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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평한 미아 Oct 18. 2016

[끄적끄적]원칙대로 삽시다

Please keep the rules

최근 일어난 큼직한 교통사고들을 보니 영국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난다.


토모코를 만나러 갔던 요크에서

하나랑 리즈&요크에 있는 토모코를 만나러 갔다 오는 길. 시외버스 앞문이 고장나 안 닫혔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시외버스 문은 대부분 엄청난 압력으로 닫히게 돼 있다.비행기 문처럼. 그게 고장나면서 문이 닫히지 않아 달릴 때 바람이 엄청 들이치는 것이었다. 차를 갓길에 세워두고 기사 아저씨와 승객 몇 명이 차 문을 벨트나 끈으로 고정하려고 애썼지만, 워낙무거운 문인지라 조금 달리다 보면 열렸다.


요크에서 런던까지 쭉 가는 게 아니고 중간 기차역까지 데려다 주는 버스였다. 그 기차역까지는 차로 10분 남짓 남은 거리였다. 한국이었으면 대충 고정한 상태로 혹은 그냥 문이 열린 채로 달렸을 텐데 우리는 한없이 버스에서 대기해야 했다. 1시간반 정도를 기다렸다. 


사실 우리는 급할 게 없어서 뭐 늦을까봐 초조하진 않았지만, 속으로는 그냥 대충하고 가지 뭘 이렇게까지 기다리나 싶긴 했다. 하지만 승객 중 그 누구도 화내거나 짜증내지 않았기에 우리도 그냥그러려니 하고 기다렸다. 시간이 지나니 견인차가 와서 버스를 끌어가고, 다른 버스가 우리를 기차역까지 데려다 줬다. 


다들 엄청난 정의감이 있다거나 사고를 두려워한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버스기사로서는 당연히 안전 수칙을 지킨 것이고, 승객들은 그것을 받아들이고 인정했을 뿐이다. 그때는 별 생각이 없었지만 얼마 전 울산 관광버스 사고나 여름철에 일어났던 여러 대형버스 사고를 보면 모든사고는 작은 부주의에서 일어났음을 깨달았다. 가볍게 생각하고 무시한 것이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값으로대신 치러졌다.


그러고 보면 유럽에서 탔던 모든 버스에는 앞 좌석에 안전수칙이 꽂혀 있었다. 비행기처럼. 출발하기 전 기사가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이 안전벨트를 했는지 확인했고, 출발하면서 안전수칙 안내를 자세하게 했다. 지나칠 정도로 깐깐하게 규칙을 지킨다, 귀찮다 생각했는데 사실 그렇게 해야 옳은 것이다. 


이런 문화가 자리 잡으려면 시민의식이 중요하다. 우리는 확실하게 뭔가 검사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리면 늦는다고 짜증내고 화를 낸다. 대충 하고 넘어가자고 소리지를 게 뻔하다. 올바른 문화가 자리잡으려면 그에 걸 맞는 시민의식이 갖춰져야 한다. 


모두가 안전하게 사는 건 큰 힘이 필요한 게 아니다. 원칙을 지키는 것, 그거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나만 지키거나 몇 명만 지키는 게 아닌, 모두가 지키는 것. 하지만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고 당연히 그런 사회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는 왜 빠른 게 최고인 것이 되었을까. 왜 원칙을 무시하면서까지 빨리도착해야 하고, 빨리 마무리되어야 하고, 빨리 만들어져야하는 걸까. 사실 원칙, 혹은 정해진 법 테두리 안에서라면 빨리 하든 느리게 하든, 이익을 많이 내든 적게 내든, 손해를 보든 문제가 없다. 기업은 당연히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내는 곳이 맞다. 경비절감을 위한 여러 조치를 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법을 지키면서 해야지. 


원칙주의자로 이 글을 쓰다 보니 열이 뻗친다. 그만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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