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박달령으로 가는 길, 눈이 허리까지 찼던 날

by 해윤이

2025년 2월 1일, 신행을 떠올리며

차에서 내려 장비를 챙기며 산을 바라보았다.
늘 선두에 서는 희야가
계단 앞에 쌓인 눈으로 뛰어 들어갔다.


“나는 못 가.”


도래지기


뒤돌아보니
눈이 희야의 허벅지까지 차 있었다.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선두대장이 앞에 섰다.

눈을 헤치며 걷다 멈춰 서더니

더 이상 나아가지 않았다.


모두 한 줄로 서서
선두대장만 바라보았다.


키가 180cm가 넘는 대원이 앞으로 갔다.
키가 작은 대원도 앞으로 뛰어갔다.
모두 입을 모아 물었다.


“눈이 어디쯤 차요?”


키 큰 대원이 말했다.
“허리까지 차요.”


키 작은 대원도 외쳤다.
“가슴까지 차요.”


우리는 서서
길이 뚫리기를 기다렸다.
그냥 내려갈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내려가는 길이나
올라갔다 내려오는 길이나
거리가 거의 비슷하다고 했다.



옥석산 올라가는 길


우리는 올라갔다.

미끄러지고, 끌어주며

다 함께 한 줄로 서서 올라갔다.


옥석산에 올라갔을 때
눈에 가려
옥석산석은 맨 위만 보였다.


우리는 눈을 파내고
그곳에 서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기운이 없어서 더는 갈 수 없을 것 같아

눈 위에 앉아 간식을 먹고
다시 걸었다.


백두대간 박달령


백두대간 박달령에 도착했다.
거지도 그런 거지가 없었다.
눈에 미끄러지며 옷은 젖고
지쳐서 얼굴이 다들 핼쑥해진 것 같았다.


박달령 정자에 앉아 점심을 먹고
사진도 한 방 찍고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산을 오르다 옆으로 400m쯤 가면
550년 된 국가자산 철쭉나무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이구동성으로
누군가는 힘들어서 못 간다고 했고,

“이렇게 험한 산에 언제 또 오겠어.”


하는 말에
우리는 다시 눈을 헤치며
철쭉나무 앞까지 갔다.



550년 된 철쭉


여린 철쭉나무가
550년이라는 세월을 견디며
아름다운 고목으로 서 있었다.


눈이 너무 많이 쌓여 있어
길을 찾느라 멈춰 서 있던 순간,
주변을 돌아보면
너무 아름다웠다.

사진을 찍고

마음속으로 시도 지어보고.


비탈길을 내려갈 때는
미끄러지고 넘어지며 내려왔다.
눈이 많아 아프지는 않았지만
잘못 착지하면
허리도 엉덩이도 시큰거린다고 했다.


그런데
딱 1년이 지난 지금,
왜인지
그곳에 또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