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지구의 지면을 채운 액체와 인간 내부를 채우는 액체 사이의 공통적인 요소인 소금에 대한 소통학적 상상력에서 출발하였다. 소통학은 소통의 기본 테제와 소통이 이루어지는 과정 그 자체를 대상으로 한다. 소통학적 상상려은 매(개)체를 통해 이루어지는 소통의 과정 자체를 헤아려 보는 것이다. 소금은 바다와 민물의 차이를 결정짓는 요소이기도 하고, 바닷가의 생산물이기도 하다. 소금을 섭취한 인간을 구성하는 혈액의 특징이기도 하다.
소금에 대한 소통학적 상상력은 소금 자체를 매(개)체로 보는 관점을 보여주면서, 소금이 인간에게 정보를 주는 방법이 미각이라는 것을 드러내기도 한다. 소금이 내개하는 것이 무엇이며, 미각을 통해 소통하는 방법이 생태적 시스템과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바다 인근은 지구의 지면 가운데, 액체를 담은 그릇의 입술에 해당한다. 완만한 곡선은 평지처럼 보이고, 염전은 액체를 담는 바다와 액체가 닿지 못하는 산 사이의 경계이다. 산과 바다의 경계인 젖은 땅에서 소금이 드러난다. 태양과 중력에 의한 대기와 바람의 작용은 바다 속 소금의 존재를 확인하게 해 준다.
태양은 일방향으로 바다에 빛 에너지를 전달한다. 소금은 바다의 생태학적 정보를 매개한다. 액체는 유기체의 정보를 전달하는 매개체 중 하나이다. 해양 생태계의 전제는 바다인 액체이다. 바다 생물들의 정보를 매개하는 것은 소금이다. 소금은 지구 생태의 정보들을 솥오한다. 해양 생물들의 삶의 정보가 바다를 통해 소통하고, 바다의 소금을 통해 바다와 구별되는 육지의 생명체인 인간과 소통한다.
염전을 통해 소금을 섭취한 인간의 정보는 다시 자연 순환을 통해 바다로 통한다. 지구의 개체인 인간은 탄소, 수소, 산소, 질소, 인, 황 등의 단순한 화학 원소들이 정교하게 구성되어 생명 활동을 한다. 육체를 구성하는 화학원소들은 137억 년 전 빅뱅에 의해 우주가 만들어지면서 생성된 원소들이다. 이 유기복합체가 생명체이다. 이들 생명체를 구성하는 75%가 물-액체이다. 액체가 정보를 매개하며 순환한다면, 소금은 액체 속에 녹아 소통한다.
바다가 지구를 구성하듯이, 혈액은 인간을 구성한다. 바다와 혈액의 공통점은 소금이 녹아 있다는 것이다. 소금은 액체를 통해 생태정보를 매개한다. 바다 속 생태 정보가 소금을 통해 인간에게 전달되고, 정보를 매개한 소금이 미각을 통해 인간 혈액 안에서 인간의 생명 정보들을 매개한다. 소금은 물에 녹아 바다에서 생태 정보를 매개하고, 혈액에 녹아 인간의 신체 내 정보를 매개한다.
1. 들어가면서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 빛이다"
"빛"은 환합니다. 어두운 곳에서 "빛"은 눈에 금방 띕니다. 그래서 "빛"은 어둠 속에 있는 많은 사람들을 인도하는 "빛나는 존재들"에 대한 표상입니다. 이런 "빛"같은 사람이 되라고 부르심을 받았지만, 때로는 남 앞에 나서서 남의 관심을 받는다는 것이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닙니다. 그럴 만한 "깜냥"이 내게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음식 속에서 자기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맛의 조화를 이루는 데 일조하는 "소금"은 참으로 마음에 와 닿습니다. 평상시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하지만, 이 세상에 없으면 안되는 소중한 존재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해봅니다. 남이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상관없이 꾸준히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에 충실한 사람들은 다행히 많습니다. 이 사람들 덕분에 세상에 '아직'멸망에 이르지 않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창세 18,16-33 참조).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언제나 다른 사람을 빛나게 해주는 이런 분들은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오늘만큼 이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 "소금"이 "빛"처럼 빛나도록 말입니다.
신희준 신부 (서울대교구 공릉동 성당)
이 글은 지구의 지면을 채운 액체와 인간 내부를 채우는 액체 사이의 공통적인 요소인 소금에 대한 소통학적 상상력에서 출발하였다. 소통학은 소통의 기본 테제와 소통이 이루어지는 과정 그 자체를 대상으로 한다. 소통학적 상상력은 매(개)체를 통해 이루어지는 소통의 과정 자체를 헤아려 보는 것이다. 소금은 바다와 민물의 차이를 결정짓는 요소이기도 하고, 바닷가의 생산물이기도 하다. 소금을 섭취한 인간을 구성하는 혈액의 특징이기도 하다.
소금에 대한 소통학적 상상력은 소금 자체를 매(개)체로 보는 관점을 보여주면서, 소금이 인간에게 정보를 주는 방법이 미각이라는 것을 드러내기도 한다. 소금이 매개하는 것이 무엇이며, 미각을 통해 소통하는 방법이 생태적 시스템과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2. 소금의 매개 방법
인간은 다양한 매(개)체를 통해 정보를 주고받는 소통을 한다. 감각의 입출력은 인간 소통에 있어 경계와 방향을 통해 매체의 작동 과정을 분류한 것이다. 인간이 소금의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법은 시각이나 청각이 아니라 미각이다. 대부분의 디지털 정보를 시각과 청각으로 받는 데 반해 미각은 일반적이지 않다. 시각 정보와 청각 정보는 인간 자체를 구성하지 않는다. 하지만 미각 정보는 인간-생명을 구성한다. 이는 생명과 기술의 차이를 드러낸다. 생명은 소금이 녹은 물을 통해 소통하지만, 기술은 액체가 닿으면 기능을 잃어버린다. 이는 생명과 물-액체의 관계가 밀접하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추후에 인간과 기술의 정보 매개의 차이가 물-액체에 있음을 주목하게 한다.
3. 바다와 혈액과 소금
바다 인근은 지구의 지면 가운데, 액체를 담은 그릇의 입술에 해당한다. 완만한 곡선은 평지처럼 보이고, 염전은 액체를 담는 바다와 액체가 닿지 못하는 산 사이의 경계이다. 산과 바다의 경계인 젖은 땅에서 소금이 드러난다. 태양과 중력에 의한 대기와 바람의 작용은 바다 속 소금의 존재를 확인하게 해 준다.
태양은 일방향으로 바다에 빛 에너지를 전달한다. 소금은 바다의 생태학적 정보를 매개한다. 액체는 유기체의 정보를 전달하는 매개체 중 하나이다. 해양 생태계의 전제는 바다인 액체이다. 바다 생물들의 정보를 매개하는 것은 소금이다. 소금은 지구 생태의 정보들을 소통한다. 해양 생물들의 삶의 정보가 바다를 통해 소통하고, 바다의 소금을 통해 바다와 구별되는 육지의 생명체인 인간과 소통한다.
염전을 통해 소금을 섭취한 인간의 정보는 다시 자연 순환을 통해 바다로 통한다. 지구의 개체인 인간은 탄소, 수소, 산소, 질소, 인, 황 등의 단순한 화학 원소들이 정교하게 구성되어 생명 활동을 한다. .육체를 구성하는 화학원소들은 137억년 전 빅뱅에 의해 우주가 만들어지면서 생성된 원소들이다. 이 유기복합체가 생명체이다. 이들 생명체를 구성하는 75%가 물-액체이다. 액체가 정보를 매개하며 순환한다면, 소금은 액체 속에 녹아 소통한다.
바다가 지구를 구성하듯이, 혈액은 인간을 구성한다. 바다와 혈액의 공통점은 소금이 녹아 있다는 것이다. 소금은 액체를 통해 생태정보를 매개한다. 바다 속 생태 정보가 소금을 통해 인간에게 전달되고, 정보를 매개한 소금이 미각을 통해 인간 혈액 안에서 인간의 생명 정보들을 매개한다. 소금은 물에 녹아 바다에서 생태 정보를 매개하고, 혈액에 녹아 인간의 신체 내 정보를 매개한다.
4. 나가면서
바다는 지구의 지면 가운데, 그릇처럼 오목한 낮은 지면에 채워져 있는 액체이다. 이 액체 안에서 해양 생명체들의 정보가 흐른다. 바다에는 소금이 녹아 있다. 혈액은 인간 내부의 정보를 흐르게 하는 액체이다. 혈액 역시 소금이 녹아 있다.
소금밭, 염전은 태양과 중력에 의한 대기의 작용으로부터 얻어내는 인간 노동의 터전이다. 이때 인간의 노동은 '기다림'이다. 넓고 얕은 바닷가에 태양이 내리쬐고 바람이 불면 얕은 물이 증발한다. 그리고 소금이 나타난다. 기다림은 노동이며, 태양과 대기의 작동이 바다에 소통하는 과정을 인내하는 것이다. 염전에서 소금을 기다리는 인간은 태양과 바람이 바다에 소통하는 과정을 지켜본다. 100년을 채 못사는 인간이 몇 백 억년의 지구의 시간을 헤아리는 것은 수행이다. 인간의 시간과 지구의 시간은 단위가 다르기 때문에, 소금을 기다리는 인간은 인간의 시간으로 지구의 시간을 헤아리는 수행자이다.
소통학적 상상력으로 본 소금
https://youtu.be/77wh0z9PBV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