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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해정 Feb 09. 2020

내 안의 침잠, 내향기

나의 내향기는 현재 진행형




아니마, 아니무스로 유명한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


융의 심리학을 다시금 짚어주는 강의에서
새롭게 배운 개념 #내향기


물론 융님이 만드신거구요.


융은 프로이트 학파와 결별하면서
뼈아픈 일들을 겪었다.


사람들의 배신, 모욕, 비난.

믿었던 사람들과의 결별.


그래서 7-8년을 내향기라고 하는 시간을 가졌다.


융에 대한 강의는 독특하게도
융의 생애를 짚으며 진행된다.
남의 생애랑 이론이 무슨 상관인가 싶다가도
강의를 다 듣고나면 아하! 이해가 되는 마법.



융은 자신이 죽기 전에는
전기를 절대 내지 않으려는 사람이었다.


자서전을 준비했지만
죽고나서 내라는 그를 설득한 제자들 덕분에
죽기 몇년 전에 출간함.



그는 나이들어 일생을 되돌아보며
자신의 인생을 복기한 것으로도 유명하며
그의 생애주기는 그의 심리학이론과
많은 연관이 있다.


그가 나이가 들어 지난 그의 삶을 복기해보니
그의 삶 몇년 간은
그 자신의 내면을 탐구하는 시간이었고,
그 기간에 탐구하고 연구했던 것들은
더 큰 깨달음, 그의 연구업적과 이론의 발견으로
돌아왔다.



그는 일생에 있어서
자기 자신 안에 침잠하는 시기가 있다,
그것이 내향기라고 말한다.






나의 내향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작년 초, 임파선염을 크게 앓으면서
일을 많이 줄였다.


대외적 프로젝트 외에
컨설팅업무는 거의 중단했다.


임파선염이 계속 번져서
병원에서 백혈병이라고 겁주는 것도 있고ㅠ
절대 안정해야 낫는지라.
조금만 일해도 멍울이 번져버림..


그래서 결혼준비도 딱히 열심히 할 생각없었으나
강제로 대충하게 됨.


무튼 처음엔 아파서 몰랐고
나중엔 일을 쉬니까 신났는데
어느 순간 또 돌아보니
도태되는 것 같아 두려워진다.


그러면서도 다시 예전처럼
활동할 엄두가 나지 않는 요즘,
융이 말한 내향기에 접어 들었다고 본다.


머릿속에 떠돌아다니는 생각은 많은데
정리가 되지 않는 것에 좌절했는데
그 유명하고 위대한 융도
내향기를 7-8년을 가졌다하니
(심지어 시기도 비슷한 때에 )
위로가 되는 참이다.



2019년은 몸은 아팠지만
결혼도 했고 에뛰드, 신라면세점 처럼
멋진 브랜드들과 함께 일해서 행복했다.



그동안의 일해왔던 내 커리어에 대한
정점, 보상이라고 해야하나.
 


내향기엔 또 자기수양을 거쳐서
새롭고 재미있는 컨텐츠들을 선보이고싶다.


지금 벌인 일들을 서둘러 정리하기보단
깊이 묵혀서 숙성시켜서 내놓아야지.


내향기라는 말 참 좋다.

사람이 조급해지기 쉬운데
원래 그런 게 있다고 생각하니 위로가 된다.


이렇게 잠시 쉬어가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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