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단정한 손톱을 좋아한다. 내가 갖고 있지 못한 점이라 더욱 그렇다.
어릴 때부터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있었다. 완벽한 상황이 아닐 때 쉽게 불안해하는 성격 탓이었을까? 강박적으로 손톱을 뜯고, 피를 보기를 매일같이 반복했고, 못살게 군 탓에 못생겨진 손톱이 참 부끄러웠다.
처음 네일 아트를 접한 건 스물두 살 즈음, 짧고 못생긴 손톱을 가리기 위해 네일아트를 받기 시작할 때부터였다. 일반 폴리쉬 네일은 쉽게 지워지고 뜯기는 데에 반해 젤 네일을 하고 있으면 손톱을 쉽게 뜯을 수 없어서 좋았다. 마치 하나의 방패막과 같았달까?
네일숍은 그때부터 꽤나 주기적으로 다녔다. 학생 신분으로 네일숍에 가는 것이 부담스러워질 때엔 블로그를 통해 네일 아트 체험을 받아보기도 했다. 꾸준함을 이기는 것은 없다고 했던가. 십 년 넘게 꾸준히 관리를 해오니 못난이 짧은 손톱이 이제는 제법 길고 튼튼해져 몰라 볼 정도가 되었다. 습관처럼 굳어져버린 손톱 관리. 이제는 더 이상 옛날처럼 불안함에 손톱을 뜯지 않으리란 반증이기도 하다.
콤플렉스와 불안을 이겨내기 위한 방법으로 네일 아트를 택한 지 십 년이다. 어쩌면 나는 불안을 정면돌파할 방법을 찾아 꾸준히 실천해 온 걸지도 모르겠다. 손톱 하나 달라졌을 뿐인데 나의 태도와 마음가짐 또한 예전의 그것과는 사뭇 달라졌다.
불안함을 이겨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나 자신을 가장 괴롭히는 무언가를 정면돌파 해보자. 그것이 무엇이든 일단 사라지고 나면, 보이지 않던 많은 것들이 새롭게 보일 수 있을 것이다. 강박적으로 손톱을 뜯어내던 내가 꾸준함으로 불안함을 이겨내 온 것을 보면 그렇다. 마인드 셋(set) 이 어려울 땐 이처럼 물리적인 변화를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최근 들어선 네일 아트 없이 맨 손톱으로 돌아가볼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 방패막 없이 살아보면 어떨까? 난 예전의 불안을 완벽히 극복한 것이 맞을까? 아직은 자신이 없지만. 언젠가는 꼭! 도전해 볼 것이다. 아무것도 없지만 그것대로 자신 있게 내보일 수 있는 말끔한 손톱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