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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Jan 09. 2024

큰 구렁이의 꿈

수도권으로 이사하다

큰 딸은 공무원 공부를 하기 위해 노량진 고시촌으로 올라갔다. 혼자 생활이 힘들고 공부 스트레스가 많았던지 장염이 걸려 고생하고 며칠이 지나니 독감에 걸려 힘들어했다.

작은 딸은 퍼스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 레쥬메를 이리저리 발품을 팔아 돌리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자리를 잡아 잘 지내고 있다.


주말에 큰애를 만나러 서울로 올라갔다.

고시촌에서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침대와 책상만 들어가는 곳에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지내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괜찮아, 엄마~"

걱정하지 말라는 딸의 얼굴은 반쪽이 되어 있었다.


지방에서 혼자 지내고 있는데 번뜻 든 생각은 수도권으로 이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바로 현재 있는 돈과 큰 애와 둘이 거주 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서울과 거리가 멀지 않고 교통이 편리한 곳이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 있는 돈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작은애가 한국에 없으니 방을 줄여도 괜찮을 듯 했다.

그리고 가지고 있는 돈에 맞춰 일산의 역세권 부근에 주거지를 선택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은 타지방으로도 전배가 가능했다.

침대, 장농, 거실장등 모두 중고로 하나씩 내놓았다.

그리고 한 박스씩 혼자 짐을 쌌다.


20년 넘게 살았던 지방도시였다.

큰애 임신 6개월경 서울에서 내려와 정착했던 도시를 떠난다.

고향이나 다름 없는 곳을 떠나는 아침이다.

아쉬움보다는 새로운 곳에서 적응을 하며 잘 살아갈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섰다.


이사를 하고도 두어달 동안 매주 왕복 8시간이상 거리를 오가며 지냈다.

지방에서 하던 수업들이 인수인계가 되지 않아 동료 집에서 지내며

주말이면 올라와 짐 정리하고 평일엔 다시 내려가 수업을 하였다.


지방에 있는 아이들보다 수도권 아이들은 공부를 더 잘할텐데 내가 잘 가르칠 수 있을까


방이 두개였던 25평아파트에서 거실겸 방이 있는 19평은

짐을 모두 팔고 필요한 물건들만 가지고 올라 왔는데도 비좁은 공간이었다.

큰애와 둘이 거주하는 데는 문제는 없었다.


이사후 집근처 이마트에 필요한 물건들을 사러 큰딸과 함께 갔다.

“OO야, 엄마 키가 작은 키였나?”

“왜?”

“여기 있는 사람들은 왜 이렇게 키가 크니?“

지방에 살땐 키가 작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았다.

내 키는 아주 평균키 인 163cm이니…

신발을 신거나 구두를 신으면 165이상을 보이는 키인데 마트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나보다 머리하나 크기쯤은 더 높아 보였다.

(큰 딸의 키는 169cm이다.)


수도권에 인구가 많아서 키가 큰 사람들이 많을지도 모르지만

큰애와 함께 이야기하며 지방은 동남아 사람들의 혈연들이 많은가? 수도권은 서구권인가? ^^

우스개 소리를 만들어 내며 큰딸과 나는 수도권 생활에 적응하고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이사하는 새벽 꿈을 꾸었다.

커다란 구렁이 한마리가 내가 자는 안방에서 꽈리를 틀고 앉아 있었다.

이사하는 날 왜 이런 꿈을 꿨을까? 잊혀지지 않은 꿈이었다.

주변환경이 달라진 곳에서 적응하며 살아가는데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다.


분석심리학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뱀은 허물을 벗는 동물이다.

그전의 나는 벗어버리고 새로운 나로 살아 간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는 퍼스에서 나온 작은 딸과 각자의 방에서 수도권에 생활에 익숙해져 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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