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멀리 변해버린 누군가를 지켜보는 것
한 사람의 타락은,
한 순간 찾아오기도 하지만,
스며들듯이 천천히 변해가기도 한다.
후자의 경우
그런 변화를 눈치챘을 때엔
이미 바로잡기에 너무 늦었을 때가 많다.
그 사람을 사랑하는 만큼,
그 사람의 변화를 부정하고,
현실을 외면하다,
그렇게 너무 늦어버리곤 한다.
존경하던 사람이 있었다.
한때는 내 우상이었고,
한때는 내 영웅이었으며,
마지막 순간까지 내가 충성을 다 받쳐 따랐던 사람.
그 사람의 변화는 예진작에 눈치채고 있었다.
조금씩 이상해지는 판단력.
부족하고 빈약한 근거.
감정적 불균형.
한 번씩 비치는 그런 그의 모습에,
나는 갖은 핑계를 붙여 그의 변화를 부정했으리라.
"아 내가 잘못했으니까."
"요즘은 또 힘든 시간을 지나고 있으니."
어떤 순간은 나의 잘못이라 여겼고,
자주, 나의 판단이 내 감정에 가려져 잘못 내려졌다 믿었다.
결국, 더 이상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변한 그의 모습을 마주했을 때,
나의 모든 판단이 맞았고,
내가 그 모든 판단을 외면해 왔음을 알았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
다른 상대가 없더라도,
내 마음속 존경심은 많은 상황을 왜곡시키고,
또 많은 상황에서 내 판단을 부정한다.
내가 그를 진정 존경했다면,
진정으로 인간으로서 그를 사랑했다면,
어쩌면 내가 그를 위해 했어야 할 행동은 그를 두둔하는 것이 아니었으리라.
변해가는 그를 멈춰 세우고,
그의 총기가 남아있을 상황에,
그가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발악을 했어야 했으리라.
그러지 못했기에,
난 그 순간들을 "존경"이라는 단어 속에 스스로를 속여왔음을,
결국, 그런 거짓된 순간들이 모여 존경하던 그도, 그와의 관계도 구렁텅이로 밀어 넣었음을,
이제는 인정해야 할 것 같다.
나는 그에게 끝까지 간신은 아니었으나,
그가 구렁텅이로 빠졌던 것에 대해,
막지 못한 책임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