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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다서영 Oct 29. 2023

이름 모를 새 한 마리

짧은 이야기(시)

폭풍우가 몰아치는 어느 날 밤,
가파른 벼랑 틈 사이로 비바람에 흠뻑 젖은 이름 모를 새 한 마리가 바들바들 떨고 있다.


조금만 더 안으로 들어가면, 사납게 울부짖는 비바람을 피할 수 있을 텐데,
조금만 더 날아오르면, 날카로운 벼랑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을 텐데,
그는 왜 안쓰러운 날갯짓을 하염없이 퍼덕이며, 폭풍우의 경계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무엇을 위해서.
누구를 위해서.


뽀송뽀송한 아기 새 한 마리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따스한 안식처에서 곤히 잠들어 있다.
편안한 자장가가 아기 새의 작은 귀를 조심스럽게 간질인다.


‘아가, 날카로운 벼랑의 공포 따위 넌 몰라도 된단다.
사납게 울부짖는 비바람 소리도 들을 필요 없단다.
아직은 너에게 세상의 두려움 따위 알게 하고 싶지 않구나.‘


어두운 절벽에서 쉴 새 없이 떨어지는 날카로운 빗방울을 온몸으로 맞으며,
이름 모를 새 한 마리가 바들바들 떨고 있다.


그의 안쓰러운 날갯짓이 퍼덕일 때마다,
아기 새의 기분 좋은 흥얼거림이 폭풍우를 뚫고 귓가를 간질인다.

당신의 귓가를 간질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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