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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Jan 16. 2024

안경 좀 벗어

수도권으로 이사와 멘토였던 친구와 같은 도시에 살게 되었다.

"10년 후에 너를 생각해 봐"

내가 힘들다고 하소연할 때 나에게 해줬던 말이다.

그 말은 나를 세상밖으로 나오게 만든 엔진의 연료가 되어 주었다.


또 한 번 친구가 나에게,

"안경 좀 벗어~"

드라마에서도 주연이 변화하는 장면을 보면 안경을 벗고 헤어스타일과  옷스타일에 변화를 준다.

친구도 나에게 얼굴을 가리는 안경을 벗고 렌즈 사용을 해보라고 권유를 하였다.


중학교때부터 쓰기 시작한 안경은 나의 분신과도 같았다. 오래동안 써왔던 안경이기에 얼굴에 변화가 있었으니 처음엔 어색한게 당연하다는 친구의 조언에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여학생들만 다니는 중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긴머리를 자르고 단발이 된 나의 모습은 어쩜 그리도 촌스러운지 그때부터 외모에 신경쓰기 시작했다.

얼굴에 자신이 없었던 난 칠판에 글이 흐릿하게 보인다고 엄마에게 안경을 맞춰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끝내 엄마는 나의 설득에 못이기는 척 안경집을 데리고 가셨다.

시력검사를 하고 성장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눈이 더 나빠지기 전에 안경을 맞춰야 한다는 안경사의 말에 엄마는 수긍을 했다.

그 당시 전영록의 나비안경이 유행이었다.

유행하던 안경이 쓰고 싶었다.

멋으로 쓰려고 했던 안경이 정말 눈이 나빠 쓰게 된 것이다.

그 뒤 잠을 잘때 말고는 간혹 잠을 잘때도 안경을 쓰고 잠들때도 있었다. 그렇게 안경은 내 몸에 일부가 되었다.





처음 렌즈를 착용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출근을 했다.

이상한 눈으로 나를 보면 어떻하지?

얼굴에 안경이 없으니 속옷을 입지 않은 마냥 부끄러웠다. 그런데 달라진 사무실의 동료샘들은 내가 안경을 벗었는지 원래 안경을 쓰고 다녔던 사람인지 아무도 몰랐다.


이사후 처음 회사에 가서 만났던 선생님만 나를 알아보았다.

"선생님~ 오늘은 안경을 쓰지 않으셨네요? "

"아..오늘은 렌즈를 끼었어요."

"안경을 쓰지 않은게 더 나은거 같아요."

그 선생님의 말씀이 용기가 났다.


"사람들은 너에게 관심없어"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그랬다. 내가 안경을 벗었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해 여름휴가에 안경을 벗고 지방에 있는 친구들을 만나러 내려갔다.

"어? 너 안경 벗었네?"

한 친구는 알아보았다.

그 친구 말에 다른 친구는 "안경썼었나?"

친구들은 안경을 벗으니 더 낫다는 말을 했다.


안경을 벗고 렌즈를 사용하기 시작한지 5년이 되어간다. 지금은 안경을 쓴 내가 어색하다.

나의 얼굴에 자신이 없었던 어린 내가 안경으로 다른 아이가 되고 싶었나보다.

그렇게 난 오랜세월 내가 아닌 다른 나로 살았던 나와 이별을 했다.

안경을 벗고 진정한 나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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