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막내 뭉치는 사실 '한 번쯤 좋아했던 것들'이라는 본 글의 주제에는 어긋난다. 우리 가족 그 자체이고 한 번쯤 사랑하는 것에서는 그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 가족에 행운처럼 찾아온 강아지 뭉치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뭉치는 2019년 10월 5일 우리 집에 왔다. 그녀의 생일은 8월 4일. 태어난 지 두 달 만에 우리 집에 온 뭉치는 조금이라도 잘못 만지면 바스러질 것처럼 작고 가냘펐다. 동생은 검은 털의 솜뭉치 같은 강아지에게 '뭉치'라는 이름을 지어주었고 엄마는 사고뭉치의 그 '뭉치'나며 걱정을 하셨지만, 우리 집 막내 뭉치는 우리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성숙하고 착한 강아지로 자라났다. 어쩌면 우리 네 자매 중 가장 어른스러울지도 모른다.
우리 집에 처음 온 뭉치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꽤나 애를 먹었다.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해 먹었던 것을 게워내기 일쑤였고 피가 묻은 설사도 잦았다. 우리는 뭉치가 어디에서 왔는지 대충 알고 있었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멀쩡하지 않은 환경에서 기계처럼 태어났을 뭉치를 '소비'했다는 것에 부끄럽고 죄책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땐 그저 우리 막내가 건강해지기 만을 바라면서 좋은 것을 먹이고 열심히 병원에 다닐 뿐이었다. (앞으로 다시는 같은 실수는 없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 뭉치는 누구보다 건강한 강아지로 자라났다. 파프리카와 황태포 간식을 좋아하고 장난을 잘 치며 엄마와 함께 산책하는 시간을 가장 행복해하는 성견이 되었다. 겁이 많은 성격 탓에 사회성은 쬐끔 떨어지지만, 산책 후에는 제 발로 집에 찾아가고 배변 실수 한번 하지 않는 똑똑이라 자부한다.
뭉치는 우리 가족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회색빛깔처럼 삭막했던 우리 집은 뭉치로 인해 조금씩 웃음을 찾았다. 뭉치로 인해 웃는 날이 많아졌고 뭉치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비로소 한 가족이라는 소속감도 느껴볼 수 있었다. 뭉치가 없는 우리 가족은 상상할 수도 없다. 나와 동생들은 우리의 수명을 조금씩 떼어서 뭉치에게 주고 싶다고 이야기하곤 하는데 그냥 던지는 농이 아니라 뼛속까지 진담이다. 뭉치가 우리보다 더 건강하게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
뭉치는 이제 다섯 살을 향해간다. 사람으로 따지면 삼십 대 중반을 지나는 나이이니, 신체 나이로는 우리 네 자매 중 제일 맏이이다. 본가에 가면 뭉치가 가장 먼저 뛰쳐나와 꼬리를 흔들며 반가움을 표시한다. 한 달 이상 못 볼 때도 있지만 뭉치는 언제나 한결같다. 뭉치는 항상 그랬다. 밤늦게 귀가하는 날에도, 우울해 마지않았던 날에도, 휴일을 만끽하며 거실 바닥을 뒹굴거리는 날에도,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우리는 종종 뭉치를 보며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강아지'라고 부르는데, 우리가 뭉치 덕분에 행복한 가족이 되었다고 하는 게 맞을 거다. 세상에서 뭉치를 가장 끔찍하게 생각하는 우리 가족의 마음을 뭉치도 알고 있었으면 좋겠다. 새삼스레 가족에 대해 글을 쓰다 보니 왜인지 코끝이 찡해진다.
행복만 하자, 뭉치야.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