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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월 Dec 01. 2020

나는 그래서 몽골에 왔다

눈을 뜨면 행복이 머무는 곳


홉스골로 출발, 투어를 예약하지 않고 온 탓에 걱정이 많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무릉으로 가는 차를 얻어 탔다 아침부터 비가 추적추적,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13시간이었다. 차 안의 그룹인원은 나 포함해서 6명이었고, 사랑꾼 부부, 범상치 않은 인상의 모녀, 자유로운 영혼의 남자까지, 내 옆자리에는 사랑꾼 을지자갈 아저씨가 앉았다 처음에는 담배 냄새가 너무 강하게 나서, 내 옆에 앉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저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여서, 처음에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이 미안해졌다.

 

휴게소에 들러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다. 몽골어로 쓰여있는 메뉴판에서, 주문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막막했던 낯선 곳에서, 을지자갈 아저씨는 내가 좋아할만한 치킨 메뉴를 주문해줬다. 그리고 본인이 주문한 고깃국에서 고기를 대부분을 나의 밥그릇에 건져 주고 국물만 먹던 아저씨, 그 고마움을 잊을 수가 없다.  



몽골이라는 곳의 날씨, 해가 쨍쨍하다가도 이내 비가 쏟아졌고, 금새 또 다시 구름이 보였다. 이 곳의 날씨는 순간순간이 감사함이였다. 구름이 많으면 많은대로, 구름이 없으면 없는대로, 비가 오면 오는대로 모든 것이 예뻤다.


창문 밖을 보면 수백마리의 염소 떼와 양떼들이 보였고, 차 앞을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곤 했다. 시야에 들어오는 이러한 풍경이 너무 예뻤던 나는 신기함과 행복함으로 마음이 벅차올랐고, 을지자갈 아저씨는 그런 나를 보면서, 염소떼가 나올 때마나 나를 툭툭쳐서 알려주었다. 족히 열번은 더 부른 것 같았다. 본인은 어릴 적부터 너무 당연하게 보아왔던 풍경인데도 말이다.


이 곳에서 자연과 진정으로 하나 된 것을 경험할 수 있다던 화장실 체험을 했다. 허허벌판에 세워져 있는 공간, 문을 열면 널판지가 놓여있고, 널판지 아래에는 무언가가 굉장한 것들이 쌓여있었다. 문을 엶과 동시에 만날 수 있는 수백마리의 파리 떼들, 이런 느낌이 진정으로 자연과 하나 된 느낌이구나 했다. 화장실 옆에는 죽은 동물들의 뼈도 같이 있었다. 으... 하는 탄성이 저절로 나왔지만 그래도 첫 똥둣간 경험이 나쁘진 않았다.


이 차를 탄 순간부터 나는 아무말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나를 보고 뭐라고 말을 하고 있긴하지만 난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음식을 주문할때도 어느새 을지자갈 아저씨에게 의존해서 무엇인지도 모르고 먹었다. 휴게소에서 내가 먹을 수 있었던 것은 치킨밖에 없었다. 치킨이라고는 하는데, 치킨이 아닌 듯 하면서 짭잘하면서 바삭바삭한 이것, 내가 좋아하는 스위트 칠리 소스에 밥은 귀엽게도 하트 모양이다. 을지자갈 아저씨는 센스 있게 포크말고 젓가락을 달라고 했다.


여기에서는 밥을 먹을 때 주로 같이 마시는 차가 있다. 연두색 컵에 담겨있는 이것은 야크 젖에 물을 탄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 부르는 밀크티. 한국에서 밀크티 먹을 때마다 생각날 것 같다.



몽골은 정말 사랑스러운 곳이다 운전석 앞쪽으로는 동화스러운 풍경이 펼쳐져 있고, 창밖으로는 5분에 한번씩 수백마리의 염소떼 양떼들이 모여서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이 있다. 색색깔의 집들이 모여있는 마을에는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고, 그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이 곳 사람들의 볼은 항상 빨갛게 달아 올라있고, 회색빛을 띄는 그들의 눈동자는 보고 있으면 빨려 들어갈 것만 같다. 눈을 못 뗄만큼 아름다운 곳, 사랑스러운 곳, 몽골은 그런 곳이다

달리고 달리다보니 10시쯤,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장작 13시간 후 무릉이라는 곳에 도착했고, 우리 6명은 각자의 길로 흩어졌다. 짧은 만남이긴 했지만, 온전한 따뜻함을 전해 주었던 을지자갈 아저씨, 고마움에 뭔가를 더 표현하고 싶었는데 악수만 하고 급하게 헤어져 버렸다. 하지만 헤어짐이 있으면 또 다른 만남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아쉽지 않다.


숙소에 도착했고, 내 생애 최악의 샤워를 경험했다. 차가운 물이 졸졸졸 나오는 샤워시설, 바퀴벌레들이 바닥에 기어다니는 샤워시설.. 안 씻을 순 없는 상태여서 어찌저찌 샤워를 했는데, 예전에 남미 아마존 한 가운데에서 샤워했던 그 때를 생각나게 했다. 오늘은 잠깐 묵어가는 숙소기에 어쩔 수 없었으리라, 다음엔 더 좋은 시설이겠거니 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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