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이야기도 우리의 이야기가 되기를
저는 사람들과 함께 할 때 에너지를 얻는 외향적인 사람입니다. 낯선 사람들과 만나도 별로 부담스럽지 않게 어울리기에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는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한 직장에서 20년 넘게 근무하며 동료들과 무난하게 지내서 나름대로 사람들과 잘 지내는 사람이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제 마음 한편에 왠지 모를 불편감이 자리하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불편감을 느끼면서도 ‘내가 조금 참으면 되지’라고 생각하며 애써 마음의 불편함을 외면했지요. 하지만 결혼하고 아이를 기르면서 제 관계 방식은 문제가 되기 시작했답니다. 밖에서는 ‘사람들 말도 잘 들어주고 괜찮은 사람’인데 집에서는 ‘가족에게 무관심한, 화를 분출’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아이는 성장기에 접어들고 더 이상 저의 불편감을 미룰 수 없어 상담심리대학원에 진학하여 제 관계 패턴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모른 척 외면하는 마음속에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깨질까 봐 두려워하는 마음’이 있었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제 모습이 있었습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저의 많은 모습은 저뿐만 아니라 가족을 힘들게 하는 요소였고, 사회적 관계에서도 불쑥불쑥 불편함을 넘어 걸림돌이 되었던 겁니다.
사람들과의 관계 불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저 자신을 제대로 알아야 했습니다. 관계 패턴의 형성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작용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나는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인식하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타고난 기질과 환경을 바탕으로 형성된 나, 즉 나의 기억, 감정, 생각, 행동을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나를 글’로 쓰며 저는 보다 선명하게 저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고, 치유도 경험했습니다. 가족들도 제 글을 보며 저를 더 이해하며 관계가 개선되기를 희망하며 글을 썼습니다. 특히 기질적으로, 자란 환경이 완전히 다른 아이에게 내 이야기를 통해 내가 살았던 시대를 이해하고 엄마를 좀 더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나 자신과 가족, 사람들과 좋은 관계란 마음처럼 쉽지 않습니다. 아직도 저는 관계가 걸림돌이 되어 넘어지기를 반복합니다. 그래도 글을 쓰면서 저는 점점 건강한 자기 감을 가진 사람이 되어갔습니다. 문제 상황에서 여전히 걱정 많고 불안하지만 나 자신을 방치하지 않고 돌보는 힘이 생겼습니다. 무엇 때문에 힘들어하는지, 나를 넘어 뜨리는 요소를 알게 됐습니다. 문제와 함께 흔들리면서도 계속해서 나아가는 과정을 살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관계에 서툰 사람이지만 저는 오늘도 나답게 사람들과 좀 더 나은 관계를 맺기 위해 연구하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당신도 당신과 대화를 나누어 보는 시간을 갖고, 당신 다움으로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 나의 이야기가 곧 당신의 이야기가 되고, 당신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가 되어 공명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