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손재주가 있는 편은 아니었다. 만들기 가이드라도 있으면 따라라도 해보겠지만 그조차 없이 무언가 만들어내는 것엔 정말 소질이 없다. 손과 발이 필요한 구기종목이나, 종이접기, 뜨개질, 그림 그리기 등 잘하고 싶었지만 재주가 없어 못 다 이룬 꿈들이 많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도 서툴지만 하나 좋아하는 것이 있다. 바로 뚝딱이며 만들어도 용케 맛이 나는 나만의 집밥이다.
어언 자취 인생 4년 차를 바라보는 지금, 혼자서 해 먹었던 음식 중 가장 생각나는 것은 팟타이와 분짜이다.
먼저 팟타이는 다이어트를 한답시고 두부면으로 만들었었는데 어려워 보이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의외로 만드는 방법은 간단했다. 올리브오일에 편마늘, 칵테일 새우를 넣어 달달 볶는다. 여기에 피시소스와 간장, 굴소스, 다진 마늘을 넣어 만든 간단한 소스를 부어 함께 볶다가 두부면과 숙주, 부추를 넣고 숨이 죽기 전, 계란을 풀어 스크램블 해준다. 마지막으로 휘리릭 볶아 접시에 담아주면 팟타이 끝! 베트남 고추와 땅콩 분태를 넣어주면 더욱 태국 느낌이 난다. (하지만 없어서 넣지 못했다.)
분짜도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분짜 면을 사서 물에 불려주고, 분짜 소스인 '느억맘 소스'를 만든다. 다진 마늘, 다진당근, 피시소스, 설탕, 레몬즙(라임즙), 식초 그리고 물을 조금 넣어 기호에 맞게 만들면 된다. 여기에 청양고추를 넣는 것이 정석이나 나는 매운 것을 좋아하지 않아 생략했다. 분짜와 함께 먹을 양념 돼지고기도 좋아하는 것으로 골라 굽는다. 마지막으로 불려 놓았던 면을 끓는 물에 3분 정도 삶아 찬물로 헹궈내면 분짜도 끝! 당근을 잘게 다지는 것이 가장 힘들었지만, 나름 쉽고 간단한 요리이다.
결혼을 하고 나서는 집밥의 매력에 더욱 푹 빠져버렸다! 매일, 매주 정갈한 음식을 차려먹지는 못하지만 맘만 먹으면 맛있게 만들 수 있는 요리들이 생겨났고, 언제든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이 있으니 요리에도 재미가 붙었다. 섬세하고 예쁜 플레이팅에는 자신이 없지만, 어릴 때부터 맛있는 엄마표 집밥을 먹고 자란 덕분일까, 눈대중으로 간을 맞추어도 엄마 밥을 지표로 삼아 만들면 뭐로 가도 중간은 가는 느낌이다.
이제는 눈감고도 만드는 부드러운 수육과 생일 상으로 차렸던 미역국. 자주 해 먹는 된장찌개, 연말을 맞아 준비했던 스테이크와 토마토 파스타까지. 그동안 맛있게 해먹었던 음식들을 공유해본다.
다가오는 한 해에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좀 더 풍성한 집밥 한상을 차려보리라 다짐한다. 서툴지만 정성스럽게 차려 둔 한상이 깨끗하게 비워지는 것을 보는 것만큼 뿌듯한 일도 없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