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달라진 점이 있다면 다양한 기부 방법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정기기부를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 계기로 딱 한가지 이유를 꼽을 수는 없다. 다만, 인간에 대한 분노를 중화시키기 위해서...라는 이유가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건 분명하다.
세상에 관심을 가질수록, 그간 외면했던 괴로운 진실과 가까이 대면하게 되었다. 끔찍한 일은 왜 이렇게 자주 일어나는지 지옥이 따로 없었다. 어쩌다 동물이나 아이가 학대당한 사진을 보고 나면 꿈자리가 사나웠던 적도 여러 번이었다. 그때마다 영화 아수라의 첫 대사가 머릿속에 들려왔다.
나는, 인간들이 싫어요..
무지하고 모순되고 이기적이고 폭력적인 인간들이 넘쳐나는 세상. 그저 눈을 뜨고 보기만 했을 뿐인데 분노할 일이 너무 많았다. 눈을 뜨고 사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다. 하지만 다시 눈을 감고 싶지는 않았다. 스스로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 괴물이 돼버리기 너무나 쉬운 세상이었다.
점점 커져가는 인간에 대한 분노를 중화시키기 위해 본능적으로 정반대의 사람들을 찾기 시작했던 것 같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소중한 것을 내놓는 사람들, 훈훈해지는 소식, 다정한 마음...
세상에는 악한 사람만큼, 선한 사람도 많이 있었다. 선한 목적도 중요하지만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행동이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행동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며, 행동하는 사람이 없다면 변화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행동할 용기가 없는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딱 하나였다. 그분들을 응원하는 것. 그분들이 옳다고 믿는 것을 앞으로도 계속 옳다고 믿을 수 있도록 응원하는 것. 나는 일단 응원하기로 했다. 생활 속 작은 기부의 시작이었다.
한때 내가 살았으므로 인해 단 한 명의 삶이라도 더 편안해지는 것. 그것이 바로 성공.
- 랄프 에머슨 <성공> 中에서
현재 정기적으로 기부하는 곳은 어린이재단과 카라인데, 어린이와 동물을 위해서 기금이 쓰인다는 점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봉사하는 분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기부를 시작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자긍심이 생겨서 나 자신이 얻는 게 더 많아졌다. 내가 생각하는 인생의 성공도 랄프 에머슨과 같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는 성공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은 해라고 볼 수 있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