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내가 돌아온 곳
혼인 신고를 한 지 4개월 만에 캐나다에 갔다.
나 혼자.
철이 없다거나, 위험하다, 이기적이라는 많은 이들의 비난을 받으며 결혼 이전부터 키워오던 꿈을 실현했다.
더 놀고 싶다 하는 마음이 아니었다.
세상에 마주하여 살아온 이 시간을 건너 살아야 할 시간에 있어서 자신이 없었다.
자꾸만 느껴지는 부족한 능력에 나 자신을 잃어감을 느끼며 두려웠다.
흔히 말하는 스펙이 필요한 게 아니었다. 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었고, 그들의 인생사를 배우고 싶었다.
또는 내가 다른 삶의 터전과 생계 방식을 재구성할 수 있진 않을까 들여다보고 싶었다.
한국에서 국한되었던 가정, 환경, 학력(전공) 등의 옷을 벗고 더 이상 변명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의 나를 만나고 싶었다.
어쩌면 빈틈없는 행복을 추구했던 건 아닐까?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갖춰진 행복이 올 때까지 하염없이 먼 곳을 응시했다. 현재는 시야밖에 두고서.
결론은, 영진이가 데리러 왔다. 그만 집에 가자고.
산타클로스처럼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11시간을 날아와줬다.
어른이 되고 싶었던 이 시간을 뒤로하고 한마디로 정의할 순 없지만, 그 많은 문장 중 하나는 영진이가 많이 그리웠다.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결혼이라는 인생의 길이 더 이상 두렵지 않다.라는 거다.
약 9개월 만에 나는 한국에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