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일기 4. 싱가포르의 Retail

#유학생일기 #싱가포르에서_소비하기

by Jessy

0. 파리의 몽쥬약국은 약국이지만 한국의 올리브영과 같은 포지션에 있고, 일본의 할인잡화점 돈키호테는 일본 을 구글링하면 바로 상단에 뜨는 대표 관광지가 됐다. 유통은 이처럼 각국의 소비 행태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하며, 때로는 타국의 retail 행태는 자국의 유통 10년 후를 예견해주는 청사진이기도 하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중 하나인 싱가포르의 유통 역시 특이점과 차이가 있었다. 이번 편에서는 지난 한 달여간 겪었던 싱가포르만의 특별한 리테일 특징을 소개합니다.



1. 대형마트가 아닌 대형 쇼핑몰 지하의 마트

- 한국의 경우 한 마트 지점 당 부지개발팀이 1,2,3,팀까지 있을 정도로 대형 마트 유통망이 발달했다. 이는 이사가 잦지 않고 마트에서 의류와 생활용품, 식품 등 여러 카테고리의 소비를 마트 한방으로 해결하는 주부들의 소비 습관 때문이다. 올림픽 스타디움과 같은 대형 스포츠 센터에 입주한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등을 자주 만날 수 있는데 스타디움의 미친 렌탈비를 감당할 정도로 마트는 한국의 주요 유통 채널 중 하나이다.


반면 싱가포르의 경우 대표적인 유통 채널 중 하나는 대형 복합 몰이다. 싱가폴의 중심가는 거의 1,2층의 소규모 건물보다는 대형 건물에 외식/패션/헬스/뷰티 다방면의 상점이 입점하는 형태를 띤다.


KakaoTalk_Photo_2018-07-25-01-43-32.jpeg 마리나 베이 샌즈 쇼핑몰의 Cold Storage


이런 이유로 대형 쇼핑몰에 입점한 Fair price/Cold Store 등의 마트들은 주로 지하에 있다. 한국에서 1,2,3,4층은 아울렛 혹은 백화점이고 지하는 마트인 구조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평일 저녁 7,8시 즈음에 퇴는 퇴근길에 장을 봐서 돌아가는 싱가포리안들을 만날 수 있다.



2. 스타필드 같은 대형 복합몰이 도시 곳곳에, 호텔과 함께

- 영화와 쇼핑센터를 합친 Cineplex, 예술 공연 극장 Esplanade도 쇼핑몰과 연결되어 있다. 문화 시설과 쇼핑 시설이 붙어 있는 구조는 한국의 스타필드 등에서 쉬이 찾아볼 수 있는 구조.


싱가포르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특징은, 문화시설과 대형 쇼핑 시설이 호텔과 함께 붙어있다는 것. 호텔 자체에서 쇼핑몰을 구축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다 해도 쇼핑몰과 연결 통로를 만들어 접근이 쉽게 한다. 호텔 투숙객의 저녁식사시간, 쇼핑시간, 문화 시설 체험 시간을 한꺼번에 해결해주는 동시에 호텔 투숙 가치도 높이고, 투숙객 이외의 관광객들도 유입하기 위함이다.


당연히 규모가 큰 호텔의 쇼핑시설일수록 고가의 브랜드도 많고 으리으리하다. 마리나 베이 센즈의 경우 함께한 샌즈 몰 지하 2층에는 운하가 흐르고, 지하 대형 극장과 쇼핑센터는 총 3-4층에 달한다. 콘티넨탈 호텔도 부기스 쇼핑센터와 연결되어 있다.


KakaoTalk_Photo_2018-07-25-01-56-07_92.jpeg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 샌즈 시어터와 연결되어 있는 샌즈 쇼핑몰



3. NETS/EZLINK 싱가포르 현금카드

- Mastercard와 Visa 카드 사용이 자유로워서 관광객이 따로 Singapore Local 신용 카드를 만드는 경우는 많지 않다. 7% Duty free를 제공하는 쇼핑몰도 종종 볼 수 있기 때문에 자국의 신용카드를 사용한다고 해서 엄청난 금융상의 불이익을 보지도 않는다. 유학생의 경우도 주위에 물어보니까 시티은행 국제 체크카드로 용돈을 송금받는 경우가 대부분.


신용카드 같은 금용 상품 가입은 만국 공통으로 귀찮고 어렵나 보다. 장/단기 체류자가 많은 싱가포르에서 발달한 것은 편의점에서 쉽게 구매/충전할 수 있는 충전식 현금 카드. 일종의 페이게이트인 셈인데 계좌에서 자동 충전 방식인 한국의 카카오페이 카드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NETS-3-Apr-2018.jpg NETS의 50센트 할인 프로모션

싱가포르의 fair price, cold storage 같은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 사용 가능하고 이 현금 카드를 사용했을 때 일정 금액을 할인해주는 프로모션도 종종 있다. MRT(지하철), 버스 교통비 지불, 전부는 아니지만 택시비도 가능하다. 온라인 결제를 지원하는 싱가포르 사이트도 많다. 싱가포르 이민국 ICA에서 비자 비용 지불할 때도 창구에서는 NETS카드로만 지불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 제가 재학 중인 싱가포르 경영대학 내 각종 카페테리아, 서점 등에서도 사용 가능.



4. 자판기

- 싱가포르의 밤은 서울의 밤과 다르다. 밤 10시 반부터 다음날 아침 7시까지 주류 통제법으로 술을 마시지 못하는 것도 그렇고, 대부분의 가게가 밤 10시를 넘어가면 문을 닫는다. 신촌이라는 서울의 불 꺼지지 않는 지역에 살던 나로서는 10시만 지나면 깜깜해지고, 밤샐 때 커피 한잔 사러 갈 24시 카페가 없는 상황이 너무너무 낯설었다. 12시가 넘어가서 당이 떨어질 때쯤 도서관을 나와 하이에나처럼 헤매던 나를 구원해 준 건 다양한 자판기들이었다.


신문 자판기, 코카콜라 자판기, 유제품 자판기, 과자 자판기, 신선식품 자판기(매일 리필), 심지어 토스트 자판기나 파스타 자판기(주문 시 1-2분 내로 조리, 아마 RTC, Ready-to-Cook 제품을 활용하는 듯)도 있다. 싱가포르의 모든 권역이 자판기가 가득 찬 건 아니지만, 싱가포르 경영대학 캠퍼스 내에는 유독 많았다. 밤늦게 혹은 아침 일찍 소비 수요가 있는, 공강 시간에 빨리 끼니를 때워야 하는 학생들을 타깃으로 해서 그런 듯.

img_35641.jpg smu li ka shing library 에스컬레이터 바로 앞에 있는 토스트 자판기. 100초 정도 기다리면 따듯한 토스트가 나온다.


일반적으로 자판기 제품들은 저렴하지는 않다. 오히려 일반 소비가보다 조금 높게 책정되어 있는데 싱가포르 경영대학 내의 자판기 같은 경우 일반 소비자가보다 저렴하거나 정상가로 가격이 책정되어 있다.

이 자판기들의 대부분은 3번에서 설명했던 NETS나 EZLINK 현금카드 결제가 가능하다.



5. 무인 쇼핑몰 open sesame

출처 : https://opse.xcard.me/ welcome 영상


미국 시애틀에 아마존 고가 있다면 싱가폴에는 OPEN SESAME이 있다. 1) 웹사이트에 신용카드 정보를 등록하고 2) 매장에서 등록한 카드를 센서에 터치한 후 매대의 잠금장치를 열어서 3) 원하는 물품을 집어 들면 4) 자동으로 결제된다.


싱가포르 경영대학의 Open Sesame 매장은 음료수와 즉석식품 위주로 구비해놓고 있었다. QR 코드로 바로 등록 웹사이트로 연결되게 하고 도서관에서 밤새면서 보니까 학생 몇몇이 종종 들른다. 그리고 구글링 해보니까 상점 형태로 오픈한 것도 있고 그냥 냉장고 매대 하나만 공공장소에 설치해놓기도 하는 듯.


KakaoTalk_Photo_2018-07-25-01-56-14_92.jpeg SMU (싱가폴 경영대학) 의 Open Sesame 매장



6. 단상 및 비교

- 같은 충전식 선불카드, 다른 시장 전략

싱가포르의 현금카드는 지하철역 혹은 편의점에서 충전한다. 한국의 카카오페이/코나 카드 같은 선불식 현금카드는 애초에 발급 시 기존 금융계좌 연결을 해야 한다. 2030이 이 애용하는 수제 맥주, 문화상품 등에 할인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현금카드 사용을 장려하는데 개인적으로 이 충전식 현금카드가 차지할 수 있는 시장 파이는 한계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우선 신용등급의 하락이다. 괜히 제1 금융권 주거래 은행을 만드는 게 아니다. 한국에서는 "돈을 어떻게 어떤 채널/은행을 통해 쓰느냐"가 대출 금리에 큰 영향을 마친다. 현대카드 제로같이 좋은 신용카드들도 혜택 많이 주고 신용카드 금액을 납부일에 맞춰 잘 지급했을 때 신용 등급은 높아지지만 현금카드를 주 지출 카드로 만들었을 때는 주거래은행 사용 실적도 안 쌓이고 신용등급도 그대로다. 충전식 선불카드가 니치마켓은 확실히 사로잡겠지만 니치마켓에서 시장을 확장하기 어려운 이유다.


- 싱가포르의 자판기, 한국의 편의점

자판기의 묘미는 심야 시간대 혹은 소매점으로부터의 사각지대에 필요한 상품을 적은 운영 비용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즉, 기존 소매점 혹은 유통 채널이 커버하지 못하는, 시간 혹은 공간의 제약이 있는 TPO에 "최적의" 상품만을 "최소의" 운영비로 공급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


다만 한국에서는 5분 거리마다 하나씩 있는 편의점이 모든 걸 다해주기 때문에 굳이 자판기를 이용할 필요가 없다. 제한된 공간 대비 구비하고 있는 상품의 종류도 많고. (최근 몇 년 간 한국에서의 자판기는 Insta-worthy 한 아이템으로 소비되었다. 참고-망원동 자판기 카페)

30991683_142820356565815_4531924752004022272_n.jpg 인스타그램에 #망원동자판기카페 를 검색하세요


+ Open Sesame의 무인 판매 시스템과 매대 구성을 한국 시장에 맞춰서 재구성하면 앞으로 한국의 모든 편의점은 알바 없는 무인 편의점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싱가폴보다 탄탄한 정보통신 인프라와 전 세계 어떤 나라보다 디지털 리터러시가 높은 밀레니얼 세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만 소비자의 신용카드를 사전에 서비스 상에 등록시키는 허들을 넘어야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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