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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Apr 01. 2024

글과 나 사이 틈의 연주


지난 주말 발레 공연을 보았다. 매월 예술인 복지 재단에서 예술인 패스 할인정보 메일을 보내준다. 3월 예술인 할인 공연 중 오래전부터 보고 싶었던 [백조의 호수] 발레 공연 소식에 반가워 예약했었다.

공연은 화려한 조명과 라이브 오케스트라의 차이콥스키 연주, 발레리나의 우아한 몸짓으로 눈을 뗄 수 없는 환상적인 무대였다. 백조와 흑조의 군무는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맞춰 발의 스탭과 손짓, 눈빛의 움직임까지 모두 하나가 되었다.

왕자인 발레리노의 약간 경직된 모습과 불안정한 턴의 착치로 경미한 실수가 있었지만 보는 이에게는 생동감을 더 했다. 차이콥스키의 음악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연주자 그리고 발레리나의 춤으로 살아 움직여 공연장을 커다란 오르골로 만들었다


성공적인 발레 공연을 위해서 수많은 연습과 노력을 했을 것이다. 내가 글을 잘 쓰기 위해서도 많은 연습과 노력이 필요하다.

무미건조한 일상에 음악을 만들어내는 일은 내가 하는 사유이고  그 음악의 지휘자도 나다.  내가 관찰하고 성찰하는 일이 연주이다.  그 글이 독자의 마음에 와닿았을 때 멋진 공연이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글과 나 사이의 틈을 연주하는 일은 성찰과 사유이다.

경쾌한 음악을 연주하 듯 글을 쓰는 일이 마냥 즐겁고 재미있었던 날들이 나에게도 있었다.

같은 교회 같은 학교에 다녔던 친구들 중 나보다 성숙했던 친구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이성을 좋아하는 감정이 무엇인지 궁금하기만 했던 나는 호기심으로 가득했었다. 그런데 그 친구는 우리에게 각자 좋아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써보자는 제안을 했다.


내가 관심 갖고 지켜봤던 교회 오빠에게 편지를 쓰기로 했다. 예쁜 편지지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첫 편지를 뭐라고 썼는지 기억은 없지만 답장이 안 오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앞섰던 것 같다.

드디어 답장을 받았던 날, 친구들과 햇살이 가득 들어오던 학교 창틀에 앉아 소리 내어 읽었던 철없는 시절의 글쓰기였다. 그때 글쓰기는 재미있었고 어떤 대답이 올까 답장을 기다리는 설렘은 기다림이 행복이라는 것을 알게 했다.

글쓰는 일에 웅크리고만 있는 내가 연애편지를 받는 기다림처럼 글과 나 사이의 틈이 멋진 공연을 만들어내는 날을 행복한 마음으로 기다려야 겠다.


봄의 클라이 막스가 시작되었다. 바람이 부는 소리와 나무 가지들의 흔들림이 오케스트라 연주가 되어 웅크린 꽃잎들은 엎드려 있던 발레리나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양팔로 날갯짓 하듯 펼쳐내고 있다. 목련의 우아함과 홍매화의 화려함은 봄바람의 흔들림으로 발레리나의 360도 턴의 오르골이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멋진 공연이다.

사늘한 봄바람으로 몸을 이기지 못해 웅크리고 있던 나는 이 멋진 공연을 놓칠 새라 헛헛한 마음이었다. 이 번 발레 공연이 나를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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