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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YUNIQUE May 11. 2024

[밴쿠버] 캐나다 베스트 드레서로 선정되다

비타 데일리 매거진 2024 4월 이슈



드디어 우중충한 밴쿠버의 겨울의 끝자락에 다다르고 봄이 왔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에 해가 빼꼼하고 얼굴을 비출 때면 이때다 싶게 기다렸다는 듯이 웃통을 까고(!) 다니는 사람들이 종종 보인다. 아무리 기온이 따뜻해졌다고 해도 여전히 5~12도라 꽤 쌀쌀한데도

아랑곳 않는 모습을 보면 마치 나와는 다른 종족의 사람들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밴쿠버가 위치한 비씨주는 캐나다 서부 연안에 위치한 관계로 바닷바람이 꽤나 차갑게 느껴지는데 알버타, 온타리오, 노바스코샤, 뉴브런즈윅, 매니토바나 퀘벡 주 등 -38도까지 내려가는, 극히 캐나다스러운 극한의 겨울을 경험했다가 겨울에도 영하로 기온이 잘 떨어지지 않는 비씨 주로 이주한 사람들에겐 어쩌면 이곳의 겨울은 귀여운 수준일 수도 있겠다.



가끔 보면 밴쿠버 사람들은 마치 겨울잠을 자는 곰 같이 느껴질 때도 있다. 비가 많이 내리는 12월에서 2월까지는 이벤트도 현저히 적어지고, 길거리에 걸어 다니는 사람이나 야외 운동을 하는 사람의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어 도시 전체가 조용해져 버린다. 마치 겨울잠을 자는 곰들의 숲처럼 한산했다가, 빠르면 설날 즈음, 늦으면 입춘 시기부터 동면에서 깨어난 곰들이 먹을 것을 찾아 나오듯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하는 듯하다.



으레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휴가 모드에 돌입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일거리도 자연스레 줄어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 침잠하고 조용한 상태를 견디기만 하면,

다시 꽃은 피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랑스러운 밴쿠버로 다시 돌아온다.

마치 마법을 부린 것처럼 말이다.



다시 도시가 활기를 띄기 시작하는 것이 느껴질 때쯤

온라인으로 인터뷰 제의가 들어온 것이 있었는데

이메일 답변을 하면서도 별 거 아니겠지라고 넘겨버렸다.

하지만 실제로 발행된 기사를 보니 입이 떡 하고 벌어지고 말았다.

"2024 봄 이슈"에 캐나다의 베스트 드레서 중 한 명으로 나를 소개한 것이 아니겠는가.

거기에다가 캐나다의 저명한 신문 중 한 곳인 "글로브 앤 메일" 안에 같이 배부가 된다는

소식까지 들으니,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잘 믿기지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중대한 발표 준비를 하느라 두세 시간씩 밖에 잠을 못 자고 생활하던 지라

새벽 4시에 일어나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한 소식이 더욱이 꿈같이 느껴진 듯하다.



하지만 이건 꿈이 아니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사실,

잘 믿기지가 않지만 말이다.



사실 내게 패션은 나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일 뿐,

남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 것에 별로 신경을 안 쓰는 편이라

2019년에 <밴쿠버 매거진>에서 베스트 드레서로 선정이 되어 출판이 되었을 때도

그리 큰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었는데 밴쿠버도 아닌 "캐나다" 전체에서

옷을 잘 입는 사람 중 하나로 소개가 되니

이 얼떨떨함이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적지 않은 시간을 캐나다에서 보내다 보니

이런 가문의 영광 같은 일도 일어나는 것 같아

참 신기하고, 감사한 요즘이다.



이민자, 외국인 노동자라는 타이틀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고

사람을 사람으로 대우해 주는 캐나다의 다문화적 시각과 관점이

다름을 틀림으로 여기지 않고 존중해 주는 캐나다의 문화 덕분에

이런 기회도 오게 되는 것 같다.

이런 순간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늘 감사히 여기며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살아보도록 해야겠다.







VITA DAILY APRIL 2024 IS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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