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to the Future"
Ferrari 512S Modu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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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등장할 듯한, 납작하고 미래적인 외형. 페라리의 512S Modulo는 본래 페라리나 피닌파리나에서 진행하던 프로젝트는 아니었다.
1968년, 피닌파리나의 디자이너 파울로 마틴은 롤스로이스 Camargue의 라인들을 다듬으며 자신의 열정이 그들의 보수적인 디자인에 제약을 받는 것을 느꼈고 이는 그의 창의성에 불을 지폈다. 그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어 했다. 그의 초기 스케치들에 대한 세르지오 피닌파리나의 완곡한 비판들에도 불구하고(그는 파울로 마틴의 스케치들이 지나치게 미래적이며 다른 모델들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의 열정은 근무 시간 이후에 피닌파리나 스튜디오에서 작업하며 1:1 스케일의 모델을 만들도록 이끌었다.
한편, 그때 페라리는 512를 위한 25대의 로드카 버전 샘플을 만들고 있었고 컨셉카 제작을 위해 그중 하나를 피닌파리나에게 주게 된다. 파울로 마틴의 작업에는 한 줄기 빛과도 같은 일이었다. 레이싱 카 기반이었기 때문에 극도로 낮은 차체를 실현할 수 있었고, 그는 이를 위한 마무리와 인테리어 작업에 들어갔다. 섬세한 작업 끝에 마침내 이 컨셉은 1970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되었다.
이 자동차는 터무니없이 비현실적이고 또한 파격적이었다. 앞바퀴는 완전히 돌아가지 않았으며 차체는 너무나도 낮아 대부분의 사람들은 편안하게 앉을 수 없었고, 전통적인 방식의 문 대신 앞쪽으로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캐노피를 갖추고 있었다. 각 좌석의 옆에는 구 형태의 장비가 있었는데 에어 벤트와 각종 스위치들을 포함하고 있었다. 엔진 룸 위에는 열을 식히기 위한 24개의 모던한 구멍이 있었으며 각 바퀴들은 휀더에 가려져 있었고 사이드 볼륨은 자동차라기보다 우주선이나 보트를 떠올리게 했다.
그 이후로, 이 디자인은 압도적 찬사를 받으며 페라리와 피닌파리나의 최고 업적 중 하나가 되었고, 그 놀라운 추상적 매력은 수많은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이 되었다. 페라리의 치프 디자이너 플라비오 만조니는 "단순한 컨셉트카가 아니다. 모든 예상을 뛰어넘어 유토피아를 보여준 차" 라며 극찬하기도 했다.
한 열정 넘치는 디자이너가 근무 시간 뒤에 그렸던 스케치들이 역사에 남을 기념비적인 디자인 중 하나로 진화한 일이 또 있을까? 이 컨셉은 그 자체로 자동차 산업의 로맨틱함을 잘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