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가 흐르고 있었네?

2024. 06. 09 아기 생후 6일의 기록

by 곰곰

어제 밤에도 변비와의 사투를 벌였다. 소변을 보러 화장실 가면 자꾸 항문까지 대변이 걸렸다. 그리고는 나올질 않았다... 변비로 배도 아프고 수술 부위 통증도 있고 정말 미칠 것 같았다.


화장실에 가서 앉을 때 마다 상체에서 분유 냄새 같은 게 은은하게 났다. ‘아기를 안았다가 묻었나?’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기엔 통증으로 ‘분유 수유도 두 번 밖에 못 해봤는데...’ 하며 다시 변비 해결 방법을 검색했다.

새벽에 잠에서 깼고 가슴 부위가 딴딴하고 아픈 게 느껴졌다. 아침이 됐을 땐 가슴 부위를 살짝 만졌는데 아무래도 도움을 요청해야 할 것 같았다. 조리원에 온 첫째 날, 유축기 이야기가 잠깐 나왔었고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하셨던 게 생각나서 내선번호로 전화를 했다.


가슴이 아프다고 하니까 유축을 해야 할 것 같다며 설명을 해주셨다. 내가 처음이라고 모르겠다고 하니까 방으로 와주신다고 했다. 그 사이 장에 있던 조리원 유축기를 꺼내 콘센트를 연결해두고 주변정리를 하며 기다렸다.


오셔서는 유축기 작동 방법과 유축 방법을 알려주셨다. 그러면서 지금 해보자며 유두 쪽에 깔대기를 대라고 하셨다. 왼쪽부터 대보려고 브래지어를 벗었는데 양쪽 속옷 안쪽이 모유로 다 젖어있었다.

어제 아프지 않았냐며 이 정도면 많이 아팠을 것 같다고 하셨다. 밤부터 아프단 생각은 들었는데 이런 줄은 몰랐다고 어쩐지 자꾸 옷에서 분유 냄새가 나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깔대기를 대고 한쪽씩 번갈아가며 3세트를 하라고 하셔서 했다. 또 아플까봐 겁이 났는데 생각보다는 괜찮았고 모유가 조금씩 맺히면서 젖병으로 내려가는 게 신기했다. 그리고는 브라에 젖은 모유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유가 아가한테 그렇게 좋다는데... ’ 3번씩 유축을 끝내고 양은 적었지만 아기가 초유를 먹는다고 생각하니 정말 기뻤다.


유축을 하면서 세브란스 때 봤던 아가 영상을 봤는데 기분이 묘했다. 니큐부터 있던 영상이라서 그랬는지 몸에 좋은 것만 들어있다는 초유를 먹고 정말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축을 마치고 다시 전화를 걸었고 이제 어떻게 하면 되냐고 여쭈니 네임팬에 기록해서 모유냉장고에 넣어두라고 하셨다. 그리고나서는 지금 어떻게 가슴 부위를 마무리해야할지 여쭈고 전화를 끊었다.


복도로 나가서 유축기 안내 코너로 갔다. 네임팬으로 이름 , 호실, 날짜, 유축량 등을 적고 젖병에 붙인 뒤 모유냉장고에 넣어두는데 뿌듯했다. 어제 밤까지 변비 해결 방법에 꽂혀 있어서 젖 도는 건 아예 놓치고 있었는데 얼떨결에 숙제 하나를 또 끝낸 기분이 들었다.


다시 방으로 돌아와서는 뒷정리를 하며 아가를 생각하며 입 밖으로 말했다. "송송아, 진짜 저거 남기지말고, 게우지말고 다 먹어줘! 아까워. 알겠지? 엄마도 우리 송송이 좋은 거 주려고 진짜 노력했어. 꼭 다 먹어 !!"

그리고서는 남편에게 "그냥 목구멍으로 넣어주면 안되나?" 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보았다.


애를 써서 숙제 하나를 끝내고 나니 배가 고프다. 아침에 놓친 철분제를 쪽쪽 빨아먹고 나머지 영양제도 때려 넣어야겠다. 이제 유축의 시작인가..! 3시간 마다 하라는데 아기만 잘 먹어주고 잘만 나와준다면 열심히 해볼 의향은 있다!


모유를 냉장고에 넣고서 방으로 돌아왔을 때 청소하시는 분이 계셨다. 전화벨이 울렸었다고 알려주셨다. 신생아실에 전화하니 지금 아기가 깼는데 모유수유 가능하시냐고 해서 조금 전에 모유냉장고에 초유를 넣고 왔다고 하니 "그럼 이걸로 먹일게요." 하신거다. 그래서 더 실감이 났던 것 같다.


호르몬 따라 자동으로 몸이 바뀌고 있다. 인체의 신비에 놀라울 뿐이다. 부랴부랴 수유 브라도 추가 주문하고 아는 동생이 챙겨준 수유패드도 꺼내서붙여 놨다. 또 퀘스트를 깨고 시작되는 새로운 일상을 마주하며 얼떨떨하다. 배는 계속 고픈데 어서 점심시간이 왔으면 좋겠다.


20240609(1).jpg 출산 6일 차, 유축기를 처음 사용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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