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편에서는 싱가포르 경영대학 학교 수업 뿐만 아니라, 싱가포르에서만 만날 수 있는 배움의 기회를 기록했습니다. 각종 컨퍼런스가 매일매일 진행되고, 세계 각국의 인사이트가 모이는 아시아의 허브에서 공부하는 것들을 소개합니다.
0. 언어(영어)가 중요하긴 한데 중요합니다.
: 간혹가다 교환 생활을 하면서 영어는 가서 배우면 안되요? ㅠㅠ 라는 미묘한 기분이 들게 하는 질문을 받기도 하는데 유년기에 몇년 간 시간을 보낼 게 아니면 혹은 필요한 말만 해도 되는 워킹홀리데이가 아니라면 공부를 하러 오시는 경우 당연히 언어는 준비하고 오셔야 합니다.
저같은 경우는 고등학교/대학교/인턴 때 꾸준히 영어강의를 듣고 영어로 업무를 보는 등 사용해 왔는데 영어 사용 국가에서 언어가 안되면 얻어갈 수 있는 정보나 경험도 제한되고, 무엇보다 이민국에서 처리해야 할 행정적인 단계를 이행하기가 어렵습니다.
특히나 싱가폴에서는 중국인/말레이인/유럽인/싱가포리안 등등 여러분이 들을 수 있는 모든 국가의 악센트가 섞인 영어를 들어야 합니다.
제2외국어로 영어를 사용하는 high qualifed 노동자로 산업 구조가 굴러가는 싱가포르는 다행인 게 악센트 있는 영어를 저속하게 보거나 까대지 않고 들어주고 서로 의논하려는 문화의 필요를 알고 있고, 그런 문화를 구축하려고 노력합니다. (NYtimes - https://www.nytimes.com/2018/07/14/opinion/sunday/everyone-has-an-accent )
다만 그 문화의 일원으로서 소통하려고 유학생 스스로도 노력해야 하는데, 아는 단어가 아니면 음성만 듣고 의미를 유추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충분히 준비하고 가는게 좋고 수업에서는 개론서를 읽고 미리 Background를 만들어 가면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용기를 가지세요. 해외 취업한 직장에서 말 못하는 애물단지가 되어버리기 전에 최대한 덜 애물단지가 되기 위해 많이 부딪힐 기회고, 이런 기회는 자주 오지 않습니다. 영어사전이나 번역어플따윈 없었던 1866년 제너럴 셔먼호 선원들과 국제통상을 논의했던 선조의 지혜를 되짚어보며 도전해 보세요.
1. 수업/과제
: 저는 Global Megatrend in Asia라는 과목을 수강했는데 (계절학기이기 때문에 1개만 들어도 1주일에 수업이 12시간) 특이하게 아시아의 시장을 가르치시는 교수님은 독일 출신이셨습니다.
시험이나 퀴즈는 없고 중간발표, 기말발표, 기말 페이퍼, 매 수업시간마다 적는 Research Diary, 출석 및 참여 5가지 항목으로 평가됩니다. 경제/공학 과목은 좀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해외 대학의 수업은 발표나 팀플, 프로젝트 베이스가 많은 것 같습니다.
수업 진행에 있어서도 교수님이 여러가지 질문을 던지시는데, 독일, 러시아, 호주, 한국(북한 아님), 각자 자신의 문화권에 기반한 대답을 하기 때문에 교수님이 Wrap-up하시려고 굉장히 노력을 많이 해주시고 학생 모두의 이름을 외우시는 스윗함 까지ㅠㅠ 나중에 저런 시아버지를 만나고 싶습니다
: 팀원 간 협업도 많고, 참여형 수업에서 수업 구성원이 발언할 기회가 많아지는데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저희 모두 억양이 다르기 때문에 천천히 말하는 게 중요합니다, 데이터를 다타 라고 발음하는 친구들도 있고, 프랑스의 비음이 섞인 영어를 들을 때 더 집중해야 하는데 마찬가지로 다른 국적의 학우도 완벽하지 않은 영어를 듣고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립니다.
덧붙여서 협업에서는 언어의 유창성도 필요하지만, 한 주제를 파면서 의논할 때는 1)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스스로 알고 2) 자기 식대로 간단 명료하게 전달하는 능력이 우선인 것 같습니다. 알맹이 없는 내용만 계속 떠들어봤자 학습 능력이 그다지 느는 것 같지 않거든요. 그리고 회의도 진행 안됨.
발표같은 경우는 저희 조 미국인이 기말 발표 하기 전에 거의 패닉 상태에 처해서 대신해주겠다고 말할 뻔 했는데 물론 대신 안해줬습니다. 그냥 넌 잘할 수 있다고 위로해줬는데 제 편견이 깨지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대체적으로 아시아인은 잘 참여를 안하고 서양 인들은 무서움이 없다는데 (그리고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건 다 말일 뿐이고 모두에게 중간/기말 발표는 어렵습니다.
: 회의할 공간은 도처에 널려있습니다. 학교 내부에 건물마다 Project way가 널려있고 학생이라면 지하에도 협업 공간이 있고 도서관 Learning commons는 24/7 오픈입니다. 그리고 저의 밤샘 안식처도 이곳입니다... 이 시설도 정말정말 좋고 이런 시설이라면 정말 매일 밤샐 수 있을 정도 ㅜㅜ!
저같이 학교 또는 작업 공간과 물아일체를 이루는 이시대의 노동력꾼인 분도 많습니다. 어저께 밤에는 레주메 쓰는 분도 있던데 저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국경을 뛰어넘어 마음이 아팠습니다... 24/7 Learning commons 도 새벽에 생각보다 사람 많고, Project way 에 가면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 호모 하빌리스들이 구축해놓은 침실 같은 공간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2. 컨퍼런스
:싱가포르는 MICE라는 컨퍼런스 운영 산업까지 생길 정도로 컨퍼런스/포럼/국제 행사 등이 발달한 나라입니다.
(제가 유학간 첫 주, 김정은 국방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센토사 섬에서 회담을 가져서 모든 사람이 저에게 이러한 국제 정세에 대한 의견을 물어봐서 좀 힘들었습니다. 전 그냥..말하고 오히려 한국인도 아닌 다른 분들이 엄청 심오하게 의견을 말하는데 그때마다 저 자신이 너무 무식하게 느껴져서 그날부터 신문봅니다.)
작년에 저는 국제 광고제 Spikes Asia에 Student delegate로 참관했었는데요. 컨퍼런스 홀이 엄청 커서 층별로 세계적인 포럼이나 회의가 하루에도 몇 개씩 열립니다. 작년에 제가 Spikes Asia 갔을 때는 트위터 브랜딩 팀장, 코카콜라 브랜딩 담당자, 휴머노이드 예술가 등등을 만났는데요. 보통 이런 대형 컨퍼런스는 몇 개월 전부터 고가의 티켓을 판매하고 미리 참석 명단을 확보합니다. 컨퍼런스나 스타트업 피칭은 미리 초대받거나 신청한 사람만 갈 수 있지만, 신제품 발표회나 박람회 같은 경우는 드물지만 당일 신청도 가능하고 무료 참여인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유학을 온 후 싱가포르 경영대학의 지하 공간을 활용한 박람회인 Skills share 컨퍼런스도 무료로 세션을 참관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 제가 갔던 컨퍼런스는 SGinnovate의 스타트업 토크 콘서트였는데요. SGinnovate 1층에서 매달 스타트업 행사가 열립니다. 구글 캠퍼스 담당자가 최신 트렌드를 설명하기도 하고, 파이선 기초 강좌나, 스타트업 피치 등등 https://www.sginnovate.com/ 에서 신청하면 갈 수 있습니다. (안되는 것도 있음)
제가 갔던 행사는 Inc. magazine의 Deep tech startup 특집 기사에 실렸던 4명을 초청해서 시리즈 펀딩이나 앞으로의 시장 전략 같은 걸 동종 업계 분들과 이야기 나누는 자리였습니다. 세션마다 다를 수 있지만 이런 행사는 질문하고 싶은 분야가 확실한 현직자 분들에게 유용할 것 같습니다.
3. 미디어
- 여기서는 채널 뉴스 아시아를 어딜 가든 볼 수 있습니다. 학교 헬스장에도 켜져 있고, 카페나, 그냥 디지털 샤이니지 대기화면도 뭔 뉴스고, 종편채널 생기기 전 한국의 KBS 인 줄알았습니다.
좋은 건 무료로 다시 볼수 있는 영상도 있고 온에어도 무료입니다.
- 수업 특성상 리서치도 많고 뉴스도 많아 봐야 했는데
아래 사이트들은 수업에서 저에게 도움 되었던 사이트들 입니다.
Roland Berger Consultants: http://www.rolandberger.com/expertise/trend_compendium_2030/index.html
Business Insider: http://www.businessinsider.com/business-insider-global-20-2014-2014-1?op=1
Venturebeat : https://venturebeat.com/
Grow : https://app.feedblitz.com/f/?Sub=861655
- 그리고 싱가폴 경영대학의 각 건물들은 1층 출입구 옆에 NYtimes, The strait times, Business times 등 양질의 신문을 그냥 가져가라고 놔둡니다. 등록금도 비싼데 하루에 기사 1개 읽더라도 챙겨가 봅시다. 왠지 들고 다니는 것 만으로도 똑똑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예전에 연세대 송도캠퍼스에 중앙일보를 무료 배포했을 때 저녁에 보면 늘 한 뭉치 남아있던 기억이 납니다. 이곳에서는 오후 3시정도면 무료 배포하는 신문이 모두 떨어져 있는데, 지금이 방학인 걸 감안하면 평상시에는 신문 보는 학생들이 더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타국의 정치경제 상황에 따라 자국의 주식 시장이나 산업 상황이 출렁이는 구조 안에 있어서 그런지, 싱가폴 거주민들 그리고 싱가폴의 학생들은 국제적인 이슈나 거시적인 맥락을 자기 삶안으로 가져와서 설명하는 데 익숙합니다. 신문 가져갈 정도로 관심도 많고.
4. 싱가포르 경영대에서 1달동안 유학해서 좋았던 점
- 강한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환경에 도전하는 것이 무서운 이유는 초행자가 되어 넘치는 불확정성 속을 헤엄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는 언어도, 사회 구조도, 또래 집단에서의 헤게모니도 내가 다 아는 것들이었고, 잘하고 익숙한 것들이었는데 새로운 환경에 처하는 순간 우리는 약한 존재가 되어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니까요.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자신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강한 존재로서의 시간이 아닌 약한 존재에서 강한 존재로 거듭나는 시간입니다. 더 높은 단계의 챌린지를 이겨내며 인간은 강해지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난 1달동안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자신의 지평을 넓혀온 강한 친구들과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같이 프로젝트를 했던 스위스 출신 제임스는 원래 조부모님들이 중국 정치혁명으로 베트남으로 이주했다가 싱가폴을 거쳐 스위스에 정착했습니다. 제임스는 부모님과 조부모님들이 새로운 환경에서 밑에서부터 삶을 일궈 나가는 것을 보고배워서인지 스스로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공부하고, 싱가포르에서 취업하는 지금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룸메이트 인도네시아인 아말리아는 네덜란드에서 3년간 학교를 다니고, 홍콩에서 다시 학교를 다니다가, 태국에서 인턴을 하고, 지금은 싱가폴에서 새롭게 도전하고 있습니다.
순탄치 않은 지난날 어떻게 이겨내야할지 모르겠었던 혼란스러움이나 지금의 제 생각, 앞으로에 대한 고민을 여러 환경에서 도전을 이겨내 온 친구들과 공유할 때 마음이 정말 편했습니다. 각자 새로운 환경에 도전하며 공감대가 이루어지는 부분도 많았고, 상상 이상으로 사람 사는 건 다 똑같구나 싶어서 웃음아 나오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쉽지 않은 시간을 자신의 색으로 칠해가는 멋진 동료들과 함께여서 더 값진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싱가포르에서 유학을 하게 되신다면, 꼭 알아두셨으면 합니다. 공부해야 할 대상은 책이나 컨퍼런스, 신문이나 미디어 매체에 일수도 있지만, 옆에 함께 있는 동료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