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漢詩) '섣달그믐 밤에(除夜作)'
설이 다가오는 즈음이면 자주 생각나는
당나라 사람 고적(高適, 700-765)의 시 한 수.
除夜作 (제야작)
旅館寒燈獨不眠 (여관한등독불면)
客心何處轉凄然 (객심하처전처연)
故鄕今夜思千里 (고향금야사천리)
霜鬢明朝又一年 (상빈명조우일년)
섣달그믐 밤에
주막집 등불은 쓸쓸하고 홀로 잠 못 이루는데
나그네 마음은 어이해 이다지도 애달픈고
고향은 이 밤 따라 아득히 멀기만 하고
서리 내린 귀밑머리에 내일 아침이면 또 한 살
아무리 아니라고 우겨봐도
남의 땅에 발붙이고 사는 심정에
설이 다가오는 때
음력으로 한 해가 저물 때면
아무래도 조금쯤 마음이 가라앉게 마련.
마흔 넘은 나이에 태평양 건넜고
어 어 하다가 60대 중반으로 진입한 사람의 마음은
더욱더 가라앉기 마련.
게다가
오래전에 아버지 가시고
몇 해 전 어머니도 가시고나니
설이 더욱 쓸쓸......
이렇게 옛 한시를 통해
고금의 동병상련을 나누면서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