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고기, 1일 1야채를 선언하다

2025.02.20 율이 생후 262일의 기록

by 곰곰

아침부터 컨디션이 몹시 좋지 않았다. 어젯밤부터 오른쪽 귀 안쪽이 찌르듯이 아팠다. 날카로운 통증이 간격을 두고 이따금씩 찾아왔다. 겨우 잠은 들었지만 자고 일어나서도 통증이 있었다. 30분마다 통증이 생겼다 사라지는 했다. 여전히 골반염의 여파로 아랫배는 아팠고 기분도 같이 처졌다.


율이가 부엌으로 가려고 하길래 아예 거실에서 놀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했다. 율이는 아기 욕조로 만든 볼풀장에서 놀았고 나는 누운 채로 율이를 바라봤다. 점심시간에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내 안부를 챙기는 연락이었다.


"어젯밤부터 오른쪽 귀가 찌르듯이 아파"


남편은 '부비동염' 아니냐고 했다.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아서 어쩐지 안심이 되었지만 골반염에 이어 부비동염이라니 기분이 더 가라앉는 듯했다. 친정 부모님이 집으로 와주신다고 해서 부랴부랴 경과를 보러 산부인과에 다녀왔다. 다행히 자궁에 찼던 물은 꽤 많이 흡수되었고 배를 눌러보며 체크를 해도 이전보다 나았다. 산부인과에서 처방받은 약은 주로 항생제라서 부비동염이라 추측되는 통증도 이 약을 복용하면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이비인후과는 가지 말고 집에 갈까 하다가 거리도 멀지 않으니 가보자 싶었다.


"어젯밤부터 귀 안쪽이 찌르듯이 아파요."


의사는 귓속을 장비로 보더니 '신경통'이라는 아주 뜻밖의 진단을 내놓았다. 통증을 꽤 호소하는 분들이 많다며 약을 처방해 줄 테니 아플 때 복용하라고 했다. 처음 들어보는 병명에 다소 당황한 채 진료실을 나와서는 서둘러서 약국에 가서 약을 짓고 집에 빠르게 왔다. 집에 가니 현관까지 율이가 마중을 나왔다. 고마워, 우리 아들. 친정 엄마 아빠께 내 상태를 공유하곤 화장실로 갔다.


거울 앞에 서보니 콧잔등에 짙은 주름이 눈에 들어왔다. '아니, 주름이 언제 이렇게 진해진 거지? 화장으로 가리면 되지 뭐...' 하면서도 속상했다. 가만 보니 아랫입술 끝에 포진이 생긴 게 보였다. 또 앞머리 쪽엔 흰머리 한 가닥도 보였다. 기가 찼다. '아니, 나 언제 이렇게 된 거야?'


화장실에서 나오니 처지는 마음도 잠시, 율이와 정신없이 놀며 시간을 보냈다. 율이는 현관문 쪽으로 가서 잡고 섰는데 그 모습에 웃음이 빵 터져버렸다. 오동통한 발, 두툼한 발목, 다부진 허벅지가 웃음 버튼이었다.

맞다. 나는 우리 율이에게 웃음 치료를 받고 있다. 우리 엔돌핀, 율돌핀.


오늘 오전 이유식 시간에 율이를 보며 태몽에서 봤던 돌고래가 떠올랐다. 요즘 자율성을 주려고 숟가락도 쥐게 하고 핑거푸드도 자주 주었다. 몸이 아프다 보니 치울 거리를 줄이고자 내가 다 먹이는 쪽으로 바뀌었다. 그게 미안해서 숟가락을 요리조리 움직이며 입에 이유식을 넣어줬는데 율이는 재미있는지 웃었다. 웃는 모습이 딱 태몽에서 봤던 돌고래를 닮아 있었다. 바닷속에서 고개를 반쯤 내밀고 날 보고 웃고 있던 그 귀여운 돌고래처럼. 태몽 해석을 보면 가족과의 유대감이 좋다는데 의미마저 마음에 쏙 든다.


크게 웃고 나니 처졌던 기분도 올라오고 정신이 들었다. 내 몸을 잘 챙기자는 다짐을 했다. 하루에 1번 고기를 먹고 하루에 1번 야채를 먹자! 그렇게 '1일 1고기, 1일 1야채'를 선언했다. 마침 친정 엄마께서 제육볶음을 사 오셨다. 고기도 먹고 율이가 안 먹어서 내 몫이 되어버린 시판 이유식을 꺼내 밥이랑 같이 먹었다. 그렇게 오늘 하루 '1일 1고기, 1일 1야채' 목표를 달성했다.


율이가 잠들기 전,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뜻대로 되지 않자 울었는데 그 모습이 정말 아기 같았다. 우리 아기, 율아. 우리 율돌핀! 내일은 더 많이 웃자. 사랑해. 오늘의 사랑을 더해 내일은 더더 사랑해!


20250220.jpg 나는 율이 발을 보면 왜 이렇게 웃음이 터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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