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후에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분명히 말씀드릴게요. "쉽지 않아요"
뭐, 개인의 육아휴직 계기, 동기는 각각 다르겠죠. 뉴스 기사에서도 아빠들 요즘 육아휴직 쓴다고, 그 비율이 엄청 올랐다고 난리법석이던데... 혹자는 그렇게 생각하실 거에요. '그렇다면...나도 한 번...?' 뭐 많이들 생각은 하시겠죠. 그런데 육아휴직, 이것도 참 쉽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돌아가기 싫다
한번 휴직을 하고 나면, 회사라는 곳이 참 돌아가기 싫어요. 아침마다 정해진 시간, 요일에 일어나 회사 출근해야죠. 상사 시키는 거 이해 안 되도 억지로 꾸역꾸역 해 내야죠. 배도 별로 안 고픈데 점심시간이라고 억지로 나가서 뭐라도 해야죠. 점심 먹으면 맨날 했던 얘기, 또 하고 또하죠.... 재테크, 집, 주식, 뒷담화... 참 지겹더라고요. 그걸 또 회사 가서 할려니, 도저히 엄두가 안 나는 거에요. 육아휴직 한 1년 쓴다면, 정말 쉽지 않을 겁니다.
돈이 걸려있다
휴직이라는 게, 정부 지원금이 있긴 있어요. 그것도 많이 올랐다고 하고, 실제로 오른 것도 맞아요. 아무튼 휴직 상태, 즉 회삿일을 하지 않는데 정부에서 육아에 전념하라고 지원금이 나오는 거니까요. (지금은 3개월 250만원 나옵니다. 이후는 상상에...) 그래서 아무리 돈이 있어도, 또 맞벌이를 하더라도 돈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남들은 모을 때, 쌓아갈 때, 나는 깎아먹는 거니까요. 요즘같이 다들 집한채 사려고 악착같이 모으는 시대에는 더욱 더 시대를 역행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죠. 세상물정 모르는 애처럼 말이죠.
정체된다
가장 고려해야 할 건, 내 커리어가 정체된다는 겁니다. 가장 중요한 시기, 주니어에서 시니어로 넘어가는 그 시기에 저는 육아휴직을 택했고, 그건 곧 이직 시장 또는 회사에서도 입지가 좁아진다는 걸 의미하더라고요. 더 메인 프로젝트로 갈 수 있는 실력 쌓기, 그리고 회사 대내외적으로 대인관계와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길이 사라진다는 걸 의미합니다. 한두달 쉬어도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만지는 게 낯선데, 몇개월, 아니 1년 쉰다고 하면 컴퓨터가 손에 익겠습니까? 물론, 집에서 따로 연습을 한다고 하면 예외입니다.
이 모든 걸 감수하고, 육아휴직을 해야겠냐고요...
그래도 꼭 해야겠다면요
좋습니다. 누가 말려도 내가 한다면 하는거죠.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대상자만 된다면, 잘 생각해보세요. 육아휴직은 엄청난 기회입니다. 아기, 아이와 그 누구보다 가까이 시간을 보낼 수 있고, 가족과 함께할 수 있죠. 일하느라 정신없이 달려온 내 삶을 돌아볼 시간도 주어지죠. 물론 육아가 메인이긴 하지만요. 만약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조금이라도 안 맞다고 여겨진다면, 굳이 회사를 퇴사하지 않고도 나를 돌아보고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시기입니다. 경기 어렵다고 직원 자르는 마당에, 휴직자는 자를 수도 없거든요. 아주 강력한(?) 무기입니다.
하든, 하지 않든...
뭐 달라지는 건 크게 없습니다. 내가 휴직을 해도 회사는 크게 타격받지 않고요. 아니 전혀 없고요. 내가 휴직을 해도 우리 집에 크게 기여하는 건 없습니다. 육아의 메인은 주 양육자인 엄마가 컨트롤 하니까요. 저는 그냥 열심히 쓰레기 버리고, 아기 씻기고, 밥 먹이면 됩니다. 그리고 뭐 하라면 시키는 대로 하면 됩니다. 엄마의 시야와 눈높이를, 육아휴직자 아빠는 절대 따라갈 수 없어요. 인정하셔야 합니다. 결국 어디도 속하지 못한 이방인이 되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겁니다. 극도로 외로울 거라고요. 알고만 계세요.
인생 깁니다
100세 인생, 진짜 그렇습디다. 100세 인생이 수명이 100살 까지 산다는 게 아니고, 그만큼 길게 산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우리 오늘날 삶이 워낙 빨라져서, 과거의 일주일 걸리던 걸, 이제는 하루만에 다 하잖아요. 시간의 상대성 때문에, 지금 우리 평균수명이 80세라 하더라도, 실제 체감은 한 200세는 사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엄청 할게 많고, 할 수 있고, 또 기회가 무한히 주어집니다.
절대 30대 지나면 지는 게 아니라고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40대부터 진짜 시작이다
예전에는 회사생활 막 시작하면 사회초년생, 즉 20대 중후반 젊은이들을 초년생이라고 했죠. 저는 반대입니다. 요즘 사회초년생은 40살부터입니다. 세상 좀 경험하고, 그래봤자 어차피 세상 아무것도 모릅디다. 왜냐고요? 자꾸 새로운 게 나와요. 요즘 회사 업무들 AI 잘 배우면 신세계입니다. 디자이너, 개발자 다 필요없는 세상이 오고, 사무직은 말해 뭐합니까. 그냥 로봇보다 못한 생산성으로, 월급 루팡 하면서 눈치보고 버티고 있는 거 아닙니까, 솔직히? 우리 솔직해 집시다.
40살 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30살 까지는 최소한 사회가 뭔지 맛 본 겁니다. 어떤 사람들이 있고, 세상이 어찌 돌아가고, 회사는 뭘로 밥 벌어 먹고 사는지 눈으로 보고, 몸으로 체험하는 시기입니다. 40살은 이제 슬슬 시동 걸고 달려가면 됩니다. 30살 까지 시동 열심히 걸어서 성공해봤자, 40살부터 다 내려오지 않습니까. 올라가도 되고 내려가도 되는데, 중요한 건 40살부터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 겁니다.
진짜 시작인데, 출발점에서 종착역이라고
생각하는 것만큼 멍청한 게 어딨습니까.
to-be-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