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릇 May 09. 2021

퇴사

노트북과 출입증을 반납하니 오후 4시였다. 


이제 뭐 눈치 볼 거 있나. 

일과 시간이 한창인 동료들은 일하기 바빴고, 나는 그들을 방해하지 않고 조용히 회사를 나섰다.


마음이 많이 괴로웠던 만큼, 회사를 나오는 길이 후련할 줄만 알았다.


마음껏 오랜만의 자유를 만끽하며, 여의도 벚꽃도 보고, 올해 봄은 또 얼마나 왔을지 살피는 시간을 가질 거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막상 회사 건물을 나오니, 여의도가 갑자기 낯설어졌다. 

오후 4시의 바깥공기는 내게 꽤나 어색한 것이었다. 


민망해진 나는, 부리나케 집에 오기에 바빴다.


이전 퇴사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었다. 이전에는 다음 회사를 정하고 나왔던지라, 길어야 2주가 되지 않는 시한부 자유 속에서 나는 그 시간을 즐기려는 강박에 늘 가득 찼었다.


하지만 이번 퇴사는, 다시는 회사원이 되지 않기로 다짐한 바, 나의 자유로운 시간은 기한이 없었다.

이제 시간은 나에게 넘치는 자원이 되었다. 되려 어찌할 바를 몰라 집으로 도망쳤다.


그렇게 갈망했던 자유는, 얻자마자 불안함을 수반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제 나의 의사대로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었지만, 결정을 실행할 능력도 온전히 나에게서 나와야 했다. 복잡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 요 며칠 정도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말자.


늘 그랬듯 멍청하게 유튜브를 연신 보다가 저녁을 먹고는 일찍 잠들어버릴 마음으로 와인을 한 병 마시고는 잠에 들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마음을 전하는 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