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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센레 비지 Oct 31. 2019

주인이 바뀐 편의점

작년 하반기부터 유난히 우리 집 근처에 신장개업을 하는 가게가 늘었다. 즉, 장사가 잘 안되던 가게들이 자리를 털고 나갔다는 이야기다. 원래 이렇게 업종 전환이 잦은 라인인 건지, 건물주들이 일제히 월세를 올린 건지 정확한 이유는 나로서 알 도리가 없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가게가 자주 바뀐다는 건 반갑지 않은 일이다. 더욱이 안타까운 것은 새로 생기는 가게들도 그다지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2년 정도 이 동네에서 살아보니, 특히 잘 망하는 자리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인테리어 공사가 끝났나 싶으면 얼마 못가 다시 인테리어 공사가 시작되니 그 주변에 생활하는 사람들은 무슨 죄냐 싶다.
 
며칠 전에는 우리 집 근처에 있는 편의점(을 빙자한 작은 구멍가게) 주인이 바뀌었다. 네이버 부동산에 그 편의점 매매 글이 올라와 있는 걸 보았기에,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생기리란 건 알고 있었다. 이전에 있던 편의점을 그대로 인수한 모양인데, 주인이 바뀌자마자 나는 그 사실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처음이었다. 그 편의점 안에서 손님이 물건을 고르고 있었다. 저 가게 안에 손님이 있다니! 언뜻 훑어보니 과자며 음료며 도시락이며 모든 선반에 물건이 꽉꽉 들어차있었다. 가게 바깥에는 홍보 배너를 눈에 띄게 세워두었고, 가게 안쪽에는 신장개업 띠를 두른 커다란 화분이 있었다. 퍼렇게 차가워 보이던 형광등의 색이 이젠 그저 밝아 보이기만 했다. 드디어 제대로 된 공간이 되었구나 싶었다.
 
이전 주인은 재고가 쌓이는 게 꽤나 싫었던 모양이다. 도무지 물건을 갖다 두질 않았다. 과자는 종류별로 한 봉지씩만 있어 아무렇게나 쓰러져있었고 음료수도 몇 병 없었다. 도시락이나 삼각김밥, 우유처럼 유통기한이 짧은 음식은 아예 갖다 두질 않았다.

우리는 막걸리 사려고 딱 한번 그 편의점 안에 들어가 봤었다. 막걸리도 유통기한이 짧은 술이라 그런지 갖다 두질 않아 빈손으로 나와야 했다. 물건의 종류도 얼마 없고, 선반은 텅텅 비었고, 피로감이 잔뜩 묻어있는 주인의 표정을 본 후 여기 괜찮을까, 생각했는데 역시나 얼마 가지 못 했다.

주인이 바뀐 후 전에 없던 생기를 뿜어내는 공간을 보면서 한 가지를 배웠다. 당장 손해 보고 싶지 않은 마음에, 그 공간을 찾는 이들의 목적과 기분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모든 일의 기본이 되는 사항이기도 하다. 결국 모든 일의 끝에는 사람이 있고 사람들은 언제든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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