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센레 비지 Oct 31. 2019

뇌물 체험

전공이 디자인 쪽이다 보니주변 사람들에게 디자인   해달라는 부탁을 종종 받는다. 5 안에 끝나는 간단한 편집을 제외하곤 대부분 거절한다.  돈을 많이 준대도 마찬가지다.

거절의 이유는 보통 3가지다.

1. 
하루 8시간 이상 일하고 싶지 않다.(나는  40시간 근로를 칼같이 지킨다일한 만큼 쉬어줘야 다음날 일할 에너지가 남는다.) 2. 예측 불가능한 새로운 환경인간관계를 만들고 싶지 않다. 3. 귀찮다.
 
그럼에도 어쩔  없이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누군가 내가 다니는 회사 대표님께 부탁한 경우가 그렇다. " 이거만 하면 되는데디자이너분한테 이것만  부탁해도 될까요?" 대표님은  공손한 부탁을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웃으며 대답한다. "그러세요."

마치 물건 취급을 당한  같아서 기분이  좋다. '내가 프린터기야잠깐 빌려주면 지잉하고 디자인이 나와?' 씩씩거리다가어차피 해야 하는거  포트폴리오에 올릴 작품이 하나 늘었다고 생각하면서 최선을 다하기로 한다. '그래전혀 관련 없는 업종인 만큼 포트폴리오는  다양하게 채워지는 거야.' 회사생활 10 나는 그렇게 부처가 되어간다..-_-;;
 
 포트폴리오 디자인을 끝내면 파일을 건네며 의뢰자에게 한마디 덧붙인다. "혹시  디자인 수정하시거나 추가로 디자인하실 거면 이쪽(디자인 인쇄 회사)으로 연락하시면 돼요여기 디자이너가 잘해줄 거예요비용도 괜찮을 거고요." '앞으로 저한테 연락하지 마세요.'라는 말을 돌려서 하는 ...;;
 
 번은 이렇게 마무리를 하고 나오는데디자인을 의뢰한 분께서 "잠깐만요!" 하더니 나에게 커다란 생크림 케이크를 건네주는 것이었다나는 "괜찮은데...;; 감사합니다.."하고 멋쩍게 케이크를 받아 가지고 나왔다정말 웃긴  손에 케이크를  드는 순간, '아까 내가 너무 차갑게 말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뜻하지 못한 '이익' 사람 마음을 얼마나 쉽게 녹일  있는지 깨달았던 순간이다.


이게 뇌물의 힘인가..? 이래서 뇌물을 먹이나..?



나의 수고에 대해 케이크로 답해주려 했던 그분의 마음은 감사하다. 하지만 그 감사한 마음과는 별개로 이때 내 감정의 변화는 나에게 새로운 가르침을 주었다. 사람의 마음이 '이익'으로 인해 너무나 
쉽게 변화할 수 있다는 게 무서워졌다. 직원들과 케이크를 나눠먹은 후, 앞으론 그런 '이익'을 더욱 경계하며 살아야겠다 결심했다.

당초 약속한 대가 이상의 '이익'을 기대하고, 익숙해지고, 기뻐하는 삶은 경계해야 한다. 그런 삶은 '덫'에 걸린 것과 다르지 않다. 나는 '투명하지 않은 이익을 통해 풍족해지려는 욕구'와 '소박한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욕구'는 공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소박한 것에서 행복을 느끼면서 사는 길을 확실하게 선택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