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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Mar 09. 2021

2. 세월이 가져다 준 아름다움을 사랑하다.

(태교일기) 내가 엄마가 된다면 - 3편. 행복

 대학시절 인터넷에서 나이 든 오드리 햅번의 사진을 접했다. 눈가에 주름은 있지만, 아름다운 미소를 지닌 할머니였다. 로마의 휴일에서 보여주었던 젊고, 귀엽고, 발랄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따뜻하고, 평온하고, 아름다운 모습이 읽혀졌다. 그리고 그녀가 아이들에게 남긴 시를 읽으며, 얼굴보다 마음이 더 예쁜 사람이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름다운 입술을 갖고 싶으면 친절한 말을 하라/ 사랑스런 눈을 갖고 싶으면 사람들에게서 좋은 점을 보아라/ 날씬한 몸매를 갖고 싶으면 너의 음식을 배고픈 사람과 나누라/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갖고 싶으면 하루의 한 번 어린이가 손가락으로 너의 머리를 쓰다듬게 하라’


 시의 앞부분인데, 아름다움이란 사람의 내면을 통해 드러난다고 이야기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나이가 들어도 그녀가 아름다워 보였던 이유는, 내면의 아름다움 때문이었다. 시간이 흘러 나이가 든다면, 나도 그녀처럼 아름답게 늙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으면서 내 몸은 변하기 시작했다. 임신한 동안 배는 다 터버리고, 뱃살도 늘어났다. 아이를 키우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 얼굴에는 주름이 생기기 시작했고, 팔뚝은 굵어졌으며, 흰머리도 조금씩 나기 시작했다. 피부의 탄력도 떨어지고, 살도 쪄버렸다. 엄마가 되고, 나이가 들면서 변하는 나의 겉모습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고 매번 늘어나는 주름과 살을 보며 우울해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아름답고, 행복하게 늙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나는 나를 사랑하고, 내 몸도 사랑했다. 젊든, 늙든 내 몸인데, 그 누구보다도 내가 가장 많이 사랑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 삶의 증거물들인 주름살과 뱃살도 사랑하고, 나이 들어가는 내 피부도 사랑했다. 그렇게 사랑으로 나를 바라 보면, 나이 들어가는 내 모습이 자연스럽게 느껴지고, 나이 드는 것도 두렵지 않았다. 


 만일 내가 나이 들어가는 내 모습을 싫어했다면, 자꾸만 움츠러들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싫었을지 모른다. 자신감 없는 내 모습에 남편과 아이도 실망했을지 모르고, 다른 사람들도 나를 좋아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나를 사랑했고, 남편과 아이도 여전히 나를 사랑해주었다. 세월은 외모를 늙게 했지만, 마음도 성숙하게 하여 삶의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깨닫도록 해주었다.


 건강한 몸과 마음을 만들며 나를 끊임없이 돌보기도 했다. 나는 나를 위해 건강을 챙기기도 했지만, 우리 가족들을 위해서도 내 건강을 돌보았다. 건강한 음식들을 찾았고, 세 끼 밥도 잘 챙겨 먹었다. 일주일에 적어도 삼일은 운동을 하였고, 아플 때는 쉬면서 몸을 회복하였다. 나이가 들어도 내 몸은 단단했고, 잘 아프지 않았다. 건강한 몸과 마음은 삶에 활력을 주고, 얼굴에 생기를 잃지 않도록 하였다. 몸과 마음의 에너지는 세월의 흐름도 무색하게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매사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지냈다. 스트레스를 자주 받으면 몸도 안 좋아지지만, 얼굴 표정도 찡그려지고, 주름도 많이 생기며, 근심이 없어도 근심 있는 사람처럼 보이게 된다. 얼굴이 미워지고, 남들보다 더 빨리 늙게 된다. 그렇게 나이 들고 싶지 않았다. 주름이 생기더라도 많이 웃어서 예쁘게 생긴 주름을 갖고 싶었고, 가만히 있을 때는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가서 평온하고 행복하게 보이고 싶었다. 그 모습은 한 순간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세월의 흔적이 얼굴에 남아 나타나게 될 것이었다. 


 긍정적인 생각은 불안한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었고, 얼굴에는 늘 미소를 머금게 했다. 마음에 여유를 갖게 했고, 많이 웃으며 지낼 수 있도록 해주었다. 사람들은 웃는 모습을 좋아했고, 나이가 들어서도 웃는 모습이 예쁘다고 했다.


 나이가 들수록 내면의 중요성을 더 많이 깨달았고, 아름다운 마음을 사랑하고, 아끼며 살았다. 어릴 때는 내 것 챙기기만 바빴는데, 어느 순간부터 다른 사람들이 보였고, 내 것을 어떻게 나누며 살아야 할 지 알게 되었다. 어린아이 같이 들쑥날쑥 변덕스럽던 마음도 잔잔한 호수처럼 평온해졌다. 사람들의 단점보다 장점을 보게 되었고, 그 장점을 칭찬할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되었다. 


 아이들을 사랑하게 되었고, 꽃과 나무의 소중함을 깨달아갔다. 더 겸손해졌고, 더 감사한 마음으로 살았다. 세상은 점점 아름다워 보였고, 절망보다 희망이 더 많아 보였다. 이런 마음으로 살 수 있는 것이 감사하고, 행복했다.


 세월이 흐르는 것이 두렵지 않다. 세월이 가져다 주는 겉모습의 변화는 나의 사랑과 행복마저 변화시키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세월이 가져다 주는 것들은 모두 아름답다. 주름도, 뱃살도, 더욱 더 성숙해 지는 내 마음도 그저 아름다울 뿐이다. 남편도 아이도 세상 사람들도 다 함께 나이 들어가니 외롭지도 않다. 나이가 더 들어 주름도 더 많아 지고, 머리는 백발이 되고, 키마저 작아지더라도 여전히 내 모습을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길 것이다. 그리고 더 아름답게 늙어갈 것이다. 아름답게 나이 드는 것은 내 삶의 행복이다.


*파란색 글은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며 쓴 글입니다.


(Cover Image by Cristian Newma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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