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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YUNIQUE Jul 28. 2017

아인슈페너 (Einspänner)

서핑 후 마신 달콤한 비엔나 커피

아인스패너 (Einspänner)

7박 8일간의 일본 여행을 마치고 친구들과 부산으로 1박 2일로 여행을 떠났다. 나의 생일을 기념하는 동시에 친구들끼리 서핑을 하기로 한 것이다. 물론 대학교 2학년 때 계곡으로 엠티를 갔다가 물에 빠져 횡사할 뻔했던 나는 물놀이는 여전히 두렵기만 하다며 튜브 위에서 태닝이나 하면서 시간을 때우겠다고 친구들에게 단단히 엄포를 놓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나도 모르는 새 서핑 샵에 있는 멋진 구릿빛 피부의 사람들이 서핑의 세계로 안내하는 현란하고도 달콤한 말에 현혹되어 카드를 꺼내어 결제를 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물을 무서워하긴 하지만 타고 난 운동신경이 좋은 편이라 서핑도 잘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예감이 있었는데, 실제로 해 본 서핑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송정해수욕장의 파도는 나를 몇 번이나 과격하게 가격(?)했고 서핑보드가 앞 뒤로 전복되어 짜디 짠 바닷물을 몇 번 들이키고 난 뒤에는 머리가 띵해질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물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고 서핑에 도전한 것에 의의를 두고 모든 장비를 반납한 후, 우리는 송정해수욕장을 꿰뚫고 있는 '부산 나와바리' 친구의 가이드를 따라 조용한 바닷가 근교의 커피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송정해수욕장 (2017)



노래방 기계를 겸비해 놓으신 흥이 넘치시는 택시 아저씨 덕에 미칠 듯이 흥겹게 노래를 부르며 20분 여를 달려오니, 우리는 어느새 이름도 근사한 카페 '범고래 다방' 앞에 다다라 있었다. 이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왠지 이 곳에서는 좋은 커피를 마실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주말이라 그런지 북적이는 커피숍 3층에 자리를 잡고, 생소한 이름의 '아인슈페너 커피 (Einspänner Coffee)'에 대해 여쭤보았다. 우리가 예로 알고 있던 비엔나 커피의 다른 이름이라는 설명을 듣고 난 후, 부산 전문가인 친구는 차가운 아인슈페너를, 또 다른 친구는 샤케라또와 따뜻하게 직접 구워 낸 수제 쿠키를, 그리고 나는 따뜻한 아인슈페너를 주문했다.  


눈 앞에서 몽글몽글한 휘핑크림이 얹어지는 커피를 보며, 사탕을 먹고 싶어 하는 아이처럼 곧 맛보게 될 씁쓸하고도 달콤한 커피를 초조하게 기다린 지 몇 분이 지난 후, 드디어 우리가 주문한 메뉴가 나왔다. 3층의 하얀 대리석 테이블에 앉은 우리는 커피에 예의를 다할 수 있게 최대한 빨리 사진을 찍은 후 커피를 한 모금씩 마시기 시작했다. 내가 주문한 따뜻한 아인슈페너 위에 얹어진 달콤한 휘핑크림의 맛은 기대한 그 이상이었다. 왜 친구가 이 카페를 입이 마르지 않도록 칭찬해 온 건지에 대한 이유가 뼈저리게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달달한 휘핑크림 사이로 삐져나오는 씁쓸한 커피의 풍미가 조화로운 대조를 잘 이루고 있었다. 친구가 시킨 쿠키를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운 먹성 좋은 우리는, 수다 꽃을 한참 피운 후 범고래 다방에 다음을 기약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범고래다방 (2017)


멀리 캐나다에서 자리를 잡고 생활하는 나 때문에 우리들의 생일을 함께 보내지 못하는 것이 미안하고 늘 맘에 걸렸던 탓인지, 오랜만에 친구들과 함께 축하를 하는 것이 정말 눈물 나게 고맙고 좋았다. 일본에서 쌓아 온 추억도, 부산에서의 1박 2일도 계속해서 두고두고 평생 우리 기억 속에 남아 비록 우리가 멀리 떨어져 살아도, 우리를 한 시간 한 공간으로 모아주는 촉매제처럼 사용되겠지. 벌써 10년 전이지만 여전히 대화 주제로 써먹게 되는 그때 그 시간 우리의 유럽 여행처럼 말이다. 해외에 살든, 연애 중이든, 결혼을 했든, 아이가 있든, 우리의 여행은 계속되기를 바라며. 다시금 함께 달콤 쌉싸름한 커피를 마시며 우리의 추억을 곱씹는 날이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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