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비밀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회사 차원의 비밀일 수도 있고, 개인적인 비밀일 수도 있다.
지금까지 10년 정도 회사생활을 하면서 가장 많은 비밀을 알았던 건 첫 회사에서였다. 6년 이상 한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딱 중간 직급에 있었던지라, 상사와 동료, 부하직원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여 별의별 이야기를 다 듣게 됐다.
그중 상사 한 분은 비밀이라며 나에게 해주는 이야기가 특히 많았는데 본래 상사의 비밀이란, 회사와 연관되어 있는 일이 많아 언제나 흥미롭기 마련이다. 듣자마자 "대박!"이라고 감탄이 절로 나오는 이야기들이 가득했고 솔직히 말해 참 재미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비밀 하나가 결국 나의 경솔함과 어리석음을 끌어내고 말았다. 가장 친한 동료 언니에게 말을 전하고 만 것이다. 물론 나도 상사가 나에게 했던 것처럼 "언니 이거 비밀이야. 절대 비밀!"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알지 못했지. 2년 후 그날을 그렇게 후회하게 될 줄은...
2년쯤 지나 상사, 언니, 나 셋이서 밥을 같이 먹게 됐다. 상사가 회사 이야기를 하다가 분위기를 탔는지 "있잖아,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어. 그때 그분이~"라고 서두를 끄집어냈다. 나에게 비밀이라며 했던 이야기가 틀림없었다. 그런데 그 순간 언니가 "아하~ 그 얘기요! 그거 진짜 대박이었죠!"라고 받아치는 게 아닌가. '저기요..? 내가 비밀이라고 했을텐데요....?'
순간 흐르는 정적... 을 느끼지 못하고, 언니는 계속 이야기를 이어간다. 아, 그때의 민망함이란... 상사가 직접 이야기를 꺼냈으니 이제 비밀이랄 것도 없는 이야기라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어쨌든 나는 비밀을 지키지 않았고, 그 대가로 혼자 벌거벗고 있는듯한 부끄러움을 느껴야 했다. 그렇다고 언니를 원망하진 않는다. 나의 어리석음이 원망스러웠을 뿐이다.
아무리 대단한 비밀이라도 비밀이라는 걸 잊어버리면, 비밀이 아니게 되는 거구나.
가끔 나도 누군가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리다가 이게 비밀 이랬나? 저거였나? 헷갈릴 때가 있다. 아무리 대단한 비밀이라도 비밀이라는 걸 잊어버리면 비밀이 아닌 것이다. 그리고 비밀이라면서 일상적인 사실을 이야기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일일이 기억하기는 힘든 부분이 있다.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비밀을 누군가에게 전달한다는 건, 만인에게 공표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정말 지키고 싶고, 지켜주고 싶은 비밀이라면 혼자 간직해야 한다. 꼭 그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