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식, 매력 있다!

2025.02.13 율이 생후 255일의 기록

by 곰곰

"아, 기특해" "율아, 숟가락을 들었어?"

이유식을 한지 두 달 반 정도가 됐다. '이유식은 매력적이다!' 두 달 반이 된 오늘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제는 율이가 간식으로 딸기를 먹었는데 양이 부족해서 칭얼댔다. 식탁 위에 찐 브로콜리를 식히려고 두었는데 꽃송이 부분을 칼로 작게 잘라줬다. '이 크기를 먹을 수 있을까?' 하며 줬는데 야무지게 집더니 먹는 것이었다! 우리 율이가 이제, 정말 핑거푸드를 먹는구나. 야무지게도 먹네, 기특하다 싶었다.


오늘 두 번째 이유식 때 율이가 하이체어에서 칭얼댔다. 이유식은 전자레인지에서 데우는 중이었다. 식탁 위에는 쌀오트밀죽을 큐브에 옮겼던 작은 스파츌라가 있었다. 스파츌라에는 쌀오트밀죽이 붙어있었고 율이 에게 쥐어줬다. 그렇게 나는 이유식을 차릴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율이를 보니 쌀알들을 먹고 있었다.


데워진 이유식을 본격적으로 먹이기 전에 숟가락에 쌀오트밀죽을 떠서는 실리콘 식판 위에 두었다. 율이는 숟가락에서 쌀오트밀죽 부분을 쥐더니 입으로 가져갔다. 숟가락은 세로로 들어갔고 이내 빼서는 숟가락을 던졌다. 다른 숟가락을 꺼내서 쌀오트밀죽을 떠서 실리콘 식판 위에 다시 두었다. 율이는 손잡이 부분이 아닌 음식이 있는 부분을 쥐더니 입으로 가져갔고 아이스크림을 빨아먹듯이 촙촙 빨아서는 일부를 먹었다. 그러고는 다 먹었다는 표시를 하듯 숟가락을 던졌다.


"율아, 숟가락으로 먹은 거야? 아, 기특해... 우리 율이 언제 이렇게 컸지?"


신기해서 또 숟가락에 쌀오트밀죽을 떠서는 실리콘 식판 위에 두었다. 율이는 또다시 입으로 가져가선 촙촙 빨아먹듯이 먹고 숟가락을 내던졌다. 다 먹었다는 신호 같았다.


그렇게 두 번째 이유식은 "율아, 언제 이렇게 컸어?" 하며 기특하다는 눈빛으로 율이를 바라보며 진행했다. 어제 브로콜리 핑거푸드에 이어서 오늘은 양송이버섯을 핑거푸드처럼 작게 잘라서 식판에 두었는데, 중간중간 버섯을 집어먹었다.


이유식을 마치고 이유식 재료로 당근을 쪘는데 다지기는 사용하지 않았다. 핑거푸드로 줄 생각으로 크게 썰었다. 이유식을 한지, 두 달 반. 이유식 참 매력 있다! 율이가 성장했다는 것을 이토록 여실히 보여주는구나 싶었다.


두 달 반 만에 밥도 되직하게 먹고, 제법 커진 덩어리를 먹고 있다. 정말 놀랍고 기특하고 신기하다. 식판은 물론이고 바닥, 얼굴, 손까지 치울 일은 더 늘어났지만 성장한 모습이 아주 여실히 보여서 치우는 건 일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다지기를 이제 안 써도 된다니! 좋다 좋아... 율이가 커갈수록 육아가 더 수월해진다. 커갈수록 난 좋은데 정말! 정말 기특한 율이.. 내일이 기대되는 이유가 있다면 핑거푸드용 당근을 어서 줘보고 싶다!

육아는 체력이 저 밑바닥에 떨어지고, 그 체력을 다시 주워 올릴 힘조차 없다고 느껴질 때도 많다. 그런데도 신기하게, 이렇게 설레는 내일을 만들어준다. 내일 당근 한 조각이 보여줄 또 다른 성장. 그게 오늘을 버티게 한다. 사실, 육아는 설레는 내일을 만들어주는 아주 신기한 일이다.


20250213.jpg 이유식 여정은 어마어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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