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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Feb 25. 2021

1. 행복을 심어주다.

(태교일기) 내가 엄마가 된다면 - 2편. 내려놓음

 아이가 처음 세상에 나와 내 품에 안기던 날을 기억한다. 조그마한 얼굴과 몸을 보며 생명의 경이로움을 느꼈다. 너무 감사하고, 너무 행복해서 정신 없는 와중에도 아이를 바라보며 감동하고, 눈물이 났었다. ‘건강하고, 행복하게만 자라렴.’ 그 생각만이 머리에 가득했다. 건강한 모습으로 자란다면 바랄 것이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이가 나이가 들었을 때, 참 행복했다고, 세상에 태어나길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아이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뿐이었다.


 살다 보면 아이를 처음 만나던 그 날의 다짐을 깜박하고, 나도 모르게 욕심이 일어날 때가 있었다. ‘아이가 공부를 좀 더 잘했으면’, ‘대회에 나가 상을 탔으면’, ‘돈을 많이 벌었으면’, ‘번듯한 직업을 가졌으면’ 하고 말이다. 그럴 때면 아이가 태어나던 날의 사진을 보며 다시 그 날의 다짐을 떠올렸다.


 ‘그 어떤 것보다도 아이가 행복하게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등수, 돈, 지위와 같이 겉으로 드러나는 조건들이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라, 깊은 내면에서 울리는 사랑과 감사를 느끼는 사람만이 행복을 얻을 수 있다.’


 아이가 조금 컸을 때, 창 밖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아이와 행복에 관하여 대화를 나누었다.

 “환희야, 엄마는 환희가 행복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

 “네? 행복한 사람이요?”

 “응. 행복한 사람.”

 “행복한 사람은 어떤 사람인데요?”

 “음… 얼굴에 미소와 웃음을 머금고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야. 환희가 친구들과 놀 때 막 신나서 계속 ‘하하하, 호호호’하며 웃잖아. 그리고 아빠랑 엄마랑 같이 밥 먹을 때 재미있는 이야기 하면서 먹다 보면 또 웃잖아. 책 다 읽었을 때, 그림 다 그렸을 때도 너무 뿌듯해서 얼굴에 미소 짓잖아. 그렇게 웃는 사람들이 행복한 사람들이야.”

 “웃지 않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럼. 행복하지 않고, 마음에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잘 웃지 않아. 친구들 중에 잘 웃지 않는 친구가 있는지 생각해 봐. 잘 웃지 않는 친구는 분명 마음 속에 무언가 힘든 일이 있을 거야. 환희도 갖고 싶은 인형을 못 샀거나, 학교에서 시험 봤는데 잘 못 보면 기분이 우울해지고, 울 때 있잖아. 그런 마음이 들 때면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이 들게 되는 거야.”

 “그러면 항상 행복할 수는 없겠네요?”

 “물론 살면서 항상 웃는 일만 있지는 않지만, 되도록 많이 웃으며 살 수는 있어. 사는 동안 웃는 시간이 더 많은 사람은 더 많이 행복하다고 얘기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웃다 보면 기분이 좋아지거든. 그래서 또 웃게 되고.”

 “어떻게 하면 더 많이 웃을 수 있을까요?”

 “환희가 얼마 전에 인형 못 샀다고 운 적 있잖아. 그 때 환희 마음이 많이 속상했을 거야. 엄마도 갖고 싶은 물건이 있는데, 못 사고 지나치면 그 물건이 자꾸 생각나고 후회하는 마음도 생기고 그렇거든. 그런데 그렇게 자꾸 내가 갖지 못한 것을 생각하다 보면 점점 속상할 뿐이야.”

 “맞아요. 저도 그날 많이 속상했어요.”

 “그랬구나. 그럴 때 내가 갖고 있는 것들을 떠올려 보는 거야. 환희한테 이미 있는 인형들, 장난감들을 생각해 볼래? 친구들과 같이 가지고 놀면서 재미있었던 시간들을 떠올리고, 또 나중에 친구들하고 그 인형으로 놀이하는 상상을 해보는 거야. 그때 그 인형을 사지 못했더라도, 친구들하고 재미있게 놀 수 있겠지? 어때?”

 “사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으로도 놀 수 있기는 해요.”

 “응. 그렇게 갖지 못한 것보다 갖고 있는 것들을 감사하게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져.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행복이 결정되는 거지. 이렇게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마음을 뭐라고 부르는지 아니?”

 “음… 글쎄요.”

 “이런 마음을 긍정이라고 해.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는 거야. 시험을 못 봤다고 좌절하기 보다는, 이번에는 못 봤지만, 다음에는 더 열심히 해서 잘 봐야겠다고 마음 먹는 사람은 긍정적인 사람이야. 물건을 망가뜨렸다고 하루 종일 걱정하기 보다, 솔직하게 망가뜨린 것을 이야기하고, 다음부터는 조심하겠다고 이야기 하는 사람도 긍정적인 사람이고. 긍정적인 사람들은 걱정하고, 불안해 하기 보다는, 다음 번에 자신이 노력하면 잘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두려움이 없고, 마음이 평온하고, 또 밝아.”

 “엄마, 나도 긍정적인 사람인 것 같은데요?”

 “맞아. 환희는 긍정적인 사람이야. 늘 밝고, 많이 웃고,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고 하니까. 그리고 환희야,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들은 자신만 행복한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행복하게 만들어 준단다.”

 “내가 웃으면, 아빠랑 엄마도 웃는 것처럼요?”

 “응. 행복 바이러스가 여기저기 퍼지는 거야. 행복한 사람은 마음에 여유가 있어 다른 사람들을 사랑할 줄 알고, 배려할 줄 알고, 양보할 줄 알지. 그래서 함께 있는 사람도 같이 행복해지는 거야. 함께 웃게 되고. ”

 “엄마, 나도 많이 웃으면서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응. 엄마는 정말 환희가 많이 많이 행복했으면 좋겠어.”


 그렇게 우리는 행복에 관하여 대화를 나누고는 했다. 아이가 행복하게 사는 법을 터득해서 하루라도 더 웃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엄마로서 나는 매우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이 성적이 좋고, 돈이 많고, 지위가 높다고 자랑하는 것이 부럽지 않았다. 아이도 그러한 외적 조건들은 삶의 수단일 뿐, 목적일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다. 아이는 1등이 되기 위한 공부, 공부를 위한 공부를 한 것이 아니라, 배우는 것이 즐거운 공부, 삶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공부를 했다. 돈이 많이 벌고 싶어서 돈을 벌겠다고 말하지 않고, 자신이 행복해지고, 다른 사람들도 행복해지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싶다고 했다. 아이는 결과에 일희일비 하지 않았다. 마음이 풍요로웠고, 삶도 풍요로웠다.


 아이의 마음에 행복이 심어졌다. 아이는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사소한 이야기에도 웃었다. 자신의 행복을 다른 사람들과 나눌 줄도 알았다. 그렇게 나눈 행복이 더 큰 행복이 된다는 것도 경험하며 살아갔다. 엄마로서 가장 자랑스러운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아이가 행복한 사람으로 큰 것이라 이야기하고 싶다.


*파란색 글은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며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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