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7. 11 율이 생후 38일의 기록
율이 수유 시간이 남았는데 울려고 해서 쪽쪽이를 물리려다 낮에 사용한 게 마르지 않았길래 내 젖꼭지를 물리자 싶었다. 잘 물고 있길래 ‘그래 이렇게 조금만 버텨줘’ 싶었다. 꽤 시간이 흘렀고 여느 때처럼 수월히 수유를 했고 트림을 시키려는데 배가 무진장 고파왔다.
시간을 보니 어느새 저녁 먹을 시간이 넘어있었다. 남편은 회식이라 늦는다고 했다. 율이를 안은 채 식탁으로 가서 먹을 것을 찾으며 두리번 거리다 식탁 위에 견과류를 발견했다. 뚜껑을 열고 한 움큼을 잡아서 우걱우걱 먹었는데 먹고 나니 더 배가 고팠다.
어떤 브랜드의 신생아 아기띠를 하면 아기 허리가 세워져서 트림도 수월하다는 제품 상세페이지가 와 닿았었고 나 또한 아기띠를 하고 트림을 성공시킨 적이 있었다. 고민하다 아기띠로 율이를 안고 밥을 먹기로 했다.
부엌엔 싱크대 쪽만 불이 켜져 있었는데 부엌 불을 완전히 켜면 율이가 많이 눈부실 것 같아서 어두운채로 먹기로 했다. 미역국을 데우기엔 일이 커질 것 같아서 냉장고에 있던 카레를 꺼내서 전자레인지로 돌리려고 했다. 통에 담겨 있는 카레를 꺼내다가 바닥에 떨어뜨렸다. 카레를 꽤 쏟았는데 바로 닦지 못하고 일단 통에서 덜어서 데웠다.
김도 꺼내고 콩자반도 꺼내며 일단 뭐라고 먹자 싶었다. 첫술을 김에다 먹었는데 김을 싸다가 율이 머리 위에로 김 가루가 떨어질까 봐 피해서 먹는 상황이 웃겼다.
부엌은 어둡고 아기띠로 율이를 안은 채로 저녁을 먹는데 그 모습이 스스로 웃겼다. 왠지 육아툰에 나오는 그런 장면 같아서 말이다.
다 먹긴 했는데 웃긴 이 상황을 남편이 봐줬으면 하는 마음에 남편이 지금 도착하면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시간을 보니 남편을 기다리긴 어려울 것 같아 일단 정리를 했다.
율이를 아기 침대에 내려놓고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대체 언제 오냐고 말이다. 남편이 드디어 집에 왔다. 율이가 또 손톱으로 얼굴을 긁어서 다시 깎아줘야 되겠다는 말을 하다 시선이 내 손톱으로도 향했다. 어제 깎으려다 놓쳤는데 그새 길어진 듯 했다. 내 손톱을 먼저 깎자 싶어서 손톱 깎기를 꺼냈다고 생각하고 깎았는데 발톱 깎기였다.
세상에나. 지금까지 이런 적이 없었는데!
저녁 시간의 결론은 ‘남편의 빈자리가 컸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