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하게 드러내기

주방에서 찾은 노력 <옹이 가득한 식탁>

by DesignBackstage

집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공간은 어디일까?

우리 집은 거실이 아닌 주방이다. 거실은 예전처럼 다 같이 모여 TV를 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건너뛰는 공간이 되었다. 집에 들어오면 각자 방으로 들어가기 바빠 거실은 실상 현관의 연장선상으로 여겨질 때가 많다. 체크인만 하고 오래 머무르지 않는 호텔로비처럼 우리 집 거실도 가구나 오브제는 거의 없고 프리지아향과 조명이 공간을 채우고 있다. 다 같이 모이지 못하더라도 가족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주방이다. 하교 후 아이들은 "뭐 먹을 거 없어요?" 라며 냉장고 문 앞에 매달려 있거나, 각자 시간에 맞춰 주방에서 식사를 한다. 식탁에서 나는 글을 쓰거나 아이들은 숙제를 하기도 하고 때론 가족들 모두 모여 보드게임을 즐기기도 한다. 주방은 다양한 일을 소화하는 기특한 공간이다. 때문에 이사 후 새로운 식탁을 신중하게 고르고 있다.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세월을 느낄 수 있는 따뜻한 느낌을 주는 우드 테이블이었으면 좋겠다. 깔끔한 집안 분위기에 어울리는 차분하고 심플한 무늬와 내추럴한 밝은 오크컬러를 찾아보고 있다. 여러 쇼룸을 다니며 크기와 컬러 소재를 꼼꼼히 체크하며 상상 속에 그리던 테이블을 만났다. 하지만 사야겠다는 마음이 들지 않았다. 차분한 나뭇결이 안정적인 느낌은 좋았지만 어디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흔한 테이블로 개성 없어 보였다. 집 인테리어와는 어울릴 것 같아 보였지만 가족들이 모여있는 모습은 잘 그려지지 않았다. 가족과 많은 추억을 함께 할 가구라고 생각하니 더 신중하게 살펴보았다. 그러던 중 전혀 생각지 않았던 테이블을 우연히 보고는 강하게 이끌렸다. 테이블에 군데군데 옹이와 와일드한 나뭇결이 살아있는 월넛컬러 테이블이었다. 원목가구의 특성상 하나밖에 없는 나무의 생김도 좋았지만 나무의 옹이가 주는 자연스러움이 멋스러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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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옹이가 있으면 흠집으로 여겨져 목재시장에서는 좋은 대우를 받지 못한다. 하지만 커다란 옹이와 나무의 자연스러운 휘어짐이 내겐 역동적인 에너지로 다가와 최고 대우를 받았다. 테이블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한참을 만지작 거렸다.


옹이는 나뭇가지가 생겼던 자리다. 나무는 생장하기 위해 가지를 뻗는다. 더 많은 햇빛을 받기 위해 위쪽으로 뻗은 가지들의 흔적이 옹이다. 변화가 심한 자연환경에서 나무옹이는 성장의 상처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옹이 없이 매끈한 나무와 다르게 강인해 보였다. 햇빛을 받고 살아남기 위해 더 높이 더 멀리 가지를 치열하게 뻗어낸 노력한 이 나무에 마음이 끌리는 건 당연한 거 아닐까? 저 상처들이 내겐 흠집이 아닌 치열하게 부딪혀 얻은 아름다움으로 느껴졌다.

킨츠키 수리법으로 탄생된 그릇

일본의 도자 수리기법 중에 깨진 도자기 조각에 밀가루 풀이나 옻칠로 이어 붙이고 깨진 선을 따라 금가루로 칠해 아름답게 장식하는 공예법이 있다. '킨츠키'라 불리는 이 기법은 불완전한 아름다움을 중요시하는 하나의 예술적 표현이다. 일본에서 '킨츠키'로 수리한 그릇은 귀한 손님을 대접할 때 쓰인다고 한다. 금이 간부분에 눈에 띄도록 금색으로 채워 식탁에 올라온 이 그릇을 받은 손님은 어떤 마음일까?

상처가 아름다워질 수 있는 건 당당하게 드러냄에 있다.





'킨츠키'로 수리된 그릇과 옹이 가득한 테이블 모두 완벽한 모습은 아니지만 흠을 되려 강조함으로써 새로운 미를 만들어냈다. 모든 것에 상처가 있듯이 모든 것에는 각자 다른 아름다움이 있다. 상처를 드러내면 딱지가 생기고 떨어져 새살이 돋지만 상처를 감추고 숨기면 상처에 염증이 생겨 고름이 든다.
내 삶에 새로운 살이 돋을 수 있게 좀 더 드러내는 연습을 조금씩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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