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하는 디자인 _실현가능디자인
디자인실 회의실에서 디자이너들이 모여 트렌드 정보지에서 앞다투어 소개한 하얀 종이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중간중간 얼룩인지 패턴인지 모를 문양들이 보였다. 오돌도돌한 질감이 살아있는 표면을 보니 자연소재의 종이일것이라 가늠했다.
디자인 전문지에 게재된 이 종이는 어떤 기능을 가지고 있기에 많은 언론과 매거진에서 주목하는걸까?
호기심과 의아함 그 중간어딘가에서 헤매다 관심있게 기사를 읽어내려가다가 너무 놀랐다.
과연 디자이너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고찰과 함께 큰 감명을 받게 한 종이였기 떄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종이의 정체는
"꿀벌들이 쉬어갈 수 있는 종이, 꿀벌의 휴식처"이다.
사실 2018년도에는 국내 반려동물 수도 급격히 증가하게 되면서 관련 제품들도 다양하게 출시가 활발하게 이루어졌었다. 대표적으로 이케아에서 반려동물 소파와 가구가 등장하면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때였다.
새로운 시장의 흐름이 있을 때는 많은 이들의 반응이 모두 긍정적 일수 많은 없기에 상당수는 ' 개팔자가 상팔자다" 혹은 "나도 못 누리는걸 개들이 누린다" 거나 반려동물을 아끼고 사랑하는 행동들을 저출산현상과 엮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꿀벌들을 위한 휴식처를 디자인한다고?라는 생각에 몇몇 이들은 실소를 터트렸던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은 예감하고 있었을 것이다. 우리 디자이너의 임무가 점차 넓어지고 깊어진다는 것을 말이다.
꿀벌의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하는 것에 대해 과학자들은 환경오염으로 인해 꿀벌들의 이동거리가 길어짐을 이유로 꼽고 있다. 과학자들은 기하급수적인 도시화와 산업화로 인해 꿀벌이 꽃가루를 찾기 위해 더 먼 거리를 이동하게 되었고, 이동하다가 지쳐서 죽게 만드는 것이라 했다. 꿀벌에게 필요한 것은 길을 따라 연료를 공급할 장소. 즉 꿀벌들의 주유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친 꿀벌을 돕기 위해 도심에 벌통을 설치하여 그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하자 제안했지만 값비싼 도심지에 벌통을 설치하는 건 현실화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쉽지 않은 길이였다. 또한 벌통은 도심에 장애물로 인식하는 경우들도 있어 인식개선 또한 쉽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이런 고민을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한 이들이 있었다.
폴란드의 종이 공예가 말고르자타 라소카(Malgorzata Lasocka)와 광고 대행사 사치 앤 사치( Saatchi & Saatchi)의 전 크리에이티브 4명은 벌통이 아니더라도 충분한 에너지를 섭취하고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일상에서 찾아보고자 했다. 그들은 실생활에 많이 쓰이는 종이에
"벌을 위한 퐁당(fondant)"으로 에너지가 풍부한 포도당을 포함하는 펄프로 종이를 만들었다.”
양봉가들이 겨울 동안 꿀벌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사용하는 물질인 fondant (부드럽고 매끄럽게 설탕 결정체로 형성된 흰색의 아이싱(icing) 상태인 것. 캔디와 아이싱(icing)에 사용되는 폰당은 단순한 설탕과 물)
은 종이 펄프에 녹아 있지만 그 화학적 성질 덕분에 종이를 끈적거리게 만들지 않는다.
또한 이 물질은 종이를 생산하는 데 있어 단지 1파운드의 이 물질만으로도 수천 마리의 꿀벌을 먹일 수 있다.
이렇게 제작된 종이에 수성 UV 페인트로 인쇄된 점무늬는 사람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자외선 스펙트럼으로 볼 수 있는 곤충은 이것을 꽃으로 인식하게 되어 꿀벌들이 머물 수 있게 도와줍니다. 이렇게 제작된 생분해성 종이의 용도는 다양합니다. 커피 컵 슬리브, 토트백, 다양한 티켓 및 피크닉 접시를 만드는 데 사용될 수 있다 다양한 용도에 쓰임만큼이다 꿀벌이 다양한 곳에서 쉬고 충전해 또 날 수 있게 된다.
최근 베르나르베르베르의 꿀벌의 예언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그의 저서 "기억"이라는 책에서는 주인공이 본인의 전생을 체험하고 과거를 넘나드는 이야기가 펼쳐졌다면, "꿀벌의 예언"에서는 미래를 체험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주인공이 경험한 30년 뒤의 미래는 꿀벌이 사라진다. 인간이 소비하는 식물의 80퍼센트는 꽃식물로, 꽃식물 수분의 80퍼센트를 담당하는 곤충은 꿀벌이기 때문에 꿀벌이 전부 사라진 뒤 식량난으로 인해 제3차 세계 대전이 발발한 미래를 보여 준다. 단지 꿀벌이라는 곤충을 매개로 글이 이어지지만 사실 우리는 수많은 개체들이 연결되어 서로의 삶의 생사에도 상당히 많은 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를 자연의 순리라고도 이야기한다.
소설이나 영화는 관객에 공감과 설득을 위해 과학적인 근거와 시대적 배경은을 토대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유난히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선보였던 그간의 글들을 보다 보면 실제 현실로 재현되는 싱크로율이 높았기에 이번 소설 또한 그저 픽션으로만 치부하긴 어려웠다.우리가 현실을 마주하고 다가올 위기가 무엇인지 인지했다면,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빠른 움직임이 중요한 시기이다. 무엇보다 현실화하기 위한 방안을 떠올려야 한다.
며칠 전 "꿀벌의 예언" 책을 읽고 Bee saving paper를 소개했던 회의실의 공기가 떠올랐다.
마냥 웃고만 있을 수 없었던 그 종이 한 장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이로움으로 다가올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꿀벌의 휴게소를 디자인함으로써
세계의 식량난의 해결까지 이어질 수 있겠다는 "꿀벌효과"
우리 삶과 자연에 좀 더 사려 깊은 시선으로 바라볼 때 우리가 누리는 것들을 지킬 수 있는 것이다. 디자이너의 시선이 더 견고하고 멀리 바라볼 수 있어야 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