오르는 고구마맛이 매력적인 과자. 고구마 특유의 단맛을 잘 끌어낸 과자. 원재료의 오리지널리티를 훌륭하게 구현한 과자. 아쉬운 건 이 과자를 만든 곳이 국내기업 해태가 아니라 일본기업인 가루비라는 점뿐이었다.


어느덧 중견 과자 오사쯔

오사쯔가 국내에 출시되고 거의 20여 년이 지났다. 이제는 마트나 편의점에서 오사쯔를 보면 중견가수를 보는 기분이 든다. 그 장르하면 바로 떠오르는 실력파 중년 가수. 이제 어느 편의점을 가도 어엿하게 한 자리를 차지하는 오사쯔를 볼 수 있다. 고구마깡은 없어도 오사쯔는 있을 정도로 인정받는 고구마 과자가 됐다. 종종 신인 고구마 과자가 등장해 ”오사쯔 비켜! “하는 것 같긴 하지만 오사쯔는 자리를 뺏기지 않고 있다.


만듦새 좋은 물건이 오래가듯이 과자도 그렇다. 오사쯔는 고구마 앞에서도 부끄럽지 않을 풍부한 고구마맛을 갖춘 과자다. 잘 만든 과자 오사쯔를 편의점에서 오래 보길 바란다. 고구마 과자계의 오리지널로 오래도록 남아주길 오사쯔. 공로상까지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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