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손을 다쳤다

2025.02.08 율이 생후 250일의 기록

by 곰곰

자기 전, 냉동실에 얼려둔 토핑 이유식 재료들을 하나씩 꺼내 용기에 담고 냉장실에 옮겨두는 게 일상이 되었다. 큐브에 있던 토핑을 꺼내는데 잘 안 빠진다 싶어 힘을 주었는데 순간 손가락이 따가운 느낌이 들었다. 자세히 보니 오른쪽 검지 손톱 밑이 베었다. 베인 부분 위로 피가 맺혀 있었다.


실리콘 큐브에 베인 것인지, 재료가 냉동된 만큼 날카로운 얼음 조각에 베인 것인지 예상치 못한 상황에 황당했다. ‘소고기, 애호박, 양파’를 차례대로 꺼낸 건데 셋 중에서 무얼 꺼내다가 베었는지도 모르겠다.


손이 베인 건 베인 건데 피가 맺힌 걸 봤고 율이가 먹을 이유식 재료에 묻었을까 봐 상당히 찝찝했다. 3가지 재료는 내가 먹기로 결정하고선 다른 용기에 옮기고 결국 다시 꺼냈다.


손가락이 베였을 때 순간 속상하기도 했다. 손을 닦고 보니 베인 상처는 0.5cm 정도였다. 0.5cm는 작다고 할 수 있지만 얼어있는 이유식 재료를 꺼내다가 베인 것이라 생각하니 ‘이렇게까지 베인다고?’ 하며 어이가 없었다. 빳빳한 A4 종이에 베인 것처럼 생각보다 따끔거렸다.


며칠 전에는 오른쪽 엄지손톱 옆에 살이 베었는데 아무래도 이유식 다지기 칼날을 설거지하다가 베인 것 같았다. 그때 한동안 다친 줄 모르다가 우연히 손을 봤는데 엄지손톱의 반가량이 빨갛게 피로 물들어서 알게 됐었다. 부랴부랴 손을 씻고 약을 바르고 밴드를 붙였다. 오른손잡이인데 오른손 엄지를 다치다 보니 이유식 먹이기, 설거지 등 여러모로 불편했었다. 다친 부위도 애매해서 살이 잘 붙지 않는 듯했다. 크기에 비해 따끔거리는 정도가 꽤 지속됐었다. 또 얼마 전엔 왼쪽 손등을 다쳤는데 1.5cm가량 세로로 상처가 난 게 아예 흉이 져버렸다.


다리, 무릎에서 멍이 발견되는 일도 생겨난다. 급하게 움직이다가 찧어서 멍이 든 것이라 생각하지만, 막상 멍을 보면 "왜 멍이 들었지?" 하며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엊그제는 찐 파프리카 껍질을 벗기다 '환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제는 닭고기를 삶은 후 냄비가 너무 안 닦여서 번거롭다 싶었는데, 잘 먹는 모습을 보면 다 녹는다. 갑자기 솟아나는 힘. 이유식은 지금까지 내가 겪은 육아 중 화룡점정이다. 이토록 번거롭고, 이토록 대단한 일. 요즘의 육아는 그렇게, 굴러간다.


20250208.jpg 이유식을 잘 먹어주는 율이가 참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