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런예지 Feb 05. 2022

27화_겨울 달리기 복장과 용품을 소개합니다

겨울 운동을 더 사랑할 수 있기를  


고백부터 하자추운 겨울을 좋아하지 않는다. 굳이 이유를 들자면 겨울에도 포근한 부산에서 나고 자라 추위에 약하다. 부산에서 산 23년 동안 딱 두 번 눈이 내려 쌓인 걸 본 적이 있다. 그래서 한겨울에도 정말 가벼운 옷차림으로 외출했다. 주로 긴팔 티에 두꺼운 니트를 입었고, 아주 추운 날은 코트를 걸쳤다. 대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패딩 잠바를 입었을 정도다. (요즘은 부산에서도 롱 패딩으로 무장을 하고 다닌다. 어려서 추위를 덜 탔었는지도 모르겠다.)




용인에서 첫 직장 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혹독한 겨울 추위를 경험했다. 너무 추워서 귀가 떨어져 나갈 것처럼 아렸고, 머리를 묶으면 목 뒤가 너무 시렸다. 롱부츠를 신었는데도 발이 시린 건 정말 충격이었다. 지금도 그 느낌이 생생하다. 몸이 얼어버릴 듯 차가운 바람과 펑펑 내리는 눈은 내게 경이로우면서 공포스러운 존재였다. 생존하기 위해 태어나 처음으로 가죽 장갑을 사서 꼈고, 어울리지 않는 털모자를 매일 쓰고 다녔으며, 롱 패딩이 교복이 되었다. 활동적인 성격이라 바깥 활동을 좋아하는데 겨울만은 집순이가 되었다. 당연히 스키, 스노 보드, 스케이팅 등 겨울 스포츠는 즐겨본 적이 없다. 즐길 생각을 못했다는 게 더 적절한 표현이겠다.




그랬던 내가 작년 겨울엔 달리기를 했다. 12월에는 추위에 겁을 먹고 주춤했지만, 1월 1일 해운대에서 떠오르는 첫 해를 보며 달 감동과 여운 덕에 1월에는 주 3회, 2월에는 매일 30분씩 달렸다. 작년엔 겨울용 러닝용 옷이나 용품 준비 없이 그저 면티에 기모 바지, 롱 패딩을 입고 허술하게 달렸었다. 하지만 올 겨울 초, 작년보다 달리는 거리도 길어지고 속도도 빨라지니 롱 패딩을 입고 달리는 게 무겁고 답답해져서 겨울 운동 복장과 용품을 준비했다. 추위로부터 몸을 보호하면서도 더 가볍고 경쾌하게 겨울 운동을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 다섯 가지 아이템을 소개한다.





1. 경량 패딩


뉴발란스-WOMEN 경량 구스 다운 자켓


나는 겨울엔 기온에 따라 기능성 긴팔티 두세 개를 겹쳐 입고, 경량 패딩을 입는다. 겨울엔 두꺼운 옷보다 얇은 옷을 여러 벌 겹쳐 입는 것이 좋다.  얇은 옷을 여러 벌 껴 입으면 몸을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고, 체온 유지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패딩에 모자가 달려 있으면 달리기 초반에 목과 머리의 체온을 유지할 수 있어 좋다. 겨울에도 낮에 달릴 때는 몸이 후끈하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그럴 때 경량 패딩은 벗어서 허리에 묶고 달릴 수 있어 편하다. 혹시 겨울에도 조금만 달리면 몸에 열이 나고 땀이 많이 나는 편이라면, 경량 패딩 대신 패딩 조끼를 추천한다. 기능성 긴팔티 입고, 패딩 조끼를 입으면 시원하고 자유롭게 달릴 수 있다.



2. 기모 레깅스  


안다르-에어웜 기모 지니 시그니처 레닝스


두 번째 추천 아이템은 기모 레깅스다. 처음엔 겨울에도 평소에 입었던 얇은 레깅스를 입었는데, 엉덩이와 허벅지가 너무 서늘하고 시렸다. 특히 집 밖을 나설 때 다리가 선뜩한 느낌 때문에 진심으로 집에 도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기모 레깅스가 있으면 겨울 운동이 두렵지 않다. 기모 레깅스라고 하면 두껍고 답답할 것 같지만, 실제로 입어보면 부드럽고 포근하다. 가볍고 통기성이 좋아서 달릴 때도 땀이 차지 않아 너무 좋다. 이 제품은 몸을 쫀쫀하게 잡아주면서도 Y존이 부각되지 않아서 민망함 없이 편하게 입을 수 있다. 남성 러너들은 레깅스에 반바지나 긴바지를 입으면 된다. 나는 기모 레깅스를 여러 벌 사서 홈웨어, 운동복, 코트나 스커트 안에 이너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3. 면장갑


아넥스 러닝장갑


장갑은 겨울 야외 운동 필수 아이템이다. 손만 따뜻해도 체온 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 면이 도톰하고 안에 기모가 들어있는 장갑을 추천한다. 면장갑은 자주 빨 수 있어서 좋고, 요즘엔 스마트폰 터치 기능이 있는 장갑도 많아서 러닝 앱을 켜거나 달리다가 사진을 찍을 때 편하다. 손바닥 안에 미끌림 방지 실리콘이 있으면 스마트폰, 등산 스틱 등 다양한 물건을 잡고 운동하기 편하다. 많이 추운 날엔 장갑을 두 개 겹쳐 끼거나 안에 비닐장갑을 끼고 면장갑을 끼는 것도 팁이다.




4. 겨울용 스포츠 마스크 (넥워머, 넥게이터)


젝스피츠-윈터테크 듀얼 넥게이터


겨울 달리기를 해보니 낮은 기온 때문에 마스크에 땀이 맺혀 얼굴이 더 차갑고 불쾌해졌다. 그래서 추위로부터 얼굴을 보호하고, 숨 쉬기도 편한 것이 없을까 찾다가 발견한 것이 겨울용 스포츠 마스크이다. 보드를 타거나 자전서를 타는 분들이 많이 쓴다. 겨울용 스포츠 마스크는 눈 아래부터 목까지 얼굴의 반 이상을 가려주는 걸 말한다. 코와 입, 귀, 목 등 피부로 들어오는 바람을 차단해줘서 따뜻하다. 코 주변은 얇은 소재로 되어있어 호흡하기 편안하고 땀, 습기를 빠르게 배출해서 쾌적하게 달릴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것도 있다. 머리까지 모두 감싸는 것을 원하면 바라클라바를 추천한다.




5. 귀를 덮는 헤어밴드


할로-안티 프리즈 밴드


작은 용품 하나가 러닝의 질을 올려준다는 걸 경험하게 한 아이템이다. 나는 사계절 헤어밴드를 쓴다. 헤어밴드는 장점이 많은데 먼저 머리와 이마에서 흘러내린 땀이 눈으로 들어가는 걸 시야를 가리거나 따가워지는 걸 막아준다. 눈가에 맺힌 땀은 손등으로 닦아내서 헤어밴드에 톡톡하고 두드려 흡수시킬 수도 있다. 헤어밴드는 머리카락이 흔들리는 걸 고정시켜주는 역할도 한다. 여기에 겨울에는 귀를 덮는 헤어밴드를 쓰는 걸 추천한다. 얼굴에 밀착되어 흘러내리지 않고, 귀를 보호해줘서 체온 유지에 도움이 된다.





*기타 겨울 달리기 도움말


복장은 그날 기온에 따라서 보태거나 뺄 수 있으니 유연하게 활용하면 좋겠다. 겨울에는 몸을 데우고 굳은 몸을 풀기 위해 집에서 준비 운동을 하고, 집 밖에서는 바로 천천히 뛰는 걸 추천한다. 그리고 집 앞에서 달리기를 마쳐야 흐른 땀이 증발하면서 체온이 낮아지는 걸 막을 수 있다. 영하 10도 정도로 많이 추운 날은 핫팩을 가지고 나가서 달릴 땐 주머니에 넣어뒀다가 달리기를 마치고 손에 쥐는 방법도 있다. 그리고 영하 15도로 추위가 극심하거나, 눈이나 살얼음 때문에 바닥이 미끄러운 날은 안전을 위해 실내 운동을 대체할 것을 추천한다. 






나는 겨울 달리기를 더 사랑하고 싶다. 모든 것이 딱딱하고 차갑고 얼음 잔해가 놓여 있는 공간 속에, 뜨거운 숨을 내쉬며 그 공간에 열기와 생기를 불어넣는 존재가 되는 게 좋다. 차가운 바람이 살갗에 닿는 고통을 뚫고 달리면 힘겹지만 뿌듯함이 크다. 눈이 얼기 전 폭신폭신한 눈을 밟으며 내 발자국을 새기는 경험은 특별하다. 겨울 달리기 복장과 용품을 갖추면 이 모든 것을 조금은 더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또겨울 달리기 역시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해 '뜨거움'과 '상쾌함' 속에서 끝마칠 수 있다.



 몸을 단련하는 것이 내 삶이 됐다.
이제는 거기서 벗어날 수 없다.
내게는 이를 대체할 다른 일이 없다.
이 내면의 충동에 따라 행동하는 게
내게는 정말 어울린다.

          조지 쉬언의 책 <달리기와 존재하기> 중



겨울 추위는 매섭고, 때론 혹독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나뿐만 아니라 세상의 많은 러너들이 사계절을 길 위에서 달린다. 추워도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 추워도 달릴 수밖에 없는, 달리는 게 삶이 된 모든 러너들의 겨울 달리기를 응원한다. 


겨울에도 작은 불꽃을 피우며 건강하게 달리길
매거진의 이전글 26화_세상에 이런 운동 부상도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