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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사이다 Mar 29. 2024

직업에 집착하다

보통 미래에 대한 계획이라고 하면 어떤 직업을 가질지에 대한 계획이 많다. 현재 전망이 좋은 직업을 찾아보거나 영향력이 있는 직종을 알아본다. 과거에 공무원이 그랬고, 현재 개발자가 그럴 것이다. 이렇게 직업을 찾아보는 이유는 '어떤 것이 되는 것'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개발을 할 수 있지만, 개발을 한다고 해서 누구나 개발자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이 원하는 것은 세상이 구분하는 기준대로 분류되는 것이다. 그래야 그 직업을 통해 세상이 주는 것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엇이 되고자 한다. 산을 오르는 즐거움에 집중하지 못하고 산을 오른 상태만을 바라본다. 산을 오르고 나면, 거기에 머무르려고 한다. 그러다가 사람들이 다들 가는 산이 있으면 산을 옮겨야 하나 전전긍긍한다. 산을 오르는 즐거움이 있다면 다른 사람들이 어떤 산을 오르는지 크게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일 그 자체보다는 직업을 가진 상태가 되고자 한다. 직업을 가지기 전까지는 열심히 노력하며 고통을 견디고, 직업을 가지고 나서는 잠깐 만족하다가 주변을 둘러보며 다시 불안해한다.


어떤 직업을 가졌다는 생각을 하면, 결국에 그 직업에 집착하게 된다. 직업을 가지려 했던 것이 그 일에 대한 가치가 아니라 직업을 통해서 누리려고 했던 것이라면, 집착은 심해진다. 직업은 이제 지켜야 하는 것이 되었다. 그렇게 시야는 좁아지고, 직업 안정성이라는 키워드에 생각이 맴돌기 시작한다. 흔히 가지는 이 집착은 ‘무엇이 되었다’라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근데 도대체 우리가 무엇이 되었다는 것인가?


어떤 일이든, 일 그 자체만 보면 직업에 얽매여있지 않다. 직업에 얽매여 있는 것은 우리의 인식이다. 예를 들어, 디자인이라는 일은 디자이너라는 직업에만 들어있는 것은 아니다. 디자인적 사고를 가지고 누구나 디자인을 할 수 있다. 집에서 나의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서 설계를 해서 변화를 시켰다면, 나는 디자인을 한 것이다. 세상에서 나를 디자이너라고 인정해주지 않을 뿐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생기기 전부터 디자인은 있었을 것이다. 디자인이 가치를 창출할 때부터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생겼을 것이다. 일이 직업보다 선행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어떤 직업을 가져고 거기에 집착하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다. 직업을 가졌다라는 것은 내가 하는 일로 사회에서 인정을 받고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이지 일 = 직업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그런 등식을 머리속에 가지고 있다면, 내 직업이 아닌 사람들이 내 일을 하면 폄하하거나 스스로가 심하게 불안해질 수 있다.


직업이라는 틀을 벗어던지면 일 그 자체를 즐길 수 있다. 유연하게 생각하면 자유롭게 살 수 있다. 갇힌 사고를 하면, 점점 집착하면서 살게 되는 것이다. 어떤 생각을 하는지가 그래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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