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Minutes
남이라는 글자에 점하나를 지우고
님이 되어 만난 사람도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도로남이 되는 장난 같은 인생사
1995년 발표된 김명애 님의 도로남이라는 곡이다. 물론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던 나는 이 노래를 잘 알지 못했다. 나이가 조금 든 후에도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딱 요만큼 알고 있던 곡이다. 이 노래 가사는 성인이 된 후에야 내 가슴에 와 닿았다. 경험은 이렇게 무의미한 가사를 유의미하다 못해 잔잔한 마음에 돌을 던지듯 울림을 주었다.
님이 점하나에 남이 되다니. 한글이 참 얄궂다고 생각했다. 점 하나 차이로 정반대의 뜻이 됐으니 말이다. 그런데 단순한 말장난 같은 점 하나가 내 삶에도 점을 찍었다. 마침표. 나의 님이 화창한 봄날 남이 되었을 때 나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큰 변화를 맞았다. 좋아 죽을 것 같던, 없으면 못 살 것 같은 나의 님이 남이 되었다. 점 하나를 찍 듯 그렇게 쉽게 남이 되었다. 아니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었다. 남은 먼저 다가서면 지인도 친구도 연인도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발전적인 관계다. 점이 찍힌 님은 그렇지 못하다. 'ㆍ'이 찍힘과 동시에 '. '도 찍힌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친구가 연인이 될 수 있듯이 그 반대도 가능할 거라 믿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큰 상처를 받았다. 가급적이면 너무 가까운 관계를 만들지 않기 위해 거리를 두었다. 고슴도치 마냥 가까이 오면 가시에 찔릴까 무서웠다. 그렇게 내 인간관계는 한 겨울 난로처럼 너무 가까이 하지도, 너무 멀리하지도 못하는 것이 되었다.
님에 대한 아쉬움이나 미련은 단호하게 아니다. 다만 평생 한번 있는 성년에 날을 망친 것이 미안할 뿐이고 그동안 사과의 말을 전하지 못한 게 안타까울 뿐이다.
마침표 이전에 사귄 나의 오랜 벗들은 지금도 내 옆에 있다. 물리적 거리에 상관없이 항상 가까운 곳에서 날 위로하고 힘이 되어준다. 마침표 이후의 관계 중 내가 쳐 놓은 울타리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너무 가까워지면 다시 멀어질까 불안했다. 그동안의 사소한 고마움이 당연한 것이 될까 무서웠다. 그러면서 점점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사람을 대하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그렇게 나는 관계에 서툰 사람이 되었다. 가능한 마음 아플 이별을 만들기 싫어서...
나를 아는 누군가가 이 글을 읽고 내가 거리를 두고 있다고 슬퍼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게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면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60 Minute
이 글은 일상에서 느끼는 나의 생각을 60분 안에 작성한 글입니다.
주제 선정, 글쓰기, 검토, 브런치로 옮기는 일련의 과정이 60분 안에 이루어지다 보니 완성가 부족합니다. 제한된 시간에 작성하는 연습의 과정으로 봐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