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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사원 Jan 28. 2024

곧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나는 지인짜 추운 날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고집한다. 출근길 영하 14도를 찍었던 날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고집했다. 출근길에 만난 동료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헉, 대단하셔요'라고 이야기해 주면 곧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먹는 나의 신념이 더욱더 두터워진다. 이 정도면 광기라고 할 수 있나.





처음부터 아메리카노를 잘 마셨던 건 아니었다. 중학교 때 학원 앞에 있는 카페에서 처음 '커피'를 시켜보았는데, 그때 처음 시켰던 음료는 카라멜 마끼야또였다. '카라멜'이라는 세 글자가 나를 유혹했고 그때까지만해도 아메리카노는 그저 쓴 물에 불과했다. 처음 맛본 카라멜 마끼야또가 꽤나 훌륭했는지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카라멜 마끼야또만 마셨다. 대학생이 되어서는 스타벅스의 돌체라떼가 비슷한 느낌으로 나를 사로잡았고, 한참의 시간이 지나 음료에 들어간 '당'이 얼마나 위험한 것이었는지를 깨닫고 나서야 슬금슬금 아메리카노를 마셔보기 시작했다.


처음엔 시럽 없이 먹는 것도 힘들었다. 그러나 '아메리카노 is 인생의 쓴맛'이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서 힘들 때마다 아메리카노를 한 잔씩 사기 시작했는데,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쭉 들이킬 때마다 묵었던 체증이 스르륵 내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아메리카노만의 시원함은 '아이스' 음료여야 가능한 것이기에 나는 추운 겨울날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고집했다. 차가운 얼음에 물과 커피 샷을 넣은 음료. 이게 무슨 명약이라도 되는 것처럼 힘이 들 때마다 습관처럼 사 먹었다. 재수학원에서도 대학교 시험기간에도 취업을 준비하던 시기에도 언제나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함께였다. 심한 날에는 하루에 서너잔도 거뜬히 마셨으니 말 다했지, 뭐.


오랫동안 먹다 보니 나름의 취향도 생겼다. 카페 프랜차이즈별로 각기 다른 아메리카노 맛도 조금은 구분할 수 있게 되었고, 이제는 좋아하는 원두를 사서 집에서 커피를 직접 내려먹기에 이르렀다. 여전히, 앞으로도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고집할 것이다. 더운 여름엔 시원하니 더욱 좋고, 귀와 코가 빨갛게 시린 날에도 역시 음료는 아아라며. 이만큼 위로가 되는 음식도 없기에 아마 오랫동안 잃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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