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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Mar 09. 2021

1. 행복이 행복을 부른다.

(태교일기) 내가 엄마가 된다면 - 3편. 행복

 책상 위 벽에 색바랜 메모지 한 장이 붙어있다. 메모지에는 ‘성공이란, 사회에 공헌하여 세상을 밝힐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늘 긍정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것, 사랑하고 행복하며 웃을 수 있는 한 많이 웃으며 사는 것’이라 적혀있다. 20대 중반, 미래에 대해 한창 고민하던 나이에 적어 두었던 메모가 사는 내내 나와 함께 하였다. 앞날이 불안하다고 느낄 때 마다 이 세 가지는 삶의 등불처럼 나를 이끌어 주었다.


 엄마가 된다는 것을 알았을 때, 기쁘고 설레기도 했지만 어떻게 아이를 낳고 길러야 할지 막막하기도 했다. 그 때 이 메모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결심했다. ‘엄마가 되는 것도 내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과 다르지 않겠지. 아이와 함께 사랑하고 행복하며 웃을 수 있는 한 많이 웃으며 살자. 아이를 위해서, 그리고 나를 위해서 행복한 엄마가 되자.’


 이케가와 아키라 저자의 ‘아기는 뱃속의 일을 기억하고 있다’라는 책 속에는 엄마 뱃속에 있었을 때부터, 출산하는 과정까지의 일들을 기억하는 아기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뱃속에서의 따뜻했던 기분, 혹은 불안했던 감정, 출산 시의 두려운 느낌 등 아기들은 신기하게도 그 때의 일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임신한 동안 스트레스를 받거나, 누군가와 자주 싸우면 아이도 예민하고, 신경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얘기도 들어봤던 터라, 엄마의 마음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행복한 아이로 자랄 수 있기를 바랬다. 그래서 내 삶을 바꾸기 시작했다. 스트레스 받는 일들은 되도록 하지 않았고, 주변 사람들의 말도 신경 쓰지 않았다. 빡빡하게 살아오던 삶을 느슨하게 만들고, 힘든 일은 주변 분들에게 도움을 부탁하면서 지냈다. 정말 고맙게도 주변 분들은 나를 많이 이해해주었고, 도와주었다. 조금은 이기적일지 몰라도, 아이를 위해 나의 행복에 집중했다.


 내가 웃을 때, 아이도 웃을 거라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졌다. 남편은 언제나처럼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해주었고, 덕분에 많이 웃을 수 있었다. 임신 26주차쯤에는 조산 위험이 있다는 병원의 진단을 받고, 바로 휴직을 냈다. 그리고 이전보다 더 내 몸을 이완하고,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하며, 많이 웃으며 지냈다. 가까운 둑길을 산책하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기분을 풀기도 했다. 가끔 화가 나거나, 기분이 안 좋거나, 슬픈 일이 있을 때는 아이에게 왜 그런지 이야기해주었다. 그렇게 이야기하다 보면 내 마음이 풀리는 듯 했고, 아이의 마음도 풀리는 것 같았다.


 아이를 낳고 난 후에도 행복한 엄마가 되기 위한 나의 노력은 계속 되었다. 아이는 부모를 보면서 자란다고 했다. 부모가 행복하면 아이도 행복한 법을 배우고, 부모가 불행하면 아이도 불행한 법을 배울 것이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위하여 늘 마음이 어디로 향하는지 살피고, 그 마음을 다스릴 수 있도록 했다. 하루 10분 이상 명상의 시간은 부정적인 마음들을 떨쳐낼 수 있도록 하였고, 다시 밝은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었다.


 행복은 애쓴다고 얻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매 순간 내게 주어진 것들에 감사할 때면, 행복은 어느새 내 곁에 와 있었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씩 감사 일기를 썼다. 아이에 대한 감사, 남편에 대한 감사, 일에 대한 감사, 가족들에 대한 감사, 삶에 대한 감사. 이렇게 감사 일기를 쓰고 나면 잠시 잊었던 행복이 가슴 가득 차오르고, 정말 모든 것이 다 잘 될 것 같은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아이도, 남편도, 일도, 가족들도, 삶도 더 소중하게 느껴지고, 더 사랑하게 되었다. 그리고 행복할 수 있는 삶에 또 다시 감사해했다.


 행복은 밖에 있지 않았다. 상황이 원망스러울 때 언제나 변해야 했던 것은 내 마음과 내 행동이었다. 아이가 짜증을 내는 날, 남편이 화를 내는 날,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날에 나도 같이 휩쓸려 화를 내면 상황은 늘 악화되었다. 하지만 한 발짝 물러서서 상황을 이해하고, 마음을 부드럽게 가지면 신기하게도 짜증과 화는 누그러지고, 큰 문제처럼 보였던 일이 스르르 풀어졌다. 미안함과 서로에 대한 배려와 고마움이 우리의 마음을 평온하게 했다. 주변을 살펴보게 한 마음의 여유가 나를 다잡아 주었다.


 삶을 뒤돌아보면, 진심으로 행복하고, 감사한 일들이 참 많았다. 엄마로서 아이와 함께 성장해온 시간들은 너무나도 행복했다. 같이 울고, 웃던 순간, 마주보고 앉아 이야기 나누던 순간, 손 꼬옥 잡으며 사랑한다고, 힘내라고 이야기하던 순간, 모든 순간이 스쳐 지나간다. 어찌 보면 감사하지 않은 시간이 있었던가 싶다. 내가 여전히 글을 쓰고, 강의를 하고,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도 참 감사한 일이다. 가족들의 이해와 응원이 없었다면 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참, 고맙다. 길가의 들풀도, 시원한 바람도, 소박하게 빛나는 밤하늘의 별도 모두 고맙다. 감사하고, 행복한 일들을 되짚어보면, 마음은 늘 따뜻하고, 풍요로워진다. 이러한 마음이 내 행복을 지키는 원동력이었던 것 같다.


 내 삶의 행복보다 더 큰 기쁨은 아이 삶의 행복이었다. 아이는 엄마와 아빠의 행복을 보고 자랐고, 행복한 사람으로 커갔다. 사소한 것에서도 아름다움을 보고, 하찮아 보이는 일도 즐겁게 했으며, 작은 배려에도 감사해하였다. 바쁜 와중에도 삶을 돌아보는 여유를 지녔으며, 힘든 와중에도 웃으며 어려움을 극복하는 에너지를 지녔다. 자신이 가진 것을 소중하고, 감사히 여겼으며, 자신의 것을 나눔으로써 행복을 나누고, 기쁨을 얻는 법도 알고 있었다. 아이는 나를 항상 미소 짓게 하였다. 행복한 아이를 바라보면 마치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가진듯한 기분이 들었다.


 산 꼭대기에서 메아리가 울려 퍼지듯, 행복이 행복을 불렀다. 누구의 행복이 먼저였는지 알 수 없을 만큼, 나는 아이를 보며 행복을 깨닫고, 아이는 나를 보며 행복을 배웠다. 지금처럼 내 인생의 마지막 날까지 행복하게 산다면, 내 삶을 성공이라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 오늘도 나는 행복한 삶을 선택한다.


*파란색 글은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며 쓴 글입니다.


(Cover Image by Kelly Sikkem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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