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사원 Jan 14. 2024

말끔한 손톱


나는 단정한 손톱을 좋아한다. 내가 갖고 있지 못한 점이라 더욱 그렇다.

어릴 때부터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있었다. 완벽한 상황이 아닐 때 쉽게 불안해하는 성격 탓이었을까? 강박적으로 손톱을 뜯고, 피를 보기를 매일같이 반복했고, 못살게 군 탓에 못생겨진 손톱이 참 부끄러웠다.






처음 네일 아트를 접한 건 스물두 살 즈음, 짧고 못생긴 손톱을 가리기 위해 네일아트를 받기 시작할 때부터였다. 일반 폴리쉬 네일은 쉽게 지워지고 뜯기는 데에 반해 젤 네일을 하고 있으면 손톱을 쉽게 뜯을 수 없어서 좋았다. 마치 하나의 방패막과 같았달까?


네일숍은 그때부터 꽤나 주기적으로 다녔다. 학생 신분으로 네일숍에 가는 것이 부담스러워질 때엔 블로그를 통해 네일 아트 체험을 받아보기도 했다. 꾸준함을 이기는 것은 없다고 했던가. 십 년 넘게 꾸준히 관리를 해오니 못난이 짧은 손톱이 이제는 제법 길고 튼튼해져 몰라 볼 정도가 되었다. 습관처럼 굳어져버린 손톱 관리. 이제는 더 이상 옛날처럼 불안함에 손톱을 뜯지 않으리란 반증이기도 하다.






콤플렉스와 불안을 이겨내기 위한 방법으로 네일 아트를 택한 지 십 년이다. 어쩌면 나는 불안을 정면돌파할 방법을 찾아 꾸준히 실천해 온 걸지도 모르겠다. 손톱 하나 달라졌을 뿐인데 나의 태도와 마음가짐 또한 예전의 그것과는 사뭇 달라졌다.


불안함을 이겨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나 자신을 가장 괴롭히는 무언가를 정면돌파 해보자. 그것이 무엇이든 일단 사라지고 나면, 보이지 않던 많은 것들이 새롭게 보일 수 있을 것이다. 강박적으로 손톱을 뜯어내던 내가 꾸준함으로 불안함을 이겨내 온 것을 보면 그렇다. 마인드 셋(set) 이 어려울 땐 이처럼 물리적인 변화를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최근 들어선 네일 아트 없이 맨 손톱으로 돌아가볼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 방패막 없이 살아보면 어떨까? 난 예전의 불안을 완벽히 극복한 것이 맞을까? 아직은 자신이 없지만. 언젠가는 꼭! 도전해 볼 것이다. 아무것도 없지만 그것대로 자신 있게 내보일 수 있는 말끔한 손톱을.





이전 06화 서툴지만 맛있는 집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