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연배 Aug 05. 2018

추억의 바다 이야기, Sea Locket

내 추억의 바다 이야기를 Locket에 담는다

나는 바닷가와 가까운 작은 읍내에서 태어났다. 산과 들판에서 많이 놀았지만 바다에서 놀던 추억은 남달랐다. 백사장에서 뒹굴고 돌바위에서 바닷게를 잡았다. 파도가 잔잔하면 파도와 어울려 놀았고 파도가 너울 치면 산 위에서 바다를 바라보았다. 파도 소리는 밤낮으로 그렇게도 철썩거렸는데도 기분따라 행진가 같았으며 어떤 때는 자장가 같았다. 바람은 그렇게 짜고 축축했는데도 나에게는 시원했고 부드러웠으며 달꼼 했다.  


바닷가 돌바위에서 노래미를 잡을 때는 한나절이 금방에 지나갔고, 바닷게를 잡으로 돌바위 사이로 돌아다닐 때는 피곤한 줄 몰랐다. 꿈을 키울 때는 동해안 수평선을 보았고 낭만을 노래할 때는 백사장에서 소주를 들이키며 노래를 불렸다. 힘들 때는 너울 치는 파도를 보고 아우성쳤고 좌절했을 때는 잔잔한 푸른 바다를 보면서 마음을 다독였다.  

Sea Locket, sterling silver, resin, pearl, 2014

바닷게를 잡기 위하여 홀치기를 들고 바닷가 돌바위 사이를 돌아다니며 하루 종일 쑤셔댔다. 잡아온 바닷게를 방안에서 가지고 놀다가 엄니에게 혼난 일이 생각났다. 백사장에서 노래미 회로 소주를 마시고는 취했다. 땅거미가 지자 막걸리 큰 통을 어깨에 지고 바닷가 언덕 중턱에 걸쳐있는 친구 집으로 가서 밤새도록 마시며 딴따라를 불려대던 기억도 났다. 부두가에서 멸치 꽁치 그물을 털면서 부르는 어부의 가락도 들려왔다. 그녀와 단둘이서 바닷가 솔밭에 앉아 하루 종일 먼 바다만 바라보았던 기억도 살 거머 니 일어났다. 부둣가 작은 다방에서 다방 아가씨가 전해주는 모닝커피의 향기가 떠 올랐다. 이렇게 조개와 바닷게, 노래미와 조각배, 백사장과 푸른 바다는 항상 나에게 특별한 추억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Sea Locket은 추억의 바다 이야기이다. 반구형의 뚜껑을 열면 조개와 바닷게, 노래미와 조각배, 백사장과 푸른 바다가 보인다. 귀에 대면 파도 소리가 나고, 코에 대면 짠내가 난다. 목에 걸치면 바다 이야기를 속삭인다. 크게 파인 하얀 파티 드레스를 입고 Sea Locket를 닫고 목에 걸어도 괜찮고 열고 걸어도 괜찮다. 그대가 이미 좋으면 내가 열고 걸치면 된다. 그대가 흥미로우면 “오늘 나를 열게 해봐?” 하고 바다 이야기를 하면서 그때 열면 된다.  


그런데 추억의 이야기로는 충분치 않았다. 사실적인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손으로 만져보고 볼 수 있는 것, 그래 조개가 생각났다. Shell Pedant는 이렇게 탄생했다. 이제 나는 조개를 손으로 더듬어면서 Sea Locket에게 바다 이야기를 코로 입으로 듣는다. 어떤 때는 조개만 걸친다. 어떤 파티 때에는 Sea Locket을 걸친다. 그리고 바다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그대의 사랑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Shell Pendant, sterling silver, oxide, 2015

매년 Old Government House (Fredericton 옛 청사)에서 학교 전시회(Annual Jewellery/Metal Arts Exhibition)가 열린다. 캐나다 연방정부에는 총독 (The General Governor of Canada)이 있고 캐나다 주에는 주총독 (The General Governor of the Province of Canada)이 있다. NB주 총독은 남편과 함께 참석했다. 그분은 매년 이 전시회에 참석한다. 2014년 전시회 때 그분은 바다 이야기를 하는 Sea Locket에 흥미를 느꼈던 모양이었다. Sea Locket은 그분 품으로 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