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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비 Jan 01. 2021

내 뱃속의 작은 다이아 반지

임신 5주차, 생애 첫 난황을 보다


매번 5주가 고비였다.



임신 5주면 보여야 한다는 난황을 나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두 번의 임신 모두 난황이 생길 즈음에 더 자라지 못하고 나에게서 떨어져 나갔다. 오늘로 5주하고도 4일, 이번엔 난황을 볼 수 있을까. 더구나 지난주에 난소에서 피가 터지는 난리를 겪었는데.



긴장된 마음으로 병원으로 향했다. 지난주, 2천대에서 이틀 만에 5천대로 뛴 피검 수치에 희망을 걸었다. 어쨌든 내 속에서 뭔가가 생겨나고 있으니 수치가 올라간 것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한편으론 만에 하나 잘못된다면, 또다시 실망에 무너질 것이 두려워 너무 기대하지 않으려 마음을 다잡았다.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포기부터 할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



눈을 감아도 심호흡을 해도 두근거림은 멈추질 않았다. 

진료실 앞에서 대기하는 중에 일기장 앱을 켜고 짧게 적었다.

 

'받아들이자, 어떤 결과가 나오던.'


일분이 한 시간 같던 대기를 거쳐 드디어 초음파실 침대에 누웠다. 아기집은 이제 제법 커져 초음파 까막눈인 내 눈에도 또렷이 잘 보였다. 하.... 하고 나도 모르게 깊은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 지난번에 봤던 게 아기집에 맞았네요! 여기 난황도 잘 보이구요.


- 나.. 난황이요? 난황이 보여요?


- 네, 여기 동그랗게 보이네요. 아직 아기는 안보이구요.


- 아... 선생님 ㅠㅠ 저 난황 처음 봐요 ㅠㅠㅠ



선생님이 커서로 가리킨 초음파 속 아기집에는 나에게도 보이는 작고 동그란 난황이 있었다. 맘까페에서 질리도록 보았던 다른 산모들의 작고 건강한 난황이 나에게도 생겼다니. 감격에 젖어 선생님이 묻지도 않은 tmi가 나도 모르게 불쑥 튀어나왔다.


-저 지난 두 번의 유산 땐 난황도 보지 못했거든요...


선생님은 겨우 난황 본 것 가지고 그러냐는 얼굴로 웃으시며, 이제 다음 주에는 아기가 보이고 심장소리도 들어야 한다고, 매주마다 더 중요한 과업이 있고 이제 겨우 시작이라는 듯이 말씀하셨다. 맞는 말씀이지만 나에게 난황이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 선생님은 모르시겠지. 초음파 사진은 그래도 심장소리 듣고 받는 게 좋지 않겠냐는 선생님에게, 나는 그래도 한 장만 뽑아 달라 부탁드렸다. 나의 첫 난황 사진을 간직하고 싶어서.



맘까페에선 그 모양새가 꼭 반지 같다고 해서 난황을 다이아반지라고도 부른다. 동그란 반지에 다이아몬드가 달린 것처럼 작고 통통하게 부풀어 오른 곳이 바로 아기가 되는 부분이라고 한다. 이제껏 기다렸던 나의 보석, 나의 아기가 드디어 나에게 오려는 걸까. 


다음 주는 심장소리다. 심장소리만 듣는다면 진짜, 정말로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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