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찜 게 트럭이 역 앞에 와있는 걸 보고 나도 모르게 이끌려 갔다. 트럭에서 파는 게는 크기별로 육천원, 팔천원, 만원짜리 세 종류가 있었는데 나는 그중 가장 큰 만원짜리 게로 골랐다.
골라놓고도 제대로 고른 건지 의문이 들었다.
'팔천원짜리 살걸 그랬나? 볼 수록 만원짜리랑 별 차이가 없어 보여...'
뭐가 좋은지 잘 모르니 식품을 고를땐 특히 자신이 없다.
어릴 적 마트에 가서 삼겹살을 사 왔는데, 비계 부분이 말도 안되게 많았던 적이 있다. 그냥 비계를 샀다고해도 믿을 정도였다. 아빠는 내가 사온 고기를 보더니 말했다.
"애가 혼자 갔다고 이런 부위를 줬네."
어린아이가 잘 모르니까 사람들이 피하는 부위를 잘라줬다는 것이다. 나는 다른 것보다 그렇게 친절했던 아줌마가 나를 속였다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 후로 삼겹살을 살 때면 "비계 적은 부위로 주세요."라는 말을 반드시 덧붙이게 됐다. -_-);;
아저씨는 내 마음을 읽으신 듯, 게 다리의 껍질을 살짝 깎아내어 꽉 차있는 게살을 보여주며 말했다.
"제일 묵직한 걸로 드릴게, 이게 제일 묵직해요."
"네. 감사합니다."
게가 다 쪄지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아저씨가 물었다.
"혹시 게딱지 좋아해요?"
"네!"
"그럼 게딱지도 하나 넣어드릴게. 라면 끓일 때 넣어봐요. 맛있어요."
"감사합니다."
집에 와서 보니 게딱지만 들어있는 게 아니었다. 게 몸통 하나가 통째로 들어있었다. 나는 호들갑을 떨면서 센레에게 자랑했다.
"아저씨가 게 몸통을 서비스로 주셨어!"
처음으로 트럭에서 파는 음식을 산 건데 친절함까지 선물 받아서 기뻤다. 게를 더 받아서 기쁜 게 아니라, 손님이 기뻐할 거라고 생각하고 챙겨주신 그 마음이 기쁜 것이다.
찜게는 사온 그날 다 먹었고, 오늘은 센레가 냉동실에 얼려두었던 게 몸통을 넣고 해물짬뽕을 끓여줬다. 쭈꾸미, 전복, 소시지, 버섯, 파까지 곁들여 아주 푸짐했다. 아저씨의 친절과 센레의 요리 열정 덕에 즐거운 식사를 한 저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